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성 (1991) 아동 영화




1991년에 최기풍 감독이 만든 아동 영화. 당시 인기 개그맨 이봉원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미라, 정훈, 동혁이 용두산으로 추계 훈련을 갔다가 한 밤 중에 보초를 서던 중 이상한 빛을 발견하고 미라의 주도 하에 조사에 나섰다가 범바위골 동굴 안에서 외계인 과학자 루카스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김청기 감독의 우레매 아류작이다.

작중에 나오는 루카스는 지구로부터 8만 광년 떨어진 아리아 별에서 온 외계인 박사로 악당 죠안나에게 모함을 받아 추방당해 지구로 내려와 999년 동안 동굴에 은신해 살며 초미립자 방출장치를 만들고 에너지 충전물질을 입수해 고향별로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는 존재다.

뭔가 설정은 굉장히 거창하지만 초미립자 방출장치를 가동할 에너지 물질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전혀 나오지 않고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루카스가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기에 미라, 정훈, 동혁에게 에너지 물질을 찾아오면 강력한 힘을 주겠다고 딜을 했지만.. 작중에 일어난 모종의 사건 때문에 에너지 물질을 찾기도 전에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때문이다.

루카스의 힘을 받은 세 아이들이 일렬로 서서 각자 양팔을 펼쳐 하단, 중단, 상단에 맞춰 육망성을 이룬 뒤 ‘삼! 중! 성!’이라고 외치면, 삼중성의 신비한 힘으로 삼위일체하여 우주전사 시그마로 변신한다.

사실 여기서부터 엄청 황당하다. 보통, 아동 영화에서 변신 히어로 설정이 나오면 아이들이 코스츔을 하고 나오거나 혹은 인기 개그맨이 배역을 맡은 동네 바보형이 짠-하고 변신을 하는데.. 여기서는 세 아이가 하나로 뭉쳐서 어른 영웅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시그마는 스턴트맨 출신의 배우 원진이 배역을 맡았는데 화려한 발차기를 구사하며 나름 멋진 액션을 선보이고 무려 처형 BGM까지 있다. (영화 맨 마지막에는 황비홍 불산 무영각까지 쓴다!)

하지만 문제는 시그마의 액션씬이 전체를 통틀어 딱 3번 밖에 안 나온다는 거다. 그 3번 중에 앞의 2번은 정확히 한 번에 30초씩만 나오고, 최종 전투가 죠안나와의 결투인데 이것도 고작 2분 밖에 안 된다.

전체 러닝 타임이 약 90여분에 가까운데 정작 시그마의 액션씬은 3분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그게 왜 그러냐면 애초에 이 작품이 외계 악당과의 사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아서 그렇다.

작품 초반부는 미라를 두고 정훈, 동혁이 티격태격 다투는데 미라가 ‘언젠가 너희 둘 중 한 명은 나랑 결혼하겠지?’라고 대놓고 어장관리하고 화해를 종용하면서 벌이는 명랑물이고, 중반부는 아이들에게 모든 힘을 넘겨주고 지구인이 된 루카스가 999년 동안 동굴에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곰팡이’란 지구 이름을 가지고 지능이 현저히 떨어져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시인처럼 나와서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현대 사회에 적응하는 코믹물이며, 후반부는 곰팡이가 미라네 이모 혜란과 연애 플레그를 성립하지만 죠안나 일당의 표적이 되어 갖은 고생을 다하고 갈등하던 중 최후의 사투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초반부는 그래도 아이들이 주역이지, 중반부에 곰팡이가 나오면서 아이들은 쩌리짱이 된다. 곰팡이가 스토리의 중심에 있고 원 탑 주인공이 된 사이, 아이들은 조연으로 급락해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나오는데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작중 곰팡이는 우레매의 형래와 같은 동네 바보형 타입이지만 외계인으로서 모든 힘을 잃어서 싸움을 못한다. 은행강도나 죠안나 일당에게 신나게 두드려 맞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 뒤늦게 아이들이 나타나 삼중성 합체하여 시그마가 변신해 해결하는 걸 기본 전개로 하고 있다. (시그마의 존재가 완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우레매로 비유하자면 주인공이 형래인데 고뇌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지만, 에스퍼맨으로 변신을 하지 못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주인공에게 위기를 타파할 그 어떤 힘도 않은 것은, 스토리 전반적으로 볼 때 최악의 무리수이며, 변신 히어로물로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엔딩조차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약 2분 동안 시그마한테 쳐 맞던 죠안나는 외계인의 본 모습을 드러낸 뒤 ‘훌륭하다, 시그마. 어디 두고 보자’라는 대사를 남기고는 뿅 사라지고, 초미립자 방출장치 충전을 위한 에너지 물질은 끝까지 나오지 않은 채 곰팡이가 혜란에게 프로포즈 비슷한 걸 하면서 모두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끝난다.

결국 본편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악당 퇴치, 물질 찾기 등의 메인 퀘스트 중 어느 것 하나 완수하지 못한 거다.

