천사투강시 (天師鬥殭屍.2014) 강시 영화




2014년에 왕정 감독이 만든 강시 영화. 원표가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건달인 니키가 친구인 부와 함께 풍수사 찰리 장을 위협해 AK TV의 사장 켈빈 차우의 증조부 시체를 발굴해 매장터를 옮겨 가문에 새로운 행운과 번영을 가져오려고 했다가, 평소 귀신을 안 믿던 중 찰리 장과 엮이면서 귀신들과 조우해 위험에 처했다가 그의 도움을 받아 가까워 졌는데.. 차우가 다른 도사의 힘을 빌어 발굴 작업을 진행하다가 증조부 시체가 강시로 변해 관을 부수고 나와 난동을 부리고 급기야 차우 본인도 증조부 강시에게 상처 입어 강시로 변해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해치자 찰리 장과 수제자인 링씬, 니키, 부 등 네 사람이 힘을 합쳐 강시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타이틀 천사투강시 중 ‘천사’는 한나라 시대 때 도교의 일파인 오두미교(五斗米敎)의 창시자인 교주 장도릉에 대한 존칭이다. 장도릉은 삼국지에서 한중을 본거지로 삼았던 사군(師君) ‘장로’의 조부다.

영제가 ‘시푸 VS 뱀파이어’로 본편 타이틀과 뜻을 맞물려 생각해 보면 천사와 강시의 싸움을 한역하면 단순하게 ‘사부 VS 강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故 임정영 주연의 ‘강시선생’을 베이스로 삼은 듯 유사한 장면이 꽤 있다.

강시 선생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미친 강시와 맞서 싸우는 구도부터 시작해, 강시에게 당해서 시변을 일으켜 강시가 되는 사람, 강시가 되기 전에 펄펄 끓인 찹쌀탕에 들어가 강시독을 제거하는 사람, 처녀 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제자 등등 초대 강시선생에서 나온 것들이 본작에서 어레인지됐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귀타귀’나 ‘유환도사’ 같은 다른 강시 영화에서도 몇몇 특성을 따 와서 강시 영화를 많이 본 사람한테는 익숙한 전개가 나온다.

두 제자에게 제천대성 손오공과 나타 삼태자을 강림시켜 강시들을 쳐 잡는 씬과 민간인한테 신령을 빙의시켜 일시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괴력을 발휘한 버프를 주는 씬이다.

사람 몸에 신을 강림시켜 무쌍을 찍는 건 귀타귀/유환도사 시리즈에 나온 단골 클리셰로 강시선생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또 강시와 사람의 몸이 숨결을 공유해 일시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건 귀타귀 1탄에서 나온 클리셰다.

다만, 이 모든 게 옛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린 게 아니라.. 오리지날로 들어간 내용이나 설정이 강시물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일단 본작에서 사부인 찰리 장(작중에 쓰인 존칭은 대사) 역을 맡은 배우는 ‘성룡’, ‘홍금보’와 함께 가화삼보로 꼽히는 ‘원표’인데 원표가 가화삼보 중 막내지만 지금 연배가 벌써 58세로 내일 모래 60이기 때문에 원숙미가 생겨서 사부 역할을 맡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기존의 강시선생 시리즈와 다르게 본작은 제자들과 악역의 비중이 너무 크고 그쪽에 죄다 비중을 몰아주는 바람에 정작 사부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사부가 하는 일은 그냥 강시들 나오면 쳐 잡는 게 전부다. 제자들과 어떻게 케미를 맞춰서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게 아니라.. 제자들이 뻘짓 하고 악당이 뭔가 흉계를 꾸미다가 제자들이 각자 짝을 만나 로맨스물을 찍다 엽전검이나 청룡도에 엉덩이를 찔리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오랄을 암시하는 것에 집착하는 섹드립 등등 쓸데없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분명 장르는 강시물인데 강시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라 개그, 로맨스에 큰 비중을 주고 있어서 결국 본작도 무늬만 강시물이 되어 버렸다.

초중반부까지는 그래도 앞서 이야기한 기존의 강시물 클리셰가 나오면서 강시물 올드 팬으로서 추억에 잠길 수 있지만 후반부에 가면 그것도 아니다.

