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퇴마 전쟁 (2014) 2020년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13076&weekday=sun&page=6 

2014년에 킬러 분식으로 잘 알려진 한(恨)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전 52화로 완결한 판타지 만화.

내용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봉인책에서 풀려난 마왕이 태상왕의 몸속에 들어가 요괴들을 세상에 풀어 놓고 4마를 거느려 세상을 지배하려고 할 때, 먼 옛날 마왕과 요괴들을 봉인책에 가두어 두었던 퇴마사의 후예들이 마왕을 봉인하러 한양으로 가면서 요괴들을 쳐 잡는 이야기다.

일단 작화는 무난한 편이다. 배경, 캐릭터, 컬러, 컷 구성 등등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작화가 좋은 것과는 또 별개로 액션씬의 밀도가 좀 떨어지는 게 흠이다. 좋은 작화가 반드시 좋은 연출을 수반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퇴마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으며 작가 후기에도 언급이 되지만 서극의 천녀유혼에 큰 영향을 받았다.

천녀유혼 영화에서 우마가 배역을 맡은 연적하가 사용하는 건곤차법이나 이기어검술 등을 모방한 기술들이 나온다. (아예 50장 삼마편에선 천녀유혼의 연적하와 나무귀신이 나와서 끔살 당한다)

하지만 3탄 분리 합체가 가능한 청룡도와 도끼+화승총 무기 등 본작 고유의 퇴마 병기도 등장한다. ‘봉인책’이라고 해서 요괴의 체력이 떨어지면 그림으로 봉인하는 대 요괴용 결전 병기도 나온다.

진지하게 분위기를 잡다가 뜬금없이 개그를 집어넣어 폭망하는, 한국 만화의 고질적인 문제도 갖고 있다. 만약 그 개그가 재미있었다면 양념 역할을 했겠지만, 애석하게도 본작의 개그 감각은 그리 좋은 편은 못된다.

진지한 상황에서 갑자기 막말을 하거나, 분위기 깨는 말을 하는가 하면 말장난이나 똥으로 웃기려고 시도하는 게 딱 90년대 한국 만화 스타일이라 굉장히 낡은 느낌이다. 그림체는 21세기 최신 웹툰의 표준을 제시하는데 개그 감각이 20세기 구식 만화라 이질감이 크다.

마왕의 힘에 의해 현세와 후세가 연결되어 하늘에서 현대 문물이 뚝뚝 떨어지는 설정도 언뜻 보면 신선한 것 같지만.. 발상 자체는 좀 아동영화필로 딱 김청기 감독의 슈퍼 홍길동 필이다. (슈퍼 홍길동에서는 홍길동이 악당과 싸우다가 밀리니까 미래(현대)로 타임워프해서 기관총을 들고 과거로 돌아가 악당을 소탕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런 설정이 들어간 시점에서 사극 느낌이 퇴색하지만, 그래도 그걸 제대로 활용해 변화무쌍하게 다루었다면 극에 활력을 불어 넣었을 텐데.. 오로지 개그 용도로 쓰기 바빠서 안 나오니 못한 게 되어 버렸다.

퇴마 판타지인 것 치고 도술이 거의 안 나오고 요괴들과의 싸움도 물리 전투 위주로 돌아가서 오컬트 색이 옅다. 천녀유혼의 기술만 좀 흉내 냈지 거기에 담긴 전설/민담의 밀도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무늬만 퇴마물이지 실제로는 조선판 몬스터 헌터 느낌이다.

주제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참된 세상이 도래할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는 희망에 대한 찬가인데.. 그게 별로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분명 작중에 나오는 여러 상황은 절망적인데 인간이 그것을 극복하고 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단순히 절망의 근원인 요괴를 퇴치하는 것만 나와서 그렇다.

풍자색이 강해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는데 주인공 혼자 희망의 찬가를 노래하고, 결국 요괴를 퇴치해 상황을 정리한 다음에야 사람들 인식이 바뀌니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본작의 가장 큰 문제는, 재미없는 개그와 퇴마물 같지 않은 퇴마물, 가슴에 와 닿지 않은 주제 같은 게 아니라.. 본편 스토리 그 자체에 있다.

