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손(2015) 2015년 개봉 영화




2015년에 박재식 감독이 만든 한국산 심령 메디컬 호러 영화.

내용은 세계 최초의 생체 공학 연구 개발을 해서 장기 배양을 시도해 세간의 이목을 끌은 신경외과 전문의 한정우가 병원 원장의 딸이자 아내인 박지현 몰래 동료 의사인 정유경과 불륜 관계에 빠졌는데, 어느날 유경이 자신 앞으로 배달 온 의문의 소포를 정우가 보낸 선물인 줄 알고 만졌다가 사냥 덫에 걸려 손목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고 정우가 어디선가 구해 온 손을 이식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재활 훈련도 끝마쳤지만.. 그 이후 유경의 정신이 이상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머저리와 도둑놈, 천상천하 사대천왕, 파워킹 등 90년대 아동 영화 조연출 출신으로 2000년에 한국 호러 영화의 망작 ‘찍히면 죽는다’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박재식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감독 데뷔작은 2008년작 외톨이다)

신체 절단을 당한 뒤 이식 접합 수술에 성공한 다음 뭔가에 시달려 점점 미쳐가는 설정은 이미 예전에 나온 바 있다.

영화중에서는 1991년작 에릭 레드 감독의 분리인간(원제 보디 파츠)를 예로 들 수 있다. 거기서는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뒤 누군가의 기증으로 신체 이식 수술을 받고 재활을 끝마쳤지만 살인의 환영에 시달리고 전에 없던 폭력성이 생기는 후유증을 겪다가, 자신이 이식 받은 신체의 출처를 파헤치다가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분리인간에서는 신체 기증자의 기억과 습관까지 이식된 이상반응 현상의 총칭 ‘셀롤러 메모리’ 현상을 메인 소재로 삼고 있는데 본작에서도 신체 기증자의 기억이 이식되긴 하지만.. 셀롤러 메모리 현상이란 언급은 없고, 신체 기증자에게 정신과 몸을 완전 점령당하는 느낌으로 사람 자체가 달라져 약간 심령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심령물이란 말이 붙어야 할 정도로 심령색이 강한 건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타인의 의식에 지배당하는 설정이긴 한데 환상/환영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현상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 이것 때문에 심령물이란 키워드를 가져다 쓴 것뿐이다.

쉽게 말하자면, 심령 메디컬 호러에서 ‘심령’은 낚시성 멘트에 불과하다. 견귀의 눈을 이식 받아 귀신을 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팡 브라더스의 2002년작 ‘디 아이’를 생각하고 보면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지구용사 백터맨의 이글로 나왔던 김성수가 남자 주인공 정우로 나오고,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한고은의 첫 영화 주연작이지만.. 그 두 사람은 물론이고 나머지 배우 전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발연기를 선보여 배우들 연기 평균 수준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배우들 연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게 각본의 완성도가 재앙적인 수준으로 낮다는 거다.

일단, 러닝 타임은 무려 2시간이나 되는데 스토리 구성이 너무 허술하고 진행이 난잡하기 짝이 없다.

캐릭터 설정대로라면 정우x유경x지현의 삼각관계에 포커스를 맞춰서 스릴러스럽게 진행해야 되는데.. 여기에 뜬금없이 유경의 여동생 유미를 등장시켜서 스토리가 크게 엇나간다.

유미는 과거 어떤 사건에 의해 눈을 다쳐 시력을 잃었는데 그게 언니 유경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라 등장할 때마다 유경한테 반발하고 쪼느라 정신없다.

유경에 대한 미움 때문에 정우를 인터셉터하려는 기미를 보여서 뭔가 NTR 분위기를 살짝 연출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것 때문에 지현의 존재가 붕 떠버렸다는 거다.

애초에 설정상 최중요 캐릭터인 지현은 초반에 리타이어해서 나오지 않고 막판에 가서야 반전과 함께 초반 퇴장 이유가 밝혀져서 포인트를 완전 잘못 잡았다.

