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스 (Deliria.1988) 슬래셔 영화




1987년에 미켈레 소아비 감독이 만든 이탈리아산 호러 영화.

원제는 데릴리아. 북미판 제목은 스테이지 프라이트. 프랑스판 제목은 블러디 버드. 스페인/일본판 제목은 아쿠아리우스. 월드 와이드판 제목은 스테이지 프라이트: 아쿠아리우스. 한국판 제목은 아쿠아리스란 이름으로 나왔다.

스티브 마이너 감독의 1986년작 하우스(일본판 제목: 가브린) 때도 그랬지만 일본판 제목을 한국에서 발음 그대로 따온 것 같다.

미켈레 소아비 감독은 좀비 영화 ‘델라모테 델라모레’로 잘 알려져 있고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제자이자 조감독 출신으로 본작은 그의 첫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그 이전의 감독작으로는 뮤직 비디오 ‘더 벨리’와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다큐멘터리 ‘다리오 아르젠토의 공포의 세계’가 있다)

내용은 뮤지컬 리어설을 하다가 발이 삔 알리시아가 동료인 베티와 함께 병원에 갔는데 인근에 병원이 없어 결국 정신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던 중 16명의 배우를 살해한 혐의로 입원한 배우 출신의 연쇄 살인마 어빙 월레스를 봤는데, 월레스가 병원을 탈출해 알리시아 일행의 뒤를 따라와 베티를 무참히 살해하자, 그걸 본 무대 연출자 피터가 그 살인 사건을 연극 홍보에 이용하려고 경찰에 알리지 않은 채 사운드 스테이지의 문을 잠그고 연극 연습을 강행시켰다가 연극 소품으로 쓰던 올빼미 가면을 쓴 월레스에 의해 단원들이 하나 둘씩 살해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출입문이 굳게 잠겨 폐쇄된 공간 속에 연쇄 살인마와 함께 남아서 작중 인물들이 떼몰살 당하는 이야기는, 슬래셔 무비의 클리셰라서 이야기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줄거리와 상황은 진부하고 배우들 연기력도 썩 좋은 수준은 아니라서 어딘지 모르게 싼티가 나지만.. 호러 영화로서는 매우 충실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산 호러 영화답게 당시 기준으로 볼 때 꽤나 잔인한 장면이 속출한다.

남자 여자 안 봐주고 다 무참히 죽이는데 비오는 날 도끼로 입을 찍어 죽이는 것부터 시작해 등 뒤에서 전동 드릴로 배때기를 뚫고, 분리합체 로봇 마냥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키는 등등 화면이 육편이 휘날리며 피로 물든다.

작중 살인마 월레스가 올빼미 가면 소품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것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올빼미 가면이 사람 얼굴 사이즈에 딱 맞는 크기가 아니라 사람 머리보다 더 커서 어깨까지 뒤덮는 대형 사이즈라서 더 눈에 띄었다.

배우 출신의 살인마란 설정만 보면 미치게 된 경위나 과거 회상이 나올 법도 하지만 정작 본편에선 그런 게 일절 나오지 않고 올빼미 가면을 뒤집어 쓴 채로 사람들을 마구 죽이니 오히려 더 존재감이 있다.

작품 내용과 등장인물, 타이틀을 생각해 보면 의도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건 여주인공 알리시아가 홀로 살아남아 살인마 월레스와 대치하는 씬이다. 연극 무대에서 주인공을 집중 조명하는 것처럼 극후반부의 내용이 딱 그렇게 전개된다.

모든 건 극후반부에 나올 여주인공의 대활약을 위한 준비 도구에 지나지 않는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열쇠를 찾아 바닥 아래로 내려간 알리시아와 월레스의 추격전부터 시작해 희생자들의 시체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꾸민 마지막 무대를 배경으로 한 사투, 그리고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을 때 기습적으로 나온 반전과 반전의 이중반전으로 마무리되는 엔딩까지 딱 좋았다.

이 작품이 80년대 당시 기준으로 잔인한 거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보면 그보다 더 잔인한 게 많이 나왔으니 좀 싱겁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극후반부에 나온 스릴 넘치는 전개는 지금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결론은 추천작. 줄거리가 약간 진부하고 배우들이 발연기를 해서 약간 싼티가 나긴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 볼 때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와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충격을 주고, 여주인공과 살인마가 일 대 일 상황이 된 극후반부가 스릴 넘치는 재미가 있어 이탈리아산 호러 영화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미켈레 소아비 감독은 이름 없는 젊은 경찰 역으로 나온다. 카메오 출연작이 꽤 많은데 람베르토 바바 감독의 데몬스 1,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페노메나, 오페라, 샤도우(테네브레)에도 나왔다.

덧붙여 감독 작품으로선 데뷔작인 이 작품과 델라모테 델라모레로 유명하지만.. 그 두 작품 사이에 만든 1989년작 ‘더 쳐치’, 1991년작 ‘더 섹트’는 평이 좋지 않은 영화로 한국에서는 ‘데몬스 3’, ‘데몬스 4’란 제목이 붙어 출시됐다.

한국에서만 억지로 그런 제목이 붙어 출시된 것은 아니고 두 작품 다 처음 출시될 당시 데몬스 3, 데몬스 4로 알려졌는데 미켈레 소아비 감독이 인터뷰에서 시리즈 영화가 아니라고 못을 박고 스승 다리오 아르젠토를 뛰어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팀 아르젠토와 작업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지만 일본, 한국 등등 외국에선 데몬스 3, 4로 출시된 것이다.

공식적인 데몬스 3는 따로 있는데 데몬스 1, 2의 감독인 람베르토 바바 감독이 1988년에 만든 ‘더 오우거: 데몬스 3’다.

델라모테 델라모레 이후에는 가족의 암투병 때문에 휴식기에 들어갔다가 TV업계로 전향해서 2006년에 ‘굿바이 키스’라는 범죄 영화를, 2008년에 ‘블러드 오브 더 루저스’란 전쟁 드라마를 만들었다.

감독보다 조감독으로서의 경력이 더 화려한데 80년대 때는 ‘샤도우’, ‘오페라’, ‘페노메나’, ‘데몬스’, ‘블래스트 파이터’, ‘엔드게임’, ‘바론의 모험’ 등 여러 작품의 조감독을 맡고, 2006년에는 ‘그림 형제’의 조감독을 맡았다.

추가로 북미판 제목인 ‘스테이지 프라이트’의 뜻은 무대공포증으로, 동명의 호러 영화가 많이 있지만 이 작품과의 연관성은 없다.

덧글

  • 먹통XKim 2015/04/20 23:47 # 답글

    그 공식적인 데몬스 3는 정말 졸작이죠...
    오거란 제목으로 국내에 비디오로 나온 거 보고 허?

    알고보니 티브이영화 ㅡ ㅡ
  • 잠뿌리 2015/04/23 00:02 #

    정말 졸작인데 무려 4까지 나왔지요. 쟘비,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도 그렇지만 이탈리아산 좀비 영화 시리즈는 끈질기게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먹통XKim 2015/04/23 00:23 # 답글

    그런데 4는 볼만했습니다...산제물바친다며 고어적 연출로는 확 뜨이니까
  • 잠뿌리 2015/04/23 21:11 #

    이태리산 호러 영화가 작품 자체는 망작이 많아도 고어는 일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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