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평범한 8반 (2013) 2020년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97478&weekday=mon&page=7

2013년에 영파카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전 62화로 1장을 완결한 개그 만화. (여기서 장은 시즌의 개념와 같아 보인다)

내용은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커져 엄청난 대두가 된 고교생 강동원이 무지개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 자신 같이 신체에 장애가 하나씩 있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은 8반에 편입되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개그 만화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웃기지 않다.

기괴한 외모를 기반으로 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과도한 오버 액션을 메인으로 밀고 나간다. 머리가 크거나, 팔, 목이 늘어나고 팔이 여러개 달려 있거나 콧수염이 급속도록 자라나는가 하면 엄청난 덩치에 대식가인 것 등등 신체장애를 가지고 몸개그 하느라 바쁘다.

이것은 남의 외모와 신체장애를 웃음거리로 삼는 행태로 현대 한국의 스탠딩 코미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개그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서 즐겨 쓰는 몹쓸 개그 스타일이다.

비주얼 이외에 웃기려는 시도는 고작 현실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행 코드를 따라하는 것인데, 유행어만 따라하는 선에서 끝낸 게 아니라.. 개그 콘서트, 웃찾사, 코미디 빅 리그 등 아예 현실에 나온 걸 모작해서 만화 속에 그대로 집어넣었기 때문에 패러디라고 하기도 좀 민망한 수준이다. 인터넷 짤방 패러디보다 더 안이한 개그 감각이다.

조석이나 이말년 등 친분이 있는 작가들을 그 작가 그림체로 캐릭터화시켜 그대로 등장시킨 것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마음의 소리의 센세이션도 그 그림체로 등장시켰다)

이게 일상물이었다면 또 모를까, 스토리툰에서 그러니까 오히려 분위기를 해친다.

작화 부분은 작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병맛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게 열심히 그린 작화의 언밸런스함이 참신할 수 있고 그래서 신개념 월메이드 병맛 타이틀을 붙인 것이라 한다.

허나, 열심히는 그렸지만 완성도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구도랑 컬러링, 웹툰의 스크롤 기능을 활용한 연출은 좋은데 캐릭터 얼굴 작화의 밀도가 급격히 떨어져서 그렇다. 병맛 만화에 어울리지 않은 진지한 얼굴과 그림체라고 인터뷰한 내용과 상반된다.

거기다 이게 연재 기간이 길수록 작화 퀄리티가 향상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컷 구성이 평균 2컷 복불의 단순한 구성으로 바뀌고 스크롤 연출도 전혀 안 나온다.

스토리는 작화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작화는 내용 진행에 따라 퀄리티가 하락한다고 해도 초반에는 평타는 쳤는데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답이 안 나온다.

우선 캐릭터가 쓸데없이 많이 나온다. 초반부에서 몇 화에 걸쳐 캐릭터 소개만 줄창 하면서 프릭쇼를 선보인 것에 비해서 레귤레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그저 몸개그 몇 번 보여주고 퇴장하는 수준이라서 도대체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멀쩡한 인간 캐릭터 중에 라이벌, 악당 포지션이 될 만한 애들은 그냥 어그로 발언만 몇 번 하지, 실제 작중에서 어떤 패악을 저지르는 건 아니라서 안 나온 것만 못하게 됐다.

운수 좋은 날에서 김첨지가 라스트씬에서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냐고! 절규하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갈 정도다.

‘전학생은 외계인’의 알리엔 18번 대사를 인용하자면, ‘이 부분이 스팟이다!’라고 할 만한 부분이 분명 있는데 그걸 단 한 번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 어쩌면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이게 절정을 찍는 건 밴드편인데 몇 화에 걸쳐 열심히 밴드 연습을 해놓고 뜬금없이 납치극으로 마무리를 지어 보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작중 캐릭터의 고민과 갈등을 나타내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종종 있긴 한데.. 그건 보통 1회. 길어야 3회 분량 밖에 안 된다. 1장 전 62화 중에 진지한 파트는 10화 내외니 말 다한 셈이다.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걸 못 견디는 건지, 그런 걸 너무 축약하고 넘어가 밑도 끝도 개그만 하니 주제가 무거운 것에 비해 작품의 내용이 지나치게 가볍다.

정신 차리고 웃음 속에 날카로운 풍자와 진지한 메시지를 담았다면 그 나름의 깊이를 추구할 수 있을 텐데 오직 그걸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에 매진하고 있으니 장애인 비하 논란까지 생기는 거다.

