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용사 이글맨 (1991) 아동 영화




1991년에 조종우 감독이 만든 아동 영화. 당시 인기 개그맨 이봉원이 주연을 맡았다.

본작의 주인공인 이글맨은, DC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 중 하나인 ‘배트맨’ 짝퉁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슈퍼히어로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마스크, 망토를 비롯한 복장은 배트맨 슈트를 베이스로 해서 박쥐 문양 대신 독수리 문양을 박아 넣었다. 복면 측면에는 박쥐 귀 대신 캡틴 아메리카 구형 슈트처럼 독수리 날개를 박아 넣었고, 복면 이마 부분의 문양은 한국 경찰 독수리 문양이다.

배트맨 짝퉁인 만큼 사용 장비도 배트맨의 것과 같다. 배트 부메랑, 갈고리총 등을 사용한다. 근데 본래 배트맨이 불살주의라 아무리 악당이라고 해도 함부로 죽이지 않고 그걸 대표하는 게 총알 대신 갈고리가 날아가는 갈고리총인데.. 본작에선 이글맨이 제트파 두목을 갈고리총으로 쏴 죽인다. (갈고리가 박혀 사망)

외형은 짝퉁이고 설정은 미묘하게 뒤틀려 있는데 이글맨의 정체는 오히려 배트맨과 전혀 다르다.

배트맨의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사회적인 신분은 재벌이었지만, 본작의 주인공 노철민의 직업은 사진작가로 주위로부터 좀 바보 취급 받지만 사진 하나는 잘 찍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문사 편집장의 후배로 이기자의 카메라맨 셔틀 역을 맡고 있다. 슈퍼맨 클락 켄트의 열화 버전 같다고 할까나.

사건 현장에 있다가도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을 때 짠하고 나타나 악당들을 관광 태우고 떠났다가 다시 노 작가로 돌아오는 것 등을 보면 더욱 슈퍼맨스럽다.

근데 본편 스토리는 또 배트맨을 따라가고 있다. (정확히는 팀 버튼의 배트맨 1)

쓸데없이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위험을 자처하는 여기자와 그런 그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는 독수리 가면의 사나이. 그리고 범죄 조직과의 한판 승부 벌이는 것 등등 어디선가 본 듯한 게 자꾸 나와 데자뷰 현상이 벌어진다.

다만, 조커나 펭귄 같은 걸출한 악당은 나오지 않는다.

본작의 악당은 제트파로 하얀 봉다리에 눈구멍 뚫고 이마에 Z표시를 새겨 넣은 허접한 복면을 뒤집어 쓴 일당을 수하로 둔 범죄 조직인데.. 조직 보스는 막판에 가서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이거 드립친 거 이외에 아무런 존재감이 없고, 조직 간부인 ‘코브라’, ‘킬러 장’, ‘오소’도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코브라는 본작의 오프닝에서 가발을 쓰고 나와 쌍검을 들고 이글맨과 싸우다가 관광 당하는 이름 모를 악역으로 나왔다가, 본편 중반부에 제트파 조직 간부로 나오는데.. 멀쩡히 액션 잘 하다가 바람총을 쏴서 바늘침을 날려 암살한다거나, 빌딩 위에서 M-16 기관총으로 저격을 시도하는 황당한 공격을 가한다.

킬러 장은 일본도 들고 나와 이글맨과 싸우다가, 수틀리니까 품에서 M-16 기관총을 꺼내 뚜루루 갈기다 뒤늦게 사건 현장에 도착한 오형사와 총격전을 벌인 끝에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건넌다.

오소는 악당들 중에 홍일점인데 선글라스 끼고 나와 가오 잡고 이기자 납치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 채 골로 간다.

부하 조직원 공식 유니폼은 허접하고, 조직 간부나 보스는 폼만 잔뜩 잡지 빌런으로서 활약을 못한다.

이 작품이 그나마 괜찮은 게 있다면 아동 영화치고 액션 밀도가 높다는 거다. 권각술을 주고받는 액션씬만 보면 아동 영화가 아니라 홍콩 액션 영화 마이너 버전 보는 것 같다.

권각술을 펼치는 격투 액션은 괜찮지만 총격씬은 별로다. 이게 악당들이 M-16, 서브 머신건 같은 거 마구 쏘아대면 이글맨이 됐든, 오형사가 됐든 회피 기동을 발휘해 옆으로 덤블링을 하며 피하기 때문에 게임 감각으로 찍어서 그렇다. (이 부분은 완전 ‘카발’이 따로 없었다)

본편 내용 자체가 배트맨 아류작이라 개그씬도 생각보다 잘 안 나온다. 옛날에 장닭으로 인기를 얻었던 故 정명원이 배역을 맡은 구두닦이 소년이 껄렁 개그를 선보인다든가, 노 작가 배역을 맡은 이봉원이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바보 연기를 하는 것 이외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다.

개그맨 최영준, 이문수도 나오지만 아주 짧지만 원샷을 받은 故 정명원보다도 더 비중이 낮아서 하는 일이 없다.

내용도 은근히 좀 암울한 구석이 있다. 제트파의 조직원 창배가 조직을 배신하고 오형사와 협력해서 쫓기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게 나와서 그렇다. (근데 사실 이건 주인공 이글맨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메인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라 스토리 전개상 굳이 안 나와도 됐을 내용이란 게 함정이다)

아동 영화란 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많다. 이기자가 뜬금없이 범죄 조직을 찾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해 사건 현장에서 이글맨이 등장하기 위해 노 작가가 잠시 퇴장하는 씬을 엄청 어색하고 티나게 만들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이 작품은 겨울에 촬영했기 때문에 배경에 눈이 많이 보인다는 거다. 보통 아동 영화는 어지간해선 겨울 배경으로 찍지 않아서 좀 특이해 보이긴 했다.