미친 강시는 분장은 강시 같은데 움직임이 검은 악령 같아서 연기 내지는 안개처럼 변해 붕붕 날아다니며 사람을 해쳐서 악귀 같은 느낌을 주고, 그 바로 아래 악당은 강시에게 상처 입어 시변을 일으켜 강시가 됐는데 인간일 때 생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정신도 말짱한 상태에 강시로 변한 것도 숨기는 연기가 가능해 흡혈귀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실제로 그 악당이 강시로 변한 특성이 송곳니, 손톱, 눈동자 변화 정도 밖에 없고 사람 목을 물어 피를 빨아먹고, 그렇게 흡혈 당한 희생자가 이성이 없는 흡혈귀가 되어 악당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며 빛과 심장에 박히는 말뚝이 유일한 약점으로 나와서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

근데 또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라스트 스테이지인 TV 방송국 내에서 부하 흡혈귀들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온 게 좀비처럼 묘사되서 강시+흡혈귀+좀비 등 언데드 몬스터 짬뽕이 돼서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게 됐다. (심지어 악당이 부리는 미녀 흡혈귀들은 첫 등장 때 사람 피를 빠는 게 아니라 아예 살을 뜯어 먹는데 완전 프란ㄴ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92년작 드라큘라에 나온 드라큘라의 신부들 같은 느낌을 준다)

대 강시전에 쓰인 법술 같은 경우, 강시영화에 나오는 단골 아이템인 복숭아 나무검, 엽전검, 부적, 닭피, 검은개의 피, 먹물선, 태극 거울, 계란 같은 게 거의 나오지 않고 나와도 배경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기존의 무기보다 뜬금없이 나온 말뚝이 더 큰 효과가 있고, 강시를 쳐 잡는 결전 병기는 동정남의 피를 묻힌 총알을 장전한 샷건이다.

사실 이것도 기존의 강시 영화에 한 번 나온 설정이다. 정확히는, 강시 영화라기보다 임정영의 백미 도사로 출현한 요괴도시란 작품인데 거기서 초반부에는 검은개의 피를 총알에 뿌려 리볼버로 요괴를 쳐 잡고, 후반부에서는 피를 써서 법술을 쓰다 피가 모자라 위기에 처하자 부인이 기지를 발휘해 생리혈을 사용해 강력한 법술을 써서 요괴 잡는데 일조한다.

강시 이외에 사람 몸에 씌인 악귀를 잡을 때는 법술로 악귀의 혼을 끄집어내 봉인하는데 이 부분은 강시물보다는 중국판 엑소시트 느낌 났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괜찮은 게 있다면 몇몇 장면의 촬영 기법과 특정 아이템의 활용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장례식장에서 시체가 시변을 일으켜 강시로 변해 조문객들을 공격하려고 할 때 식장 안 불이 다 꺼지면서 야간 촬영을 하듯 녹색 화면에서 인물들이 움직이는 씬을 넣은 것과 작중 찰리 장의 도술로 부와 링씬이 각각 제천대성, 나타 삼태자로 빙의해 싸울 때 그 직후부터 싸움이 끝날 때까지 오목렌즈로 보는 듯 카메라 시점 자체를 오목하게 만든 게 꽤 인상 깊었다.

그리고 특정 아이템의 활용은 바로 산소마스크인데 등에 산소통 달고 산소마스크 쓰고 강시들이 득실거리는 방송국에 쳐 들어가는 장면이다.

쳐 들어간 다음 얼마 안 있어 산소 마스크 다 벗고 싸움을 해서 잊혀진 아이템이 됐지만.. 강시를 피하기 위해선 숨을 멈춰야 한다는 강시물 전통의 클리셰를 가져와서 산소마스크를 쓸 생각을 한 건 진짜 참신했다.

이건 기존의 강시 영화가 대부분 옛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배경인 지금 밖에 나올 수 없는 활용법이었다.

결론은 평작. 고전 강시 영화의 클리셰를 따왔지만 그것을 파고 들지 않고, 오리지날로 넣은 부분이 뱀파이어, 좀비물인 데다가, 개그, 로맨스, 섹드립에 집착해 강시물로서 밀도가 떨어져 망작 필이 나지만.. 오랜만에 주인공으로 보는 원표와 현대 배경에서 밖에 나올 수 없는 무기/아이템의 활용, 몇몇 장면의 연출, 촬영 기법이 신선하게 다가와서 볼거리가 아주 없는 건 아니라 간신히 평작 정도는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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