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코믹스] 야수의 노래 (2014) 2019년 웹툰





2014년에 YOON 작가가 글, 라쿤 작가가 그림을 맡아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5년 3월을 기준으로 35화까지 올라온 판타지 만화.

내용은 부모님을 여의고 여동생 윤슬과 단 둘이 살던 윤호가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살아있는 인간의 몸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시왕국에 가서, 동생이 기다리는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작가 기획 의도를 보면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를 보고 한국 신화에 관심이 생겨서 그쪽을 파고들어 한국 신화/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형 판타지를 만들었다.

시왕국은 본작의 오리지날 세계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어 죽은 이의 영혼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으로, 일종의 연옥과 같은 곳인데 복색이나 분위기를 보면 삼국시대를 연상시킨다.

어디까지나 시왕국이 주 무대라서 한국 설화의 현대적인 재해석이란 말은 어폐가 있고, 오히려 작중에 나온 아이템, 장비, 스킬을 보면 게임 판타지 느낌도 살짝 난다.

시왕국 주민은 신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능력 소비 포인트이자 화폐의 역할도 하고 신력이 다 떨어지면 소멸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신력을 회복할 수 있고 그 이외에 회복 아이템을 복용하면 된다는 설정은 RPG 게임의 HP/MP 같다.

시왕국에서 문도령과 합류하여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윤호,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죽임을 당해 지옥에 떨어진 나승리, 이승에 있는 저승 삼차사(강님도령, 일직차사, 월직차사)들과 함께 살게 된 윤슬 등 크게 세 사람의 시점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나뉜 세 가지 시점이 하나로 이어졌을 때가 비로서 스토리가 본 궤도에 오른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게 소설이라면 또 몰라도, 만화로 보기에는 속도감이 굉장히 떨어진다.

나승리의 지옥 파트는 몇 번 나오지 않고 윤호의 시왕국, 윤슬의 이승에 서로 엇갈린 상태로 번갈아 나오니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거기다 시왕국, 저승, 이승 등 삼계를 합치면 분명 스케일이 엄청 클 것 같은데 분산된 시선에서 하는 이야기의 배경이 극히 좁은 관계로 도리어 스케일이 엄청 작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게 이승에서의 등장 인물 행동 반경은 학교와 윤호 남매의 집. 단 두 곳에 한정되어 있고, 저승은 아직 배 타고 가는 중이라 시작도 안 했으며, 시왕국은 RPG 게임으로 치면 이제 겨우 마을 하나 나오고 산적과 싸우고 시험장 들어간 거라 그렇다.

타이틀 야수의 노래에서 야수는 요괴와 짐승을 구분하기 전에 모든 미물을 지칭하는 단어로, 이게 곧 사건의 흑막으로 12지신이 존재하며 염라국의 저승차사와 대립했는데 그런 거창한 설정에 비해 비중이 그리 높지가 않다.

스토리 전개가 너무 느려서 흑막 떡밥도 잊을 만하면 조금씩 풀어놔서 그런 거다.

근데 이게 이승, 시왕국, 저승과 함께 나승리, 윤호, 윤슬 등 세 사람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 설정이기 때문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 윤호는 소년 만화의 왕도적 주인공으로 학교에선 불량 학생으로 낙인 찍혔지만 가족과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감까지 갖춘 캐릭터인데 너무 왕도 지향적이라서 오히려 몰개성하다.

사용하는 기술이나 무기, 장비, 전투 스타일 등등 뭐 하나 특정 지어진 게 없어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눈치 없고 오지랖이 넓어서 항상 사건에 휘말리는 건 좀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오히려 특정 기술을 사용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 저승차사나 문도령 같은 신들이다. 그걸 보면 주인공도 언젠가 그런 경지에 도달하겠지만 전개가 느린데 세 가지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니 기약이 없다.

작가의 기획 의도를 보면 재미있는 소년 만화를 만들고 싶고 그래서 소년 만화의 클리셰가 종종 나온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소년 만화의 빠른 템포를 익히고 주인공 중심의 스토리로 몰입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시점이 나뉘는 것은 주인공이 어느 정도 존재감을 드러내 정착한 다음에도 늦지 않는다. 블리치, 원피스 나루토 같은 소년 만화의 대표작들도 초반부에 주인공의 내실을 충분히 다져놨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작화는 평범한 편이다. 캐릭터, 배경, 컬러 다 평범해서 이렇다 할 특색은 없다. 단, 일부 풍경을 묘사할 때 컷을 좀 크게 그릴 때는 약 두 컷 분량을 합쳐 놓고 아예 그 부분만 그림 방향을 반전시켜 세로 방향으로 길게 보여준 건 인상적이었다.

판타지 액션 만화를 표방하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액션씬이 적게 들어가 있고, 액션 묘사의 밀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본작의 스토리 부분에 남겨진 숙제가 빠른 템포와 주인공 존재감 만들기라면, 작화 부분에 남겨진 숙제는 액션 묘사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결론은 평작. 소년 만화의 왕도를 지향하지만 클리셰만 가져왔을 뿐, 빠른 템포와 주인공 존재감 만들기는 가져오지 못해 몰입감이 떨어져 언제쯤 스토리의 본 궤도에 오를지 알 수 없지만.. 한국 신화/설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판타지 활극물이란 점에 있어 그 컨셉과 기획 의도만 꾸준히 잘 지킨다면 스토리가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릴 만 한 작품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40761
5243
9468715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