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THE ANIMATION (ピンポン THE ANIMATION 2014) 2020년 애니메이션




1996년에 소학관의 만화잡지 ‘주간 빅 코믹 스피리츠’에서 연재를 시작해 1997년에 전 5권으로 완결한 마츠모토 타이요 원작 만화를, 2014년에 타츠노코 프로덕션에서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로 잘 알려진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이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후지 TV의 노이타미나에서 방영해 전 11화로 종영된 스포츠 애니메이션.

내용은 카타세 고등학교 탁구부 신입 부원인 호시노 유타카는 페코라 불리는데 탁구를 잘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며 자만하고, 스마일이라는 별명과 달리 웃는 법이 없이 과묵한 츠키모토 마코토와 함께 중국인 유학생 탁구 실력자 콩 웽거의 소문을 듣고 츠치도 학원을 찾아갔다가 대패했는데.. 탁구 강호로 소문난 카이오우 학원의 탁구부 주장 카자마 류이치가 찾아와 스마일을 스카웃하려는 가운데, 탁구부 코치 코이즈미가 본격적으로 스마일을 단련시키고 페코가 방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1996년에 나왔지만 본작은 2014년에 나와서 원작으로부터 무려 18년 만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자잘한 부분에서 원작과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본작을 만든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이 원작 만화가 연재될 당시부터 즐겨 본 애독자였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직접 각본을 맡아서 원작 재현율이 매우 높다.

일단 원작과의 차이점은 탁구 공식 룰이 변경되어 1게임 21점제에서 1게임 11점제 승리가 됐고, 카자마 류이치의 할아버지, 정혼자 유리에, 콩의 어머니 등 신 캐릭터가 추가됐으며, 스마일이 혼자 있을 때 항상 가지고 노는 루빅스 큐브가 휴대용 게임기로 변경, 고이즈미 감독의 나이가 62세에서 72세로 변경. 페코가 어렸을 때부터 사용해온 라켓을 학교 소각로에 버렸던 게 애니판에서는 바다에 버리는 걸로 나온다. (1990년대 일본의 학교에는 소각로가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로 폐지되어서 바뀐 부분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던진 떡밥이 최종화의 라스트씬에서 회수될 때 전율을 느꼈다)

위에 언급한 부분을 제외하면 원작과 동일한 스토리로 진행된다.

이 작품은 스토리의 밀도가 굉장히 높으면서 기존의 스포츠물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스포츠물하면 어느 한 분야의 최강을 목표로 한 걸 기본으로 하고 있고 인터하이 최강 혹은 더 나아가 세계 챔피언을 골인 지점으로 삼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본작의 테마는 1인자의 영광, 명예, 달성감 같은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페코와 스마일의 인연이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두 사람은 타고난 재능과 막강한 탁구 실력을 지녔지만 서로 1인자가 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며, 탁구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이 과정이나 결과가 매우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페코와 스마일을 중심으로 스토리 설계를 매우 잘해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암시를 깔아 놓고 복선을 던졌다가, 나중에 그걸 다 회수해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로 짜 맞춰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츠키모토가 과묵한 성격인데 왜 스마일이라 불리는지, 페코와 스마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마일이 말하는 언제나 위기 때 나타나는 히어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모든 의문이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풀리면서 텐션을 급격히 올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율하게 만든다.(스마일이 말하는 히어로의 정체는 누군지 쉽게 예상이 갔지만 그 진실이 밝혀진 순간의 연출이 끝내줬다)

기본적으로 페코와 스마일의 투 탑 주인공 체재로 진행되지만, 사쿠마, 카자마 류이치, 콩 웨거 등 다른 캐릭터 역시 각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페코, 스마일과 엮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깊이를 더해준다.

최강자로서 그 부담감 때문에 연습에 몰두하며 경기 전에는 항상 화장실 개인실에 혼자 들어가 마음을 정리하고 류이치와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가 류이치에게 패한 뒤 학원에 남아 탁구를 가르치면서 인간미를 되찾은 콩은 페코, 스마일과는 또 다른 의미의 대비를 이룬다.

캐릭터 외적으로 보면,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대놓고 이야기하며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기존의 스포츠물에서 잘 다루지 않거나 우회적으로 묘사한 걸 여기선 직설 화법으로 이야기해서 현실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줘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걸 위해 사쿠마란 캐릭터가 존재하는데 페코, 스마일의 친구이자 류이치의 후배로서 다양한 갈등 관계를 이루면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화는 원작의 화풍을 그대로 살렸다. 언뜻 보면 미려한 그림체는 아니지만, 원작 작가만의 고유한 개성이 있는 극화풍의 그림체다.

근데 단순히 화풍만 옮겨 온 게 아니다.

탁구 경기를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묘사한 원작의 그림 연출과 원작자 전매특허인 어안렌즈과 광각렌즈를 사용한 원근법을 이용해 탁구하는 두 사람을 한 화면에 담은 기법 등 기술적인 부분까지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옮겨왔다.

거기에 만화처럼 컷 구성을 넣어 컷 그림이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 가볍게 그은 펜선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듯한 화면 연출을 넣는 등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본작 만의 고유한 연출이 난무한다.

탁구 경기의 속도감과 박력은 화가 거듭날수록 더욱 커지는데 페코 VS 류이치, 페코 VS 스마일로 이어지는 10화, 11화의 탁구 경기는 엄청나게 파워풀하다.

그야말로 TV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그림체만 보고 내 취향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취향의 문제를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대단한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성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음악도 굉장히 좋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음악을 넣어야 할지 그 타이밍을 매우 잘 잡기도 했고, 음악 자체의 완성도도 높다. (특히 ‘Hero Appears’, ‘Hero Theme’가 가장 좋았다)

결론은 추천작. 원작 그림체와 기법을 애니메이션에 고스란히 옮기면서 성우의 열연, 완성도 높은 음악, 감독의 연출력이 뒷받침을 해줘 원작의 느낌을 120% 살려낸 작품으로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 중에 최고로 손에 꼽을 만 하다. 그와 동시에 기존에 나온 TV 애니메이션에서 결코 보지 못했던, 본작 특유의 애니메이션 기법이 많이 들어가 있어 그야말로 신기원을 이루어 TV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작이다.

개인적으로 2014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에 꼽고 싶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중국 유학생인 콩 웽거와 그의 코치 보이스는 실제 중국인 성우를 기용해 더빙했다.

덧붙여 이 작품의 원작 만화는 1997년, 1998년에 각각 한번씩 총 두 번에 걸쳐 ‘데즈카 오사무 만화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아쉽게도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한국에서는 원작이 나온 지 10년 후인 2006년에 애니북스를 통해 전 5권 완결로 정식 발매됐다.

추가로 2002년에 소리 후미히코 감독이 만든 실사 영화판은 제 20회 골든 그로스상에서 특별상인 ‘골든 그로스 화제상’을 수상했다.



덧글

  • Scarlett 2015/03/13 11:44 # 답글

    참으로 오랜만에 재밌게 본 스포츠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비교적 주목을 덜 받으니 안타깝더군요. 그림체가 모에계 스타일이 아니라서....그림체 장벽만 아니었다면왠만한 여타 스포츠물의 인기를 제칠 수 있었을텐데.... 전 이 그림체도 좋지만요^^;
  • 잠뿌리 2015/03/15 21:30 #

    원작자만의 고유한 개성과 색체가 느껴지는 좋은 그림체지요. 현대의 일본 TV 애니 그림체는 모에계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새삼스레 알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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