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끝의 시작 (呪怨 : 終わりの始まり.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오치아이 마사유키 감독이 만든 극장판 주온 시리즈의 최신작. 원작자 시미즈 다카시는 원안과 감수만 맡았다.

내용은 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하자 담임선생이 된 유이가 새학기가 시작됐는데도 등교하지 않은 사에키 토시오를 보러 사에키 일가의 집에 방문했다가 토시오의 모친 카야코를 만난 이후로 주변에서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극장판 주온 시리즈의 연대로 보면 4번째 작품이지만 사실 3번째 작품인 주온: 하얀 노인/검은 소녀(국내명은 주온: 원혼의 부활)가 주온 본편과 연관이 없고 그저 주온 탄생 10주년 기념으로 나온 작품이라서 과연 정식 넘버링으로 쳐야 되는지 의문인 것에 비해 본작은 카야코와 토시오 둘 다 나오고 문제의 저주 받은 집이 배경으로 나온다.

하지만 앞에 나온 극장판 본편은 물론이고 TV판과 소설판