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튜디오 짭쪼롬 (2013) 2020년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97480&weekday=fri&page=7 

2013년에 오묘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해 전 66화로 완결한 일상 시트콤 만화.

내용은 사장인 아버지 빽으로 회사에 입사해 대리가 된 정토근이 아버지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와 옥탑방 월세방을 얻어 그림 작업실 차렸다가, 동창회에서 10년 전에 친하게 지냈던 이소낙과 재회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녀와 같이 작업실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토근, 이소낙, 윤강, 윤나무, 서진국 등 다섯 명의 캐릭터가 레귤러 멤버로 날이면 날마다 정토근/이소낙이 함께 사는 옥탑방 작업실 스튜디오 달콤에 모여서 노는 게 주된 내용이다.

작화는 전반적으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녀 만화풍에 컷 구성도 안정감 있으며, 컬러도 밝은 색이라 보기 편하다. 작중에 나오는 글자도 폰트를 넣은 게 아니라 직접 쓴 손글씨를 넣었고 배경도 작품 분위기에 맞게 직접 그려 넣었기 때문에 디테일이 살아 있다.

스토리는 주인공 토근이 세상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무작정 독립생활을 하면서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 조금씩 성장해 나가며 꿈을 이루고 이소낙과 맺어진다!

줄거리만 보면 이렇게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엇나갔다.

윤강의 수험, 진로 고민, 나무의 짝사랑, 진국의 취업, 소낙이 숨기고 있는 비밀, 토근이 독립한 사정 등 각 캐릭터당 하나씩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데 그게 한데 어우러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각자 따로 노는 경향이 강하다. 주인공인 토근이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중심에서 벗어나 바깥 쪽에서 관전하고 있다.

조언을 하거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이외에는 토근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소낙도 마찬가지다.

세심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지만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연결 고리가 부족해서 아틀라스의 게임 ‘페르소나’에 비유하면 커뮤니티가 랭크업하는 느낌이 안 든다.

거기다 사실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은 토근과 소낙의 로맨스라서 후반부에 이쪽 이야기가 메인으로 거듭나면서 기존의 다른 캐릭터들은 완전 묻혀 버린다.

캐릭터를 하나씩 놓고 보면 분명 귀엽고 매력적이지만 맡은 바 역할이란 게 마땅히 없이 놀고먹다가 썰만 풀다 끝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만화 소개는 유쾌한 일상 시트콤인데 정작 썰의 내용은 모두 하나 같이 무거워서 썰 풀 때랑 안 풀 때의 온도 차가 크다. (제목은 스튜디오 짭쪼름인데 내용은 스튜디오 씁쓰름이다)

근데 심지어 그런 썰도 못 풀고 퇴장한 캐릭터도 있다. 정요한은 윤나무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이니 그 에피소드가 끝난 시점에 퇴장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쳐도, 천안시, 유치원 교사는 에피소드적으로 누구하고도 엮이지 않아서 왜 나왔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토근도 주인공인데 본인 에피소드가 설정만 있지 스토리는 거의 없다 시피 하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독립한 것인데.. 작품 전반에 걸쳐 노는데 바쁘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9화, 22화를 보면 토근이 그림의 매력에 푹 빠지는 컷이 나와 연출을 상당히 잘했는데 그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가 되지 못하고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난다.

캐릭터 성격상 멘탈이 워낙 약해 끈기 있게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마지막에 가서도 그림에 대한 꿈을 너무나 쉽게 포기해 버려서 정체성을 상실했다.

애초에 소낙과 동거하게 된 이유가 돈 문제 이전에 그림을 배우기 위해서인데, 작중에서 그림을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 소낙도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서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주인공 캐릭터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사실을 반증한다.

유일하게 스토리의 중심에 다가가 있으면서 본인 에피소드의 밀도도 높은 건 히로인 이소낙이다.

이 작품은 사실상 이소낙 보는 재미가 전체 재미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용어로 이소낙이 하드 캐리하고 있다.

귀여운 외모, 넘치는 애교, 타고난 유머감각, 적절한 리액션, 절묘한 밀당, 강한 멘탈, 숨은 사연, 애틋한 사랑의 감정 등 매력적인 요소가 넘쳐흘러 한국 웹툰 사상 역대급 히로인으로 손에 꼽을 만하다.

실제로 본편의 시작과 끝은 이소낙 에피소드로 장식하고 있으며, 이소낙 에피소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중반부 이후로 본작의 스토리가 본 궤도에 올라간다. 에피소드 분량도 많이 할당 받아 처음 나온 이후 최종화까지 쭉 나간다.

