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체리보이 그녀 (2012) 2020년 웹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cherryboy#13

2012년에 남쪽 개미 작가가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시즌재로 연재를 시작해 2015년에 시즌 1부터 4까지 다 합쳐 전 110화로 완결한 로맨스 만화.

내용은 여자보다 더 예쁜 꽃미남 김귤과 사귀던 신딸기가 예쁘다는 소리 한 번 듣고 싶어 했는데 놀림만 받다가 개교 30년만에 남녀 공학으로 전환한 남탕 공고에 전교생 1100명 중에 단 11명밖에 안 되는 여학생 중 독보적인 미모를 자랑하게 되어 여신 취급을 받자, 이에 심사가 꼬인 김귤이 여장을 하고 학교에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작화는 미형 캐릭터가 수두룩한데 초반의 여장 남자 설정이 메인으로 나오는 만큼 남녀불문하고 전반적으로 예쁘장하게 그려지는 여성향 그림체며 컬러링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3년 동안 100회 넘게 연재를 하면서 작화 붕괴 한 번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색감이나 작화가 더 좋아져 안정감을 갖췄다.

귤, 딸기, 체리, 배, 계피, 라임, 호두 등등 과일 이름을 딴 주역 캐릭터들은 전반적으로 예쁘장하게 잘 그려졌는데 외모만 보기 좋은 게 아니라, 성격과 설정도 다 다르고 컨셉이 겹치는 일 하나 없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줄거리만 보면 여장 남자가 나오는 러브 코미디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시작은 그랬을지 몰라도 본편 내용은 막장 드라마다.

상큼한 타이틀과 달리 본편의 연애 관계는 정말 꼬일 데로 꼬여 있다. 흔히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일어난다는 말을 쓰는데 이 작품이 그런 케이스다.

캐릭터 이름을 언급하면 네타가 되니 이니셜로 예를 들자면 대략 이런 상황이다.

A와 B가 서로 사귀다가 A의 마음이 멀어져 C에게 호감을 품었는데 C를 따라다니던 D와 눈이 맞아 새로운 연인이 되고, C는 B한테 반한 상황에, B가 A의 마음을 돌리려고 매달리던 중.. F가 새로 나와서 B를 향해 구애하는데 B가 A를 잊지 못하니 F와 A가 갈등을 빚는다.

이렇게 연애 관계가 꼬여있는데 여기에 여장 남자, 삼각관계, NTR, 바람, 역하렘, 제벌 2세와의 연애, 하라구로, 왕따 등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첨가되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니,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따로 없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막 나가는 건 또 아니고. 진짜 주인공 커플이 탄생한 이후로는 두 사람의 애정은 변함이 없어서 스토리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일은 없다. 최소한 여주인공이 뭔가 확실히 결정을 하지 못하고 어장 관리를 하면서 남자들에게 희망고문을 시키는 답답한 전개까지는 안 나온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확고한데 여기에 페이크 남주인공이 끼어들어 온갖 방해공작을 가하고 거기서 파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즉, 여주인공, 진짜 남자 주인공, 가짜 남자 주인공. 이렇게 3명이 쓰리 톱 체재를 이루어 본격 삼각관계물로 진행된다.

'도대체 이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터지고, 지금 터진 이 일은 어떻게 수습될까?'하는 흥미를 유발시키고, 남녀 주인공의 사랑의 행방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어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은 상당히 높다.

그래서 본편 완결 전에 전체가 아닌 일부 연재분을 부분 유료화로 전환했고 그건 나름대로 좋은 판매 전략이었다.

문제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충분히 생각을 하고서 전체 그림을 그려놓고 그걸 차분히 풀어 놓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생각나는 데로 쓰고 손이 가는데로 그린 즉홍적인 스토리라서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거다.

충격과 반전의 연속이지만 그 뒤에 남는 게 없다. 사건은 계속 터지는데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점점 그런 경향이 심해져 급기야 엔딩까지 그렇게 되어 버렸다.

엔딩이 일단은 ‘해피엔딩’이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이 막장 드라마의 정점을 찍은 것에 비해서 그 끝은 너무 평범하게 끝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분명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긴 했는데 그게 그렇게 극적인 상황은 아니라서 그렇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동화 속에서 마녀가 솥에 온갖 어둠의 재료를 다 첨가해 펄펄 끓여 역대급 마법의 스프를 완성했는데.. 그걸 한 접시에 떠서 식탁에 올리기도 전에 그냥 중국집에 전화해서 ‘여기 짜장면 하나요’ 이렇게 시켜먹고 식사를 마친 것과 같다.

이게 바로 즉홍적인 스토리의 한계다. 처음부터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전체 그림을 그려두지 않으면, 이야기가 목적을 잃고 방황하며 클라이막스에 가서 맥이 다 빠져 열기가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모 인기 웹툰 작가가 SNS에 결말을 미리 정해 놓으면 작가 본인이 그리면서 재미가 없고 매 화 콘티 없이 감으로 그린다는 말을 남겼는데, 그 말의 폐단은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오로지 감 하나에 의존한 안이함이 가장 중요한, 제일 결정적인, 모든 것을 끝내야 할 그 순간에 작가를 배신한다.

이건 독자가 배신감을 느끼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완결난 자기 작품 보면서 '아, 과연 내가 이렇게 끝을 내고 싶었던 걸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고, 어떤 이야기든 언젠가는 끝이 나기 마련인데 끝을 생각하지 않고, 끝을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끝낼 수 없다. 이건 작품 완결 경험이 부족한 신인 작가가 겪는 통과의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결론은 평작. 여장 남자의 러브 코미디 같이 시작했다가 여러 인물의 뒤틀린 연애 관계로 막장 드라마의 정점을 찍어 스토리가 자극적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진행됐고 거기에 좋은 작화와 캐릭터가 뒷받침을 해줘 연재라는 이름의 레이스 초반부터 스퍼트를 올렸지만, 레이스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느려지다가 골인 지점에 가까운 시점에서는 완전 탈진해서 힘없이 결승골을 지나쳐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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