새삼스럽지만 병맛 개그는 타고난 사람만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어거지로 진행한다고 해도 병맛이 되는 건 아니다.

모에 요소를 가진 예쁘장한 여캐를 앞세워 시선을 현혹하고 웃기지도 않은 개그를 병맛으로 포장해 병맛 만화로 퉁 친 건 아닐까 하는 고찰을 해봄직 하다.

그러고 보면 한국 개그 웹툰에선 병맛이 무슨 전가의 보도가 됐다. 수준 낮은 개그물을 병맛이라고 부르면서 이건 원래 그런 맛으로 먹는 거야!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결론은 비추천. 신체장애라는 무거운 주제를 진지한 성찰과 깊이 있는 해석 없이 단순히 개그 소재만으로 써서 너무 가볍게 다루다가 주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압사 당한 것도 모자라, 밑도 끝도 없이 개그 하느라 정신이 팔려 스토리의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몇 번이나 날려 먹었는데 그렇다고 기존의 병맛 만화와 차별화된 개그를 보여준 것도 아니라서 결국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비주얼 개그만 남는 작품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외국에서 성행했던 기형아 서커스 프릭쇼의 웹툰판이다.

여담이지만 사회복지를 공부한다고 밝힌 독자가 작중 내용이 사회적 약자를 단순한 개그 코드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작가가 대중예술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메시지를 작품 표면에 노출시키면 독자가 보지 않는다며 개그코드가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웃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간에 대한 예의마저 잊겠다는 자기합리화로 해석할 수 있는데.. 대중 예술까지 거론하며 그렇게 냉철한 판단 하에 나온 결과물이 개그물로서 전혀 웃기지 않으니 그게 좀 안타까울 따름이다. 작가가 개그에 대한 재능은 없는데 개그 욕심만 엄청 많은 것 같다.

근본적으로 어디다 대중예술씩이나 갖다 붙이는지 의문이고, 대중예술을 개그 코드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게 이해가 안 가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 장르가 개그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신체 장애 소재를 드라마로 재구성한 작품은 적지 않게 나왔고, 감동을 주는 치유물로서 많은 사람이 봤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작품을 예로 들자면 일본 만화 중에서는 오오이마 요시토키 작가의 '목소리의 형태', 한국 만화 중에는 다음 웹툰 네스티켓 작가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가 있다.

이런 작품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체 장애를 웃음거리로만 써놓고 독자한테 대중 예술 좀 공부하라고 일갈하는 건 어불성설이며, 작가 본인의 식견이 좁은 걸 스스로 인증하는 꼴이다. 애초에 그렇게 희화화할 소재가 아니었다. 남의 외모 가지고 놀려 먹는 개그를 예술이라고 하는 것부터가 가당치도 않다.

겉포장은 사회에서 소외 받은 자를 위한 웹툰인데 내용물은 사람 외모와 신체 장애로 웃기려고만 하는 천박한 개그만 해서 겉다르고 속다른 하라구로 속성을 드러냈는데 그럼 여론의 비판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지 대중 예술 운운하며 변명에 급급하면 이게 되겠나.

그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점잖게 대응하는 게 아니라 공부 좀 하라고 타박하듯 받아친 부분에서 멘탈 보완이 시급하다. 그런 건 정말 예술하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 대중을 상대로 장르 만화 그리는 사람이 할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서 물건 산 고객이 물건 품질 하자로 클레임 걸어온 걸 너님이 그 물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고 역으로 타박하는 경우다.

하는 짓은 초상집 앞에서 광대놀음인데 마인드는 도자기 장인 같으니 한 편의 촌극이 따로 없다.

3월 달에 시즌 2에 해당하는 2장으로 돌아올 거란 예고를 했는데, 비주얼보다 스토리에 좀 신경을 쓰고 재미없는 개그를 남발할 시간에 드라마의 밀도를 높여 내용의 깊이를 더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덧글

  • 코양이 2015/02/09 11:18 # 답글

    하지만 좆중고딩 우글거리는 네이버판에서는 당당히 상위를 차지하는 게 넌센스. 진짜 저 만화 눈에 띌때마다 역겨움.
  • 잠뿌리 2015/02/12 23:05 #

    10대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지요.
  • 독자 2016/08/29 21:50 # 삭제 답글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보던 만화였는데 이런 뒷이야기가...
    역시 사람은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나 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69350
2526
9743634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