결론은 비추천. 변신 히어로물로서의 배경 설정을 다 만들어 놓고 선악 대립 구도까지 분명히 나오지만 정작 스토리 본편에 전혀 반영을 하지 않고, 줄거리에 나온 목표를 상실한 채 주인공을 바꿔 실컷 다른 애기하며 일상물 찍다가 어영부영 끝낸 작품으로 우레매 짝퉁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괴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분장, 소품적인 부분에서 다소 이해가 안 가는 게 많다. 추계 훈련을 가는데 남들 다 멀쩡히 옷 입고 나오는데 정훈, 동혁은 포스 마스크&야구 배트, 양철냄비&검도 스틱을 장비하고 나온다던가, 죠안나의 부하들 디자인이 헬레이저의 핀헤드 머리를 초록색으로 칠한 것과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라는 거다. 햇빛에 약하단 설정이 있어 낮에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검은 중절모, 트렌치코트가 표준 복장이며, 다섯 손가락에 수술용 메스가 달려 있고 수족관 붕어를 끄집어내 혀를 늘려 잡아먹기도 한다.

덧붙여 이봉원이 무늬만 주인공인 곰팡이 역을 맡고 있지만 작중에 상당히 고생을 많이 한다. 은행강도, 죠안나 부하, 죠안나 등 작중에 나온 악역에게 전부 한 번씩 탈탈 털리는데 그 과정에서 달리는 차에 매달리거나, 한 밤 중에 트렁크 차림으로 집 밖에 나가 외계인과 싸우는가 하면 공사장 모래 언덕 절벽 위에서 구르고 떨어지는 것 등등 갖은 온갖 험한 꼴을 다 당한다.



덧글

  • 케이즈 2015/04/01 12:37 # 답글

    그래도 인간 셋이 뭉쳐 일인분이 된다니 재밌는 설정이긴 하네요. ㅎㅎ
  • 잠뿌리 2015/04/02 10:34 #

    그것도 어린 아이 셋이 합체해서 어른 영웅 한 명으로 변신하는 거라 이색적이긴 했는데 평균 전투씬이 30초라 허무했습니다.
  • 티라노레인져 2015/04/01 18:37 # 답글

    어린시절,이봉원씨가 나온다길래 슈퍼홍길동시리즈의 전적이 있어서 기대했다가 정작 변신히어로는 다른 인물이라 매우 의아했던 기억이 나네요ㅎ
  • 잠뿌리 2015/04/02 10:34 #

    변신 히어로는 다른 사람인데 이봉원이 주인공급으로 나와서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죠.
  • 놀이왕 2015/04/01 21:10 # 답글

    영화 개봉 당시 예고편에 외계인들이 경찰 공격하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도망치는 장면과 조안나가 애들을 향해 불을 뿜어대는 장면이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작 본편에서는 시민 도망치는건 삭제됐고 불 나오는 장면은... 좀 줄였더군요..
    그리고 본문에 용두산이라고 나왔는데... 본편에서는 천마산이었습니다.....
  • 잠뿌리 2015/04/02 10:36 #

    실제 다른 산인지 모르겠는데 영화 본편에서는 용두산 범바위골 동굴이라고 언급이 나옵니다. 미라의 이모인 혜란이 납치된 뒤, 곰팡이가 뒤늦게 그 소식을 듣고 미라네 집에 찾아왔을 때 미라네 어머니가 대사로 말하는 부분에 나오지요.
  • 놀이왕 2015/04/02 20:39 #

    잠뿌리님의 답변을 보고 DVD를 다시 보니... 확실히 후반에 용두산 범바위골 동굴이라고 나오네요. 하지만 영화 초반 극기훈련 장면에서는 천마산 안내문이 나왔는데..... 극중에서 산 이름만 다르게 나온걸지도...
  • 잠뿌리 2015/04/04 17:25 #

    본래 이런 류의 영화가 그런 고증은 잘 안 지킵니다. 실제로는 천마산이고 작중 설정으로만 용두산으로 나온 걸수도 있죠 ㅎㅎ 사실 애초에 천마산이든, 용두산이든 간에 초딩들이 하계 수련으로 갈 때는 버스 타고 간 거리를, 나중에는 초딩끼리 몇번이나 산속 동굴을 뒷산 약수터 가듯 찾아가는 걸 보면 말도 안 되죠.
  • 블랙하트 2015/04/02 01:17 # 답글

    아이 여럿이 하나로 뭉쳐서 어른 영웅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의 변신 특촬물이 없었던건 아닙니다. 고르고 13 작가 원작의 일본 특촬물 '초인 바롬'은 소년 2명이 우정 에너지(...)로 합체 변신하여 초인이 된다는 설정이었죠.
  • 잠뿌리 2015/04/02 10:37 #

    소년 2명의 우정 에너지라면 그나마 납득이 갈 만한 설정인데 이 작품에서는 여자 아이가 하나 껴있어 남자 2 여자 1 구성이었죠. 게다가 남자애 둘이 여자애 하나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정작 셋이 합체해서 변신을 하니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 블랙하트 2015/04/03 17:25 #

    '초인 바롬' 관련 영상 입니다.

    http://blog.naver.com/winlord/20028131435

    우리나라에서는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에서 만화판이 '합체초인 파롬'으로 나온적 있었죠.

    http://blog.naver.com/mice3nyc/90031648479
  • 잠뿌리 2015/04/04 17:25 #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만화판으로 나올 정도면 현지에서 꽤 인기있었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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