작중 유경과 정우가 붕가붕가할 때도 활짝 열린 문 밖에서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는 역할도 유경이 맡았는데, 아무리 눈이 안 보인다고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 앞에 나타나 가오 잡는 게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애초에 남녀 커플이 다 큰 동생과 한 집에 사는데 한 밤 중에 떡칠 때 문 열어 놓고 떡치는 상황이나, 언니 커플이 떡친다고 문 앞에 와서 우두커니 서 있는 동생이나 뭔가 제정신이 아니다.

배드씬은 정우x지현, 정우x유경으로 서너 번 나오긴 하지만 지금 현재 양산되어 나오는 IPTV용 성인영화보다도 수위가 낮다.

속옷을 입거나, 혹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붕가붕가를 해서 그렇고, 배드씬 연기 자체도 무미건조하게 해서 정사 느낌은 전혀 안 난다.

배드씬이 단지 서비스씬을 위해 넣은 것은 아니고 작중에 던져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배드씬을 통해 드러나서 최소한 뜬금없이 튀어 나온 건 아니지만.. 수위가 워낙 낮아 나오나 마나 한 수준이라, 굳이 이걸 그 키워드를 붕가붕가로 드러내야 했는지는 좀 의문이 든다.

이 작품이 호러 영화로서 볼만한 건 딱 두 장면 정도 밖에 없다. 정확히는, 나름대로 고어한 연출로 심장 이식 수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오프닝과 중후반부에 유경이 업무에 복귀해 성형 수술을 할 때 수술대 위의 환자 얼굴을 난도질하는 씬이다.

하지만 그것도 비포만 살짝 보여주고 애프터는 보여주지 않으며, 심지어 사건의 진범의 최후는 아예 나오지도 않아서 미완성된 느낌이 다분히 든다.

정작 이 작품의 핵심적인 공포 요소가 되어야 할, 신체 이식 수술 이후 ‘내 안의 다른 누군가가 있어.’ 이건 완전 폭망했다.

그게 본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기 때문에 추리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여주인공이 미쳐 가는 과정을 자세히 다루지 않아서 그렇다.

애가 정줄 놓고 헛소리할 때 사단 내는 걸 끝까지 보여주지 않고, 누군가 불쑥 나타나 어깨 잡고 흔들어 제정신 차리는 전개가 자주 나와서 모처럼의 정신 잠식 설정이 팍 죽어 버렸다.

환상이나 환영을 보고 시달리는 장면도 나오지 않아서 작중 여주인공이 느끼는 공포심에 감정을 몰입하기 어렵다.

추리물로서 보자면 더욱 더 꽝인데 작중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고, 스토리 진행 정도에 따라 힌트를 주는 것도 아니며, 영화 거의 끝나갈 때쯤에 ‘실은 내가 범인이랑께!’ 이런 식으로 한 번에 다 밝혀지면서 억지로 이야기를 끼워 맞추고 있어서 도대체 러닝 타임 2시간 동안 뭘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2시간 중에 약 1시간 40분 동안 전혀 그런 기미를 안 보이다가 끝나기 20분 전에 누가 묻지도 않은 거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하고선 신문 기사로는 냉철한 야심가를 연기했다 이렇게 뜨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이건 쉽게 예상이 가서 문제라기보다, 그걸 반전이라고 만든 거냐? 란 의문이 먼저 들 정도로 허술한 거다. 그 반전 같지도 않은 반전 하나 때문에 여주인공이 느껴야 할 심리적 공포를 내다 버려서 신체 이식 소재를 가져다 쓴 의미조차 퇴색했다.

결론은 비추천. 진부한 소재, 허술한 각본, 캐릭터 운용 실패, 배우들의 발연기, 쓸데없이 길기만 한 러닝 타임, 있으나마나한 배드씬, 반전 같지 않은 반전 등등 안 좋은 건 두루 갖춘 작품이다.

작년인 2014년에 ‘터널’이 있다면 올해 2015년에는 ‘검은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나오는 한국 호러 망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유경 역을 맡은 한고은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본작이 60만 관객을 돌파하면 DJ DOC 콘서트에서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추겠다고 흥행 공약을 했지만.. 본작의 최종 흥행 성적은 약 10000명을 조금 넘긴 수준에 그쳤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538950
6429
955221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