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민란의 시대 (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윤종빈 감독이 만든 사극 영화. 하정우, 강동원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조선말기 철종 13년에 조선 최고의 무관인 조윤이 악랄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하고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윤에 의해 가족을 잃은 백정 도치가 지리산의 의적 떼인 추설에 합류해 의적의 유망주로 떠올라 가족의 원수를 갚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조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다.

작중에 나오는 지리산의 추설은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서 언급된 적이 있는 조선 시대 의적 집단이다.

배경 설정을 보면 사극이지만 스타일은 서부극에 가가깝다. 사극을 베이스로 만들어낸 서부극으로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온 게 전부다. 그런 신선함을 뒷받침해주는 게 없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서부극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서부극의 왕도를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재해석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왕도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건 바로 주인공과 악역의 비중을 역전시킨 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바로 악역 조윤의 존재 다.

조윤은 작중에서 온갖 패악을 다 저지르며 백성들을 괴롭히고 무자비하게 해치며 탐관오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서자 출신이라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사연 많은 악당으로 묘사하고 있다

외모는 절정의 꽃미남으로 특히 중반부에 소위 말하는 강동원 엘라스틴이라고, 상투 튼 머리를 풀어 헤쳐 윤기 흐르는 긴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싸움도 작중 최강의 캐릭터로 설정 자체가 조선 제일의 무관이다. 한 밤 중에 맨몸에 검 하나 들고서 홀홀단신으로 수십 명의 추설 멤버들을 관광 태운다. 그게 좀 지나쳐서 강해도 너무 강하게 묘사되어 주인공 일행의 시점에 몰입해서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머리도 엄청 좋고 무자비해서 교활한 책략과 냉정한 판단력까지 겸비했다. 얼굴, 머리, 싸움. 못 하는 게 없는 완전무결한 캐릭터다.

문제는 거기서 출발한다. 악당인 조윤이 너무나 잘나서 완벽해서 주인공인 도치보다 더 큰 보정을 받고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으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포커스를 한 몸에 받는다. 그게 정말 지나치다 싶은 수준이다.

작중에 벌이는 그 패악은 진짜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권선징악에 딱 맞는데도 불구하고, 사연 많은 악당 캐릭터로 되게 동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감성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권선징악의 요소를 갖췄는데 주인공이 악당을 쓰러트릴 때 그 어떤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 못한다. 쓰러지는 악당을 존나 불쌍하게 묘사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찝찝하게 만든다.

바꿔 말하면 이건 엄청난 편애다. 한국 영화 역사상 이렇게 감독의 편애를 받은 악역 캐릭터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각본가가 조윤 캐릭터 설정 짜고 스크립트 쓰다가 강동원 보고 빠심이 폭주해서 정줄 놓고 마구 갈겨 쓴 건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상식적으로 이렇게 만들 수가 없다

두치는 주인공이고 백정 출신 의적이며 쌍칼 쓰는 대머리 총각으로 생긴 건 개성이 있고, 하정우가 배역을 맡은 만큼 연기력도 좋았는데.. 문제는 조윤한테 완벽하게 묻혔다는 거다.

영화의 비중을 주인공과 악당이 라이벌 구도를 이루어 서로 대립하며 양분한 게 아니라, 모든 걸 악당한테 몰아주는 바람에 오히려 주인공이 주인공 같지가 않다.

조윤과의 마지막 대결만 해도 조윤의 비극적인 최후에 중점을 둬서 정작 부모의 원수를 갚고 악당을 처단한 도치가 나쁜 놈처럼 보일 정도라 비중 배분뿐만 아니라 역할 분담에 실패했다.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 민란의 시대라는 모든 키워드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도치에게 남은 건 단 하나. 동네 바보형처럼 웃는 모습이 딱 개그맨 정준하 같다는 것 정도다. 하정우가 그래도 상남자 마초 이미지가 있는데 본작에선 영락없는 정준하처럼 나와서 의도치 않게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하정우 출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방씬도 유난히 눈에 띠는 게 없다.

조윤과 도치를 빼면 남는 인물이 없다. 워낙 조윤이 잘나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관계로 대치점에 있는 도치 이외에는 누구도 튀지 않는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누가 됐든 주인공 일행은 나오는 족족 강동원의 조윤한테 쳐 발려서 그렇다. 처 발려서 구차한 목숨 부지한 건 그나마 낫지, 요단강 익스프레스 밟는 경우가 허다해서 민란의 시대란 제목이 정말 안 어울린다. 제목을 아예 ‘양반 ~서자의 시대~’라고 지었어야 했다.

그래서 결국 이 작품은 보고 나면 ‘강동원’ 밖에 남지 않는다는 말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2시간 17분짜리 조선 시대 배경의 ‘강동원 뮤직 비디오’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비추천. 조선 시대 배경의 서부극 같은 느낌으로 출발했지만 주인공과 악당의 비중이 역전되서 유쾌 상쾌 통쾌함 같은 건 거의 없이 미형 악역이 패악을 저지르다 궁상을 떨며 동정표 구걸하는 악당 편애 영화로 액션 활극물로선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작품이다.

악당을 편애하고 주인공을 소흘히 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어 반면교사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전국 관객 477만명 정도로 손익 분기점을 간신히 넘겼다고 한다.

덧붙여 이 작품은 레진 코믹스에서 웹툰판이 연재됐다. 이영곤 작가가 도치편, 고진호 작가가 조윤편을 그렸다.



덧글

  • nenga 2014/12/01 22:51 # 답글

    강동원과 잡것들이죠.

    차라리 강동원으로 갈데까지 갔다면 평가가 조금은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제작비 때문에 좀 무난하게 간 것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오오 2014/12/02 07:41 # 답글

    마지막 대결도 모든 것을 놓고 져준것 같은 뉘앙스가 되어서...
  • 잠뿌리 2014/12/07 22:47 # 답글

    nenga/ 감독이든 각본가든 강동원 빠심이 폭발해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강동원에 주화입마 당한 게 모든 걸 말아먹었지요.

    오오/ 탐관오리가 천벌을 받아 권선징악의 끝을 보여줘야 할 최후의 순간까지도 강동원 미화를 계속 했지요.
  • 오행흠타 2015/02/22 01:23 # 답글

    공교롭게도 하루 전에 <장고:분노의추적자>를 봤는데 비슷한 느낌이 자꾸 들더라구요. 서부극 느낌이라 그런지.
    악당이 온갖 짓거린 다 해놓고 대우는 주인공처럼 비중이;;;
  • 잠뿌리 2015/02/23 20:32 #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ㅎ
  • 아이언윌 2018/08/10 16:24 # 삭제 답글

    동감입니다.
    마지막에 포위당했을 때 "너희 중에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 본 자가 있거든 나서거라" 운운할 때는 진짜 쌍욕이 나왔어요. 패륜에 외도에 온갖 짓 다 저지른 놈이 무슨 犬폼 잡고 있냐, 는 생각에 결국 꺼버리고 다시는 안 봤죠.
  • 잠뿌리 2018/08/11 06:57 #

    캐릭터 편애에 정점에 달해서 그렇게 하면 영화 망한다는 반면교사가 됐습니다.
  • 시몬벨 2018/08/11 01:22 # 삭제 답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스토리네요. 제목만 알고 별 관심없었는데 관심 안 주길 천만다행이었습니다.
  • 잠뿌리 2018/08/11 06:57 #

    캐릭터 하나 때문에 스토리가 다 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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