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괴담 저주의 언령 (学校の怪談呪いの言霊.2014) 2015년 개봉 영화




2014년에 오치아이 마사유키 감독이 만든 극장판 학교괴담 최신작. 정확히는, 민속하자이자 문필가, 대학 교수인 츠네미츠 토오루 원작의 학교괴담 소설판의 극장판 영화 시리즈로 전작은 1999년에 나온 ‘학교의 괴담 4’다. 15년만에 후속작이 나온 것이다.

내용은 어머니를 여의고 혼자 살던 시오리가 어느날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떠 보니 1988년에 나온 10엔짜리 동전 4개가 저절로 움직이면서 진동을 일으킨 것이라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어머니 메이의 일기장을 본 뒤, 당시 메이의 동창생들이 가스 사고로 떼죽음을 당해 학교 자체가 폐쇄되어 쳘거를 앞 둔 ‘키타야마타’ 고등학교에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시오리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관찰자에 가깝고, 그나마도 스토리의 중심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본작의 주역은 1988년의 재학생들과 페이크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릴 계획을 세우고 폐쇄된 학교에 몰래 침입한 4인조 일행이다.

1988년의 과거와 2014년의 현실이 교내에 있는 거울을 경계로 삼아서 교차되는, 일종의 영계 페러랠 월드의 이야기인 것이다.

학교에서 애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분신사바’로 알려진 연필점의 원조인 일본의 동전점 ‘콧쿠리상’을 시도한 이후로 진짜 귀신이 나타나 떼몰살 전개로 나가는 거다.

문제는 과거와 현실이 교차되는 게 전혀 자연스럽지 못한 점에 있다. 세 가지 시점 중에 어느 쪽도 메인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 각자 자기네 이야기하느라 바빠서 완전 중구난방이다.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복선이나 암시 같은 일절 없이 갑자기 무서운 경험을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과 조우하니 난잡하기 짝이 없다.

보통, 떡밥을 던지고 회수를 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떡밥은 안 던지고 회수부터 해서 순서가 완전 잘못됐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귀신과 조우하는 게 정말 뜬금없게 보이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다 쳐도, 과거쪽 파트의 이야기에는 사건의 동기도, 작중 인물의 목표도 없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한 것도 아니며 귀신이나 심령현상도 자주 나오는 것 치고는 결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그냥 깜짝깜짝 놀래키는 선에서 할 건 다 했다는 듯 스킵하고 넘어가 버리니 엄청 무성의하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A가 수업을 받다가 귀신과 조우< 깜짝 놀람<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B의 이야기<그러다 한참 뒤에 A가 다시 나와 또 귀신과 조우<또 놀람<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C의 이야기.’

이런 원 패턴 전개가 계속 반복된다. (그러다 클라이막스 때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나왔던 D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상황 정리한다)

과거와 현실을 교차시키고 싶다는 건 알겠는데, 그 과정을 너무 대충 만들어서 스토리 전달력이 극도로 떨어진다.

등장인물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하는데 그 정점을 찍는 게 바로 전체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서 마무리 짓는 화자 역할의 시오리다.

어머니의 유품인 1988년 발행 10엔짜리 동전이 저절로 움직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교에서 떼죽음 당한 동창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게 아닐까 신의 추리력으로 유추해 철거를 앞둔 학교를 홀홀단신으로 꽃 하나 들고 찾아가 텅 빈 방송실에서 교내 방송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데 대체 이 무슨 초차원 전개란 말인가.

페이크 다큐멘터리 찍으러 왔다가 뗴몰살 루트에 합류하는 4인조는 존재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과거에 벌어진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고, 그렇다고 애네가 겪은 일이나 작중에서의 행적이 현실을 관통하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엔딩에서 넷 중 한 명만 어찌저찌 결말을 맞이하고 남은 셋은 어떻게 됐는지 전혀 안 나와 애네 분량은 진짜 필름낭비다.

배우들 평균 연기력도 발연기를 자랑하는데 그도 그럴 게 댄스 보컬 유닛 ‘도쿄조시류’를 주연으로 기용해서 그렇다. 인기 아이돌 배우를 기용해 만들어 퉁 치는 일본산 양산형 3류 호러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애초에 이 작품이 왜 학교괴담 본가 시리즈로 나와야 했는지 의문이다.

본작에서 학교는 그저 배경에 지날 뿐, 학교 7대 불가사의나 혹은 학교의 귀신. 도시 전설의 요괴가 메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콧쿠리상을 통해 나타난 귀신에게 뗴몰살 당한 거라서 ‘학교’와 ‘괴담’, 둘 다 스토리의 중심에 벗어나 있다.

본작에서 괴담은 원래부터 있던, 혹은 학교에 떠도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애들이 급조한 이야기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그게 본작의 부제인 ‘저주의 언령’인 거라 배경 설정부터 무성의하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도 완전 생뚱 맞는데 그게 진실을 다 까발리는 게 아니라, 일부분만 보여줘서 끝내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거기다 본래 학교괴담 시리즈는 아동 대상의 작품으로서 전통적으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으스스한 모험을 펼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본작은 그것마저 지켜지지 않고 고등학교로 바뀌었으니 일개 호러 영화로 전락한 것이다.

학교괴담 시리즈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 있어선 이 부분에서 엄청 뒤통수 맞은 심정일 거다. 유년시절의 성장과 함께 한 추억의 그 영화가 현재는 아이돌 홍보 영화가 됐으니 감독 이름 적은 종이 붙인 짚 인형에 못질하며 축시의 참배라도 하고 싶으리라.

그래도 몇 가지 인상적인 씬은 있다.

진부한 연출이긴 하나 그래도 볼 때마다 보는 사람 깜짝 놀래키는 화장실 귀신 연출(화장실 벽 위에 올라가서 내려보기)과 손가락으로 ‘여우창’을 만들어 귀신을 보는 씬 등이다.

결론은 비추천. 무려 15년만에 나온 시리즈 최신작이지만, 본 시리즈를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끝장낼 정도로 재미가 없고 완성도도 떨어지며 심지어 학교괴담 시리즈의 고유한 분위기와 느낌마저 퇴색해 안 나온 것만 못한 졸작이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만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주온, 링의 최신작(사다코)를 보는 것 같다. 아이러니한 건 주온 시리즈의 최신작인 주온 ~끝의 시작~을 만든 사람도 본작의 감독인 오치아이 마사유키란 점이다. 같은 해에 J호러의 대표작인 두 작품을 동시에 폭망시키다니 어찌 보면 대단하다. (판타지로 치면 갓슬레이어. 신살해자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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