결론은 비추천. 배트맨의 박쥐를 독수리로 바꿔 카피한 짝퉁 영화로 격투 액션은 볼만하지만 총격씬이 허접하고 인기 개그맨을 기용했는데 웃음기가 전혀 없고, 본편 스토리 자체가 배트맨을 모방한 거라 아동용이라고 하기도 좀 그래서 컨셉도 잘못 잡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무려 3부작 기획이었다. 2탄은 스피드 머신 탄생편. 3탄은 최후의 대결편인데 만약 이 작품이 3탄까지 예정대로 다 나왔다면 2탄에서 배트모빌 짝퉁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덧글

  • rumic71 2015/03/28 16:59 # 답글

    M-16은 기관총이 아닙니다. 월남에서 실제 저격용으로 쓰이기도 했고.
  • 잠뿌리 2015/03/28 21:47 #

    rumic71/ M-16의 정확한 분류는 돌격소총이죠. 당시엔 전문 저격총이 흔치 않았을 테니 돌격 소총에 스코프 달아서 저격용으로 쓰긴 했을 겁니다. 현대전에서 돌격 소총의 조건은 휴대 가능한 무게에 연사가 가능한 것이라 자동사격모드가 있어서 거의 기관총으로 알려진 것일 테고요. 근데 이 영화에서는 악당 A가 건물 위에서 M-16으로 저격할 때 스코프도 안 쓰고 단발 사격을 하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의 지상에 있는 악당 B는 똑같은 M-16으로 기관총 사격을 가해서 좀 황당했습니다
  • rumic71 2015/03/29 11:31 #

    고르고-13도 스코프 없이 M16으로 저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뭐 창작 아니냐면 그걸로 끝이지만.
  • Fug 2015/03/28 21:44 # 답글

    사진이라면 오히려 스파이더맨이 생각나네요.
  • 잠뿌리 2015/03/28 21:48 #

    네. 처음에는 살짝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작중에선 여기자 따라다니면서 카메라맨 셔틀 되는 거라 스파이더맨보다 더 안습이었습니다.
  • Fug 2015/03/28 21:51 #

    배트맨 짝퉁이란것도 안습한데..
    ㅋㅋㅋ
  • 지녀 2015/03/28 21:59 # 답글

    M-16이면 300미터 안쪽이면 스코프 없어도 충분히 저격용으로 쓸만하죠.
    저는 100미터 안쪽이라면 총알을 맞고 죽지 않는 능력이라도 있지 않으면 무조건 사살할 자신있...
  • 잠뿌리 2015/03/28 22:22 #

    작중에 저격 당해서 총알 한 방 맞는데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괜찮냐는 히로인의 물음에 '이글맨은 불사신이요' 이런 대사를 날리곤 사라졌다가, 노 작가 모습으로 다시 나올 때는 팔 아프다고 잉잉 거렸죠 ㅋ (죽는 건 고사하고 그냥 팔 좀 아픈 수준..)
  • 잠본이 2015/03/28 23:51 # 답글

    사진셔틀이란 점에선 지미 올슨이 히어로 되는 느낌(...?)
    곰팽이 이봉원씨의 유일한 히어로물인데 졸작이라니 안타깝군요ㅠㅠ
  • 잠뿌리 2015/03/29 01:22 #

    아. 이봉원씨 나오는 히어로물이라면 추가로 슈퍼 홍길동 5탄, 6탄, 삼중성이 있습니다. ㅎㅎ
  • 잠본이 2015/03/29 17:41 #

    아참 그것들도 있었군요.
  • 놀이왕 2015/03/30 17:11 # 답글

    극중 스턴트맨 임준혁(실사판 북두의 권의 싱)씨가 맡았던 오프닝에서 이글맨한테 털린 쌍칼든 남자와 코브라가 머리색과 사용하는 무기, 말투(정확히는 성우 더빙)도 달라서 1인 2역 했다고 생각했는데.... 둘다 동일인물이었습니까?! 몰랐네요...(사실 임준혁씨는 반달가면 4탄에서도 악역 검은모자, 마피아 빅보이의 부하 이렇게 1인 2역으로 출연했었죠..)
  • 잠뿌리 2015/04/02 10:31 #

    네. 동일인물입니다. 자세히 보면 얼굴이 똑같죠 ㅎㅎ 근데 사실 본편보다 오프닝에 나온 게 그나마 나았습니다. 오프닝에서는 쌍칼 들고 이글맨하고 싸웠지만 본편에서는 쪼매난 단검 들고 싸웠고 그전에 쓰던 바람총도 생뚱 맞은 무기였지요. 정장 쫙 차려입고 선글라스 낀 악당이 디아3 부두술사 마냥 바람총을 쏘니..
  • 일급짝퉁 2018/02/24 13:55 # 삭제 답글

    여기서나오던 이기자?여자분 예쁘던데 뭘하고계시려나그때 재밌게봤는데 어릴때 ㅋㅋㅋ
  • 잠뿌리 2018/03/01 10:46 #

    필모 그래피를 보면 1993년에 물랭 루즈가 마지막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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