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미쳐 날뛰는 생활툰 (2014) 2020년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16883&weekday=sat&page=4

2014년에 Song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총 36로 완결한 일상 만화.

내용은 만화가 지망생인 대학 4학년생 김닭이 십 수 년 간 파던 판타지 장르를 접고 생활툰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만화가 지망생이 주인공이지만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만화가 지망생이 주인공인 픽션물이다. 그래서 Song 작가와 만화 속 주인공 김닭은 분명히 구분되고 있는데 이 작품을 몰입해서 보는 독자들은 종종 그걸 혼동하고는 한다.

작중의 만화 김닭의 생활툰은 귀엽고 앙증맞은 반면 만화 밖 김닭의 현실을 그린 작화는 언뜻 보면 수수한 것 같지만 어둡고 건조한 느낌을 줘서 현시창(현실은 시궁창) 분위기에 잘 어울려 스토리와 그림이 조화를 이루었다.

웹툰 특유의 스크롤 연출도 효과적으로 썼다. 댓글창 아래로 노트북, 모바일폰으로 바로 이어지는 연출부터 시작해 김닭이 동아리 회장과 말싸움할 때와 발표회 때 공개한 그림 등등 상황에 맞게 잘 나온다.

단순히 만화를 웹툰의 규격에 맞춰 옮겨 놓은 게 아니라, 웹툰이란 걸 자각하고 그린 것 같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작중 김닭이 그리는 웹툰과 대학 과제용 그림, 공책 스케치 등이 진짜 해당 컨셉에 맞게 그려 넣었고 그 부분의 작화나 분위기는 현실의 김닭과 확실히 구분을 지어 놓아서 디테일한 구석이 있다.

스토리는 초반에 웹툰 작가 지망생 김닭의 일상을 가벼운 시트콤 느낌으로 진행하다가,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현시창 루트로 돌입하면서 초시리어스물이 된다.

누구나 만화가가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준 인터넷 시대의 만화 생활툰의 화려한 이면 속에 숨겨진 깊고 깊은 어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일부 퇴물급 생활툰은 팬덤의 비호 아래 젖과 꿀이 흐르는 인기의 낙원 속에서 그 어떤 발전도 하지 못한 채 게으르게 살며 안이함의 끝을 보여주는 반면 본작에서 김닭이 처한 상황은 정반대다.

생활툰으로 신상팔이를 하다가 끌어 들인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져 그로 인해 일상생활이 망가지고 폐인처럼 만화만 그리며 살다가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베도 작가로 승격된 뒤에는 악플과 다른 도전작 팬들의 견제, 프로 작가가 될 기약이 없는 내일, 악성 루머 유포 등 더욱 차갑고 가혹한 현실의 벽에 가로 막히면서 멘탈 붕괴를 당한다.

그저 생활툰의 문제점을 디스한 것뿐만이 아니라, 생활툰 작가의 고충을 다루고, 더 나아가 생활툰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만화가 지망생의 비극적인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보통, 비극적인 현실을 이야기할 때 감정의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작가가 너무 몰입하면 내용이 신파극으로 흐르거나, 궁상떨기로 끝나는데 이 작품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

김닭의 1인칭 시점과 그 주변 사람의 3인칭 시점을 엄연히 구분해 놓고 둘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울한 현실과 마주시킨다.

감정에 호소하고 정서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정곡을 찔러 들어와 몰입해서 보다 보면 간담이 서늘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일을 연쇄적으로 터트려 한 명의 인간이 나락으로 떨어져 폐인이 되는 걸 스트레이트하게 보여주니 몰입감이 대단히 높다. 떡밥을 조금씩 던져 놓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성실하게 회수해서 뭐든 갑자기 터지는 일이 없다.

김닭이 가진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극후반부의 전개는 앞선 연재분보다 평균 분량이 적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린 것이며 반전, 심리 묘사, 연출 등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어서 짧지만 묵직한 한 방 한 방을 선사했다.

