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벨 (Jessabelle.2014) 오컬트 영화




2014년에 쏘우 시리즈의 편집으로 잘 알려진 케빈 그루터트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남자 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제시가 살림을 합치기로 해서 이사를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남자 친구와 아이를 잃고 홀로 남아 오랫동안 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에게 돌아가 낡고 음침한 본가에서 단 둘이 살던 중, 우연히 어머니의 유품인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해 재생해 봤다가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보게 되고 아버지의 히스테릭한 반응에 불안에 떨다가 기이한 현상에 시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오프닝부터 교통사고로 시작해 쇼크를 안겨 주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본편 전개는 한없이 늘어진다.

여주인공 제시는 불행녀의 완전체로 나온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남자 친구와 아이까지 잃었는데, 사고 때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고 단 하나 남은 혈육인 아버지에게 의탁해 살다가 아버지도 잃고 무일푼 신세에 심지어 귀신에게 시달리기까지 한다.

근데 본작은 제시가 귀신에게 시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건 정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것에 불과하다.

이 집에 다른 누가 또 살고 있다는 드립을 치면서 하우스 호러 가오를 잡지만, 제시가 이동의 제약이 있어 행동 반경이 매우 좁은 관계로 작중에 한 번도 2층에 올라가지 않으니 집을 통해 벌어지는 무서운 상황도 일절 없다.

실제 본편 전개는 제시가 겪는 불행과 출생의 비밀에 집중하고 있다. 집안에 깃든 귀신이 공포의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제시가 처한 불행한 현실이 공포의 주체가 돼서 완전 주객전도됐다.

그 때문에 제시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어 이동의 제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작중에 이동의 제약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는 딱 두 번 정도 밖에 없다. 고향 친구 프레스톤이 등장한 이후에는 그가 보호자 역할을 맡아 항상 데리고 다녀서 이동의 제약 설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프레스톤이 고향 친구이자 고교 동창이지만 엄연히 결혼을 해서 샘이란 마누라가 있는데 만사 제쳐두고 찾아와 제시의 수발을 드는데 그게 좀 상식에 어긋난 수준의 호의다.

프레스톤은 일도 안 하고, 샘이 일을 해서 먹여 살리는데 심지어 시어머니는 프레스톤의 고교 동창인 제시를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있어 그녀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으며, 프레스톤 자체도 제시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잊지 않았다는 설정인데 뭔가 엄청나게 막장스럽다.

이건 뭐 반도의 아침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을 법한 설정으로 나중에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도 그렇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불륜과 NTR을 조장하는 것 같다.

막장 요소를 떠나서 봐도 프레스톤에 지나치게 의존해 제시가 하는 일이 전혀 없어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한 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이건 명백히 캐릭터 운용에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가 하는 일은 그저 궁상떨면서 혼자 쳐 울거나, 추임새를 넣어 프레스톤을 부려먹는 게 전부다. 예를 들면 프레스톤이 보트 타고 늪을 건너 부두 묘지를 조사할 때 제시는 옆에서 저게 뭐지? 혹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응?’ 이딴 추임새를 넣으면 프레스톤이 피식거리면서 전부 다 조사한다는 거다.

제시의 출생의 비밀이 본편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이, 뭔가 여기저기 나다니는 것에 비해 성과가 거의 없어서 전개가 한없이 늘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작중에 제시가 사건의 진상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비디오 하나뿐이라서 그렇다. 단서가 하나 밖에 없고 오직 그거에 의지해서 어떻게든 조사를 하는데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에 비해 성과가 거의 없어서 사건의 진상은 영화 다 끝나갈 때쯤에 한 번에 밝혀진다.

그것도 엄청 작위적이다. 결국 비디오만 끝까지 다 봤으면 진상이 드러나는 것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비디오를 늦게 보고 심지어 비디오를 볼 만한 상황이 아닌데 귀신의 소행으로 저절로 TV가 켜져 비디오가 재생되어 실은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라고 나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다.

부두 주술이 키워드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컬트틱한 분위기는 마지막에 몇 분밖에 안 나온다.

부두교의 흑마술 의식에 대한 반전은 별로 새롭지도, 충격적이지도 않다. 반혼의 술법은 지금에 와서는 식상하기까지 한 설정이다. (사실 그 반전이란 것도 영화 포스터에서 셀프 스포일러를 하고 있다)

결말까지 깔끔하게 잘 끝낸 게 아니라 굉장히 찝찝하게 끝내서 뒷맛조차 개운하지 못하다.

사건의 진상도 전부 밝혀지지 않고 결국 주인공이 왜 그런 불행을 겪어야 하는지. 벌은 뭐고, 복수는 뭔지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망령들이 복수 드립을 치고 앉았으니 답답함의 절정을 찍는다. (이 작품에서 가장 와 닿는 대사는 제시의 ‘내가 뭘 잘못 했나요?’ 이거였다)

동양과 서양의 시각 차이일까? 아무리 봐도 이건 망령들이 원인을 제공한 거라서 자기가 뿌린 씨앗을 자기가 거둔 것뿐인데, 뭔가 작중에서 반전이 나오는 연출을 보면 복수를 정당화하는 느낌이 있어서 공감이 전혀 안 간다.

이게 과연 쏘우 시리즈의 편집을 맡아오면서 반전의 묘미를 알려준 사람의 작품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결론은 비추천. 하우스 호러, 부두 주술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악몽과 환영, 비밀 메시지 등으로 가오를 잡지만 심령, 오컬트에 치중하기 보다는 불행녀 캐릭터로 감성팔이를 하면서 뭔가 상식에 벗어난 캐릭터의 향연으로 본격 불륜, NTR을 조장하니 감정선이 뒤틀려 있어 공감도, 이해도 안 가거니와 지나치게 남자 주인공에 의존하며 뭐 하나 스스로 하는 게 없는 여주인공의 잉여력 MAX 전개에 마무리까지 깔끔하지 못해 안 좋은 건 두루 갖춘 졸작이다.

좋은 편집자가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주는 사례가 될 것 같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5/01/18 14:02 # 답글

    편집은 다된걸 짜맞추기이고..감독은 처음부터 만들어나가야 되는데.. 그게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다르긴하죠.
    쨌던 편집자.감독 등등 각자 할일에 충실해야되는구나.라는 영화인가요?
  • 잠뿌리 2016/06/01 13:55 #

    각자 자기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는 걸 시사하는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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