아쉬운 건 이소낙의 쌍둥이 동생인 이슬비가 너무 쩌리로 나온다는 거다. 쌍둥이 반전이 중요한 설정이고 토근을 향한 이슬비의 애정도 진심인데 후반부의 급전개로 졸지에 가해자가 됐다.

중요 반전이 드러난 순간에도 이슬비 분량이 전혀 없어, 이슬비가 가진 감정선을 타기도 전에 단칼에 잘라 버려 이소낙 루트의 끝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어쩐지 주인공과 히로인의 연애를 방해하는 미운 역할을 맡았다.

사실 본작은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한해서 맺고 끝내는 게 명확하다. 두 사람의 사랑에 그 어떤 방해 요소도 없다. 정확히는, 남자 주인공이 아무리 성장을 못한 잉여라고 해도 사랑에 있어선 과감한 결단력을 보인다는 거다.

자신에게 호의를 품은 듯한 보육원 교사와 前 여자친구 혜미, 심지어 10년 전 연모했던 이슬비까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 잘라내고 심지어 자신의 마음의 상처까지 털어 버리고 몇 번이나 실패한 고백을 다시 해 기어이 커플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 주인공의 하렘 또는 여자 주인공의 어장 관리로 사랑의 번뇌를 벗지 못해 혼돈의 카오스에 빠지는 기존의 로맨스물과 또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급전개의 여파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쌍둥이 반전이 드러나는 것부터 시작해 그때부터 최종화까지 단 10화만에 이야기를 완전 끝내 버려서 그렇다. (게다가 최종화 바로 전에는 토근이 집에서 1년간의 유예 기간을 허락 받았는데, 최종화가 1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스타트 버튼 눌러 동영상 스킵한 기분이다)

결론은 평작.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디테일한 배경 등 작가 본인의 개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안정감도 갖춘 밀도 높은 작화와 세심한 심리 묘사, 매력적인 캐릭터 등등 재료는 튼실하지만.. 캐릭터가 다들 따로 놀아서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는 느낌이 강하고 유쾌한 분위기와 달리 본편 내용이 꽤 무거워 온도 차이가 크며 전반적인 스토리의 밀도가 떨어져 감칠맛이 없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 작품이다.

그래도 웹툰 사상 역대급 히로인이 하드 캐리하고 있어 히로인 보는 재미로 끝까지 볼 수는 있다.

달콤한 이야기의 천국인줄 알고 와봤더니, 실은 인생의 쓴맛과 무거움의 지옥 구렁텅이라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러고 있는데 구덩이 위 저편에서 대자대비하신 이소낙 여신님이 미소를 지으시며 동아줄을 내려주시는, 그런 느낌이랄까.



덧글

  • 피쉬 2015/03/15 07:09 # 답글

    작가가 연애애 대해서 20대 초반에 가지는 달달한 감정만을 내새우는거 같아서 초반에 몇편 보다 말았습니다
  • 잠뿌리 2015/03/15 21:36 #

    처음에 보다 보면 달달한데 의외로 본편 내용 자체는 시리어스한 구석이 많습니다. 달달한 게 씁쓸한 맛이 되지요.
  • 라비안로즈 2015/03/15 09:56 # 답글

    저도 보다가 이걸 내가 왜 보고 있지? 하면서 근데 그렇게 완전 못봐주겠다 싶은건 아니긴 해서 봤습니다만..
    그냥 좀 씁쓸한 스토리 전개는 맞다 싶더라구요.. ㅜㅜ 답답하면서도 간질 간질한 느낌이랄까요
  • 잠뿌리 2015/03/15 21:36 #

    스튜디오 달콤이 아니라 완전 스튜디오 씁쓸함이었습니다.
  • Sakiel 2015/03/15 10:40 # 답글

    전작에선 마지막 에피소드 말고는 전체적으로 연애에 대해서 현실적으로도 잘 묘사했고 좋은 편이었는데 작가 자체가 마무리가 어설픈 게 아닌가 싶은 느낌입니다.

    히로인 하나는 무지막지하게 잘 뽑혔지만...
  • 잠뿌리 2015/03/15 21:37 #

    이번 작은 막판에 너무 급전개로 가서 결말을 내버렸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장편물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5/03/19 00:59 # 답글

    [아는 사람 이야기]도 이정아 에피소드 다음에 중간 쉬어가는 에피소드와 마지막 파트인 한여름 에피소드가 좀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한가 보군요.;;
  • 잠뿌리 2015/03/21 09:39 #

    그래도 이 작품보다 아는 이야기가 더 평가가 좋더군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언제 한 번 봐야겠습니다.
  • 먹통XKim 2015/03/19 22:04 # 답글

    작가가 마무리를 못 내는 듯...연이어 이러니
  • 잠뿌리 2015/03/21 09:39 #

    장편물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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