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니코 판데모니움(Satánico pandemonium.1975)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75년에 길베르토 마르티네즈 솔라레스 감독이 만든 멕시코산 호러 영화.

내용은 한적한 시골 마을의 수녀원에서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순결한 수녀 마리아가 냇가에서 정체불명의 남자를 만난 후, 일상에서 환상에 시달리다 급기야 음행과 살인의 죄를 저지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중세 로마 카톨릭과 마녀 사냥을 소재로 다룬 켄 러셀 감독의 1971년작 ‘더 데빌’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더 데빌 만큼의 논란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일단 순결한 수녀가 악마에게 굴복하고 타락하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그건 줄거리 요약에 지나지 않고, 본편 내용은 굉장히 두서없이 진행된다.

본작에 나오는 악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고 스스로 루시퍼이자 메피스토라 불러 달라고 하며, 언제나 사과를 들고 나와 먹방을 찍으며 마리아 주위에서 얼쩡거린다.

근데 이게 엑소시스트처럼 빙의된 것도 아니고, 악마가 마리아에게 뭘 어떻게 하라고 지시한 것도, 유혹한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 주위에 얼쩡거리는데 마리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한다.

처음에는 자기 몸에 가시 밧줄을 두르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면서 악의 기운에 저항하다가, 어느 순간 백합 레이프씬을 찍다가 사람이 180도 바뀌더니 양치기 소년을 겁간하려고 하거나 수녀원 사람들을 무차별 살해한다.

그냥 여자 알몸 나오고 겁탈 시도와 살인 같은 자극적인 장면만 계속 나올 뿐이지 마법이나 악마 같은 오컬트 느낌은 전혀 안 든다.

마리아가 뜬금없이 원장 수녀가 되고 싶어 하는 야망을 고백한다거나, 루시퍼는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는데 갑자기 마리아 본인이 악마의 하수인이 됐으며 순수한 사람들의 영혼을 바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죄를 고백하는 것 등등 뜬금포가 빵빵 터져서 이야기의 완성도가 엄청 떨어진다.

대체 어디까지가 제정신이고, 어디까지가 세뇌당한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주인공으로서의 고민과 갈등 요소는 배제한 채로 좀 억지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70년대 영화라서 그런지 효과음도 되게 낡았는데 우리나라 60~70년대 영화 느낌 나는, 몽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뭉글뭉글 뾰로롱하는 효과음이 자주 나와서 왠지 모르게 친숙했다.

이 작품에서 괜찮은 점이 있다면 배경 세트와 극후반부의 전개다.

본작은 멕시코 미초아칸주 모렐리아와 모렐로스주의 테포츨란에서 촬영을 했고 중세 수녀원과 복식, 수녀원에서의 생활 등을 나름대로 디테일하게 살려서 촬영했다.

극후반부의 전개는 마리아가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악마에게 굴복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이 부분 연출이 꽤 인상적이다.

신에게 자비와 기적을 구하던 마리아가 루시펠이 이단심문을 당해 죽는 끔찍함을 이야기해주자 결국 그의 계약을 받아들이는데.. 이단심문을 상징하는 불 타는 십자가와 횃불을 들고 무리를 지어 다가오던 수녀들이, 마리아가 악마에게 굴복한 직후 꽃을 들고 와 그녀를 원장 수녀로 추대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광란에 빠진 수녀원의 클라이막스에서 마리아의 처참한 최후로 이어지는 과정에 이중반전도 들어가 있다. 자주 쓰이는 클리셰인 ‘아 시발 꿈’의 완전한 배드 엔딩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악마에게 굴복한 인간이 맞이하는 결말을 아주 처참하게 묘사하고 있다. 피는 좀 나와도 고어 수위는 전혀 높지 않은데 악마의 승리를 장식하는 신성모독 장면이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무신론자가 볼 때는 사실 저게 무슨 뻘짓이냐?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신앙론자가 볼 때는 충격이란 소리다. (근데 중세 복식 잘 묘사해놓고 막판에 통기타 들고 나온 건 좀 황당했다. 차라리 만돌린을 연주하라고!)

결론은 평작. 두서없는 내용에 오컬트 밀도가 너무 낮아서 스토리가 허술하고 공포물로서도 영 아니올시다지만, 생각보다 배경 세트를 잘 갖췄고 충격적인 극후반부의 전개와 이중반전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제목인 사타니코 판데모니움은,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셀마 헤이엑’이 배역을 맡은 뱀파이어 여왕 이름이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 작품을 보고 이미지를 따온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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