특히 최종화에서 나온 김닭의 자조적인 웃음이 기억에 남는다. 그게 본편의 그 비극적인 이야기를 한 편의 희극으로 만들었다.

후일담격인 뒷이야기에서는 본편의 비극을 뒤로 하고 미래로 나아갈 희망을 보여줘서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결론은 추천작. 생활툰의 불편한 진실을 소재로 한 게 파격적으로 다가오고 웹툰으로서 기본기가 튼실한 작화와 연출, 깊이가 있는 스토리까지 갖춰서 어둡고 우울한 작품 분위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걸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한국 웹툰계의 김기덕이라고나 할까.

여담이지만 최종화 뒤에 올라온 번외편 초기 단편은 본작의 전신격인 단편 만화다. 김닭이 생활툰으로 데뷔한 4년차 작가로 나오는 이야기지만 장편과 달리 배드 엔딩으로 끝나며, 캐릭터 자체도 좀 달라서 단편 김닭과 장편 김닭으로 나뉜다.



덧글

  • TvolT 2014/12/05 04:42 # 답글

    저는 참 미쳐 날뛰는 생활툰 자체가. 처음 부터 끝까지 별로였어요. 저런 작품이 뽑혀서 정식 연재된 것이 참 신기할 정도로. 어느 순간부터 그 웹툰을 막장드라마. 그러니까 논란을 일으켜서 그것으로 시청자들을 모으는 쪽으로만 생각하게 되었어요.
    영화 선물이나, 개그맨들이 가끔 티비에 나와서 삶의 애환을 이야기 할땐 공감이 갔는데, 주인공이 어찌나 답답한지 자기가 잘못한것이 있는지 뒤돌아봐도 반성을 할지 모르고 남탓만 하는게 주인공을 참 비호감으로 만들어놔서, 그런 태도가 주인공을 옹호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게 한것 같아요.
    작가가 이런인물에 대한 변호를 해줬거나 변화하는 모습을 더 잘 넣어서, 그래서 그랬구나 그런 결말로 이어졌다면 더 좋았을텐데. 너무 자비없이 자신의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기분이랄까요. 좀 뭔가 멀리가기는 했습니다만, 어느 수준까지 표현을 해야할까 하는 정도를 제어하지 못해서, 참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더라구요. 생활툰을 둘러싼 문제들을 제기했다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주위 분들이랑 저 웹툰에 대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의견(소감?)이 신선하네요. 글 잘봤습니다.
  • 코양이 2014/12/05 11:31 #

    오히려 너무 현실감넘쳐서 소름돋던데요
  • INtothe水 2014/12/05 16:14 #

    헤에 저는 원글에 더 동조하는편인데...
    주인공은 보통 해피하게 끝나도록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많은데도 불구하고 기저요인이나 떡밥등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충분히 납득이 가게 결말을 지은게 더 군더더기없이 깔끔하지 않던가요?
    결말처럼 한번 확실하게 개박살이 난다음에 재기하는게 낫지 애매하게 미봉되고 끝났으면 뒷맛이 더 썻을거같아요.
  • 잠뿌리 2014/12/09 15:05 # 답글

    Tvolt/ 본편 내용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서 그렇습니다. 주인공에게 감정을 몰입해서 보는 게 아니라서 줒인공이 망가지는 걸 여과없이 드러내는 게 파격적인 것이고, 그래서 기존의 작품과 궤를 달리하는 고유한 특성과 본작만의 가치를 가진 거죠. 결말까지 파극으로 치닫지 않고 열린 결말로 해피하게 끝난 걸 보면 제어도 잘한 편이죠. 과정과 결말 다 파극에 치닫는 작품들을 생각해 보면 양호하게 끝난 편입니다.
  • TvolT 2014/12/10 07:26 #

    흐음 나름 선방한 결과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으시군요. 제가 좀 해피엔딩 까지는 아니더라도 엔딩의 밝음의 수위?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가 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06767
2912
9701860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