본편 스토리에서 온갖 떡밥은 다 던져 놓고 무엇 하나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채 끝냈다. 몇 부작으로 구성된 게 온전히 진행된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뚝 끊어버린 것이다.

속된 말로 찍 싸버린 조루 결말의 결정체로 근 1년 동안 나온 한국 웹툰 중에 최악이다. ‘억수씨’ 작가의 ‘오늘의 낭만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투 탑 주인공인 천은 과거에 숨겨진 비밀이 살짝 나오다가 만 상태로 명색이 검신이라면서 식칼 하나 장비한 채로 변변한 검술 한 번 보이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검 하나 들고 싸운 적 없으며, 선은 엄청난 신분의 비밀이 있지만 그 설정이 부각되기도 전에 작품이 끝나 버린다.

천이 선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 것만 해도, ‘귀인을 만나 의문이 풀릴 것이다!’라고 떡밥을 흘렸는데 불구하고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마왕은 108명의 선한 영혼을 취해 마왕의 힘을 완성한다는 거창한 설정이 있지만 몇 번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106명의 영혼을 취한 상태인 데다가, 마왕의 직속 부하인 4마 중 마홍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뜬금없이 일본, 중국, 서양을 정벌하다가 마왕의 부름을 받고 조선으로 귀환한 게 직접 출현의 전부다. (간접 출현까지 합치면 전 52화 중에 2화만 나왔다)

줄거리대로라면 마왕이 끝판 대장이 되어야 하는데.. 실은 진짜 흑막은 또 따로 있어서, 그 인물의 행적을 보면 마왕이 대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 캐릭터 운용 이전에 배치에 완전 실패했다.

적연, 천소 등 다른 퇴마사도 등장하지만 그들과 엮이면서 던진 떡밥도 뭐 하나 회수된 것이 없다. (스승 떡밥과 천소의 과거, 천소의 천에 대한 연애 플러그 떡밥 등등)

거의 1년 동안 52편을 연재하면서 그동안 던진 떡밥은 전혀 회수되지 않은 채 달랑 요괴 4마리(불가사리, 역귀, 불여우, 구미호)를 봉인했을 정도로 스토리 전개 속도도 느려 터졌는데.. 최종화에서 ‘우리의 싸움은 언제 끝날까?’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완결을 지어버리니 용두사미조차 되지 못한 조루 결말의 끝을 보여준다. 이건 1부 완결 수준이 아니라 그냥 작품 자체를 끝내 버린 것이라 열린 결말도 아니다.

RPG 게임에 비유하자면, 게임 시작하고 마을 2개 정도 거치면서 필드 몹 잡고 레벨 좀 올렸나 싶더니 ‘우리의 모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야!’라면서 엔딩롤이 올라가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비추천. 작화는 좋지만 스토리가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수준을 넘어서 발목을 잡고 늘어져 진지한 상황에서 하나도 안 웃긴 개그를 남발해 분위기를 망치고 퇴마물의 탈을 쓴 몬스터 헌터 조선판으로 축약 가능한 내용에 떡밥만 잔뜩 던져 놓고 뭐 하나 회수하지 않은 채 본편 스토리를 뚝 잘라 급하게 완결시켜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네이버 웹툰의 기성 작가들이 유난히 소포모어 징스크에 시달려 첫 작품이 히트하면 후기작이 꼭 흥행 부진한데.. 이 작품은 조루성 결말 때문에 그 정도가 심한 축에 속한다. 작가가 킬러 분식을 통해 쌓은 신뢰도를 한 번에 무너트릴 정도다.

네이버 웹툰 중에서 비록 인기가 없어도 꾸준히 성실하게 연재를 해서 무사히 완결한 작품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렇게 벌려 놓기만 하고 튀어 버리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며, 프로 작가로서 지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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