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2012) 2012년 개봉 영화




2012년 MBN에서 박광춘 감독이 만든 TV용 영화. TV에서는 납량특집 드라마로 방영됐고 그 뒤에 극장에서 정식 개봉했다.

내용은 나무 치료사 청아가 나무 치료 의뢰를 받고 한 고등학교에 방문했다가 정체불명의 여고생을 만난 이후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다가 의문의 택배 상자를 받고 거기서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발견한 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어두운 기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타이틀인 ‘수목장’은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으로, 본작에서는 수목장 장례를 하면 원혼이 나무뿌리에 깃든다는 설명으로 시작을 하고, 주인공 청아가 나무 치료사라서 최근 나무들이 죽는 현상을 밝히기 위해 수목장에 쓰인 나무를 조사하다가 심령 현상을 겪으면서 본편에 진입한다.

근데 그 시점에서 단기기억상실 설정과 함께 미치광이 스토커 살인마가 따라 붙고, 자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치정극으로 바뀌기 때문에 장르에 일관성이 전혀 없다.

기억 회복 과정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서 숨겨진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관통해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단 한 방에 기억부터 복원시켜 놓은 다음에 과거 회상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 다음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어 미스테리물로선 꽝이다.

본편 내용의 핵심인 청아, 정훈, 지효, 한기 등 네 사람의 갈등 관계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여주는데 그래서 멜로물이라고 보기에도 어색하다.

근데 그렇다고 막장 드라마로서 볼만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주요 캐릭터의 갈등이 심화되는 걸 단 몇 분 만에 후다닥 처리해 버려서 그렇다. 그게 본편에 벌어진 사건의 진상이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서 과거의 일이라서 그렇다.

즉,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그걸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를 되짚어 보는 것이라 질투가 부른 푸른빛 공포는 개뿔, 정말 끝내주게 재미가 없다.

그럼 스토커 살인마가 나오니 슬래셔나 스릴러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아닌 게, 작중에 나온 주요 인물 4명 중에 죽는 건 2명인데 이중 살해당한 건 단 1명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사를 당한 것이라 연쇄 살인이 벌어진 게 아닌데다가, 여주인공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것도 맨 마지막 부분이라서 긴장감이 단 1그램도 느껴지지 않는다.

스토커 살인마가 정신병자라서 살인의 동기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고, 싸구려 신파극의 제물로 바쳐진 것도 눈에 걸린다.

이 캐릭터가 유일하게 인상적인 건 정신병원에서 간수 죽이고 탈출한 놈이 지명수배도 받지 않고 한 밤 중에 으슥한 산속의 목공소에서 남루한 차림으로 배달 치킨, 피자, 콜라를 처묵처묵하고 있는 씬이다. (내가 진짜 여태까지 많은 영화를 봤는데 이런 건 또 난생 처음 본다)

그렇다고 심령물이라고 하기도 무리인 게 초반에 나온 할아버지 귀신이나 여고생 귀신이 다소 뜬금없이 튀어 나왔는데 그것마저도 본편 내용이 치정극으로 바뀌면서 붕 떠버린다.

수목장이란 게 오프닝 나레이션까지 들어가면서 거창한 설정을 가진 것 치고는, 그저 망자가 아직 현세에 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아서 완전 페이크 타이틀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바닥을 긴다.

여주인공 청아 배역을 맡은 ‘이영아’는 2003년에 논스톱 4로 데뷔해서 연기 경력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코미디물 배우의 티를 벗지 못해서 굉장히 어색하고, 사건의 흑막인 지효 배역을 맡은 ‘박수진’은 그룹 슈가 멤버 출신으로 2005년에 레인보우 로망스에 특별출현한 이후 2007년부터 배우 활동을 했는데도 발연기의 절정을 찍는다.

신인 남우상을 받은 적도 있는 온주완은 작중에 맡은 배역이 청아의 약혼자인 정훈으로 포스터에는 주인공처럼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는 것이 비해 실제 출현씬은 상당히 적고 나와서 하는 게 트레이드마크인 미소 짓기 밖에 없어서 연기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유일하게 연기로 평타 친 건 포스터에도 안 나온 연재욱으로 작중 스토커 살인마 한기 배역을 맡았다.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각본상의 캐릭터가 워낙 폭망이라서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치킨, 피자 처묵처묵하며 먹방 찍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결론은 비추천. 미스테리, 멜로, 슬래셔, 스릴러, 심령물의 요건은 다 갖춘 것 같지만 각각 0.2%만 떼 와서 마구잡이로 뒤섞어 놓고는 전혀 정리를 하지 않은 채 잡탕밥으로 내놓아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기 이전에 이걸 과연 먹으라고 만든 건지 의문이 들게 하는 졸작이다.

아무리 저예산 TV 영화였다고 해도 무서울 정도로 재미가 없고 끔찍하게 못 만든 악몽 같은 작품으로 종편 채널표 영화의 신뢰도를 급락시키는데 일조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이 나왔을 당시 본작에 출현한 배우인 ‘한수현’이 배트민턴 선수 이용대와 사귄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고 그 때문에 영화 홍보를 목적으로 한수현의 화제성을 이용했다는 썰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실제로 영화 흥행 성적이 워낙 처참해서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사실 한수현이 작중에 맡은 배역은 이름 없는 여고생 귀신이라 뜬금없이 등장해 눈물 흘리는 것 밖에 하는 일이 없다)

덧붙여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단 2개의 스크린으로 일주일 동안 상영해 전국 누적 관객 263명인데, 그 263명 중에서 232명이 개봉 전 시사회에 참여한 관객 수라서 실제로 개봉 후 흥행 성적은 단 31명에 불과해 한국 영화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실패 기록을 달성했다.



덧글

  • 2014/11/18 16: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4/11/19 23:13 # 답글

    비공개/ 근 10년 내에 나온 한국 영화 중에 최악의 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56761
5243
9468531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