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The Pyramid.2014) 페이크 다큐멘터리




2014년에 그레고리 르바서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2013년 8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사막에서 마일즈 홀든 박사가 이끄는 고고학 팀이 정부에 지원을 받아 아크나톤 왕의 피라미드를 찾던 중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한 고대 피라미드를 발견했는데, 카이로에서 폭동이 일어나 탐사가 중단되고 철수 명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탐사용 로봇 쇼티를 유적 안에 들여보냈다가 사라지자 팀원 전원이 그걸 찾으러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사막의 피라미드 고고학자 팀이 인공위성 기술을 사용하고, 나사의 화상 탐사기와 같은 디자인을 했다는 탐사용 로봇 등 미래의 기술로 과거를 파헤친다는 작중 대사에 충실한 최첨단 설정이 나온다.

하지만 그 설정은 그냥 배경에 깔고 들어가는 것뿐이다. 인공위성 기술은 사실 이런 게 있다 정도만 언급되는 수준이고 탐사 로봇 쇼티는 사건의 발단 역할 밖에 못 한다.

이 작품의 장르는 기본적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파운드 풋티지다. 고고학자+촬영 팀이 같이 움직이면서 작중에 벌어지는 사건을 리얼 타임으로 카메라 안에 담는다.

초반 분위기는 논픽션에 비교적 충실하게 나간다. 피라미드 안에 갇혀 고립된 채 같은 곳을 맴돌다가 천장이 무너지거나 지반이 무너져 내리는 등 배경과 매치가 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고대 유적의 트랩이라고 하기에는 좀 허접하기 짝이 없지만 그 때문에 가공의 느낌이 없어 어느 정도 현실감을 확보했다. (천장이나 지반 무너져 사고 당하는 건 현실에도 있을 법한 일이니까)

그런데 중반부부터 피라미드 안에 사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단숨에 픽션으로 전환한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고 1000년 동안 살았다는 무리한 설정의 스핑크스 고양이가 우르르 몰려나와 공격하는 것부터 시작해 인간 사이즈의 아누비스가 나타나 산 사람을 붙잡아 모탈컴뱃 페이탈리티마냥 심장을 뽑아 명계의 심판을 가한다.

기존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도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긴 하지만, 보통은 클라이막스씬에서 실체를 확실히 보여주지 그전부터 대놓고 보여주지 않는데 본작은 너무 성급하게 실체를 드러내 몰입도가 뚝 떨어진다.

카이로에서 갑자기 발생한 폭동, 피라미드 문을 처음 개방했을 때 나온 진균에 의한 전염병, 프리메이슨의 흔적, 스핑크스 고양이와 아누비스의 내분, 라스트씬에서 뜬금없이 등장한 소년 등등 이것저것 떡밥은 던져놨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회수되지 못한 게 너무 많다.

명색이 피라미드 배경인데 아예 나오지도 못한 떡밥도 있다. 미이라, 왕의 무덤 등인데 고대인이 싸운 흔적(무기 발견)과 오시리스의 심판 벽화 등의 소품으로 퉁치고 넘어간다.

현존 인류가 발굴하지 못한 고대의 피라미드란 거창한 설정과 달리 무대 스케일이 한없이 작아 피라미드 내부에서 주인공 일행이 움직이는 동선이 굉장히 짧고 행동반경이 좁아 터져서 뭔가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끝을 향해 나아간다.

출현 배우 중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다들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발연기를 선보이며 대사 수준 자체가 떨어지고 상황 자체도 부자연스러운 게 많아 전반적인 각본 퀼리티가 바닥을 긴다.

대사 중에선 이집트 로봇 학자 동료한테 이집트 콩 냄새 드립치는 거랑 상황 중에선 아누비스한테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배경 떡밥 회수하겠답시고 양피지에 있는 거 일일이 다 읽고 벽화 내용 해석하던 전개가 최악이었다(그럴 시간에 도망을 치라고, 도망을! 이게 무슨 윳쿠리냐? 느긋하게 있으라고?)

이게 만약 무명 감독의 TV 비디오용 영화라면 딱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무려 20세기 폭스에서 배급한 극장용 영화다. (제작사는 실버스타 미디어와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

결론은 비추천. 최첨단 과학 기술로 고대 유적을 발굴한다는 배경 설정이 그럴 듯 했지만 실제 영화 본편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못했고, 초자연적인 존재를 너무 빨리 등판시켜서 분위기를 망쳤으며, 배우들의 발연기와 수준 낮은 각본이 안 좋은 의미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폭망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65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어 14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 개봉 직후 589개 극장에서 상영했고 투자자들은 미국 현지 흥행을 28000달러로 예상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1400만 달러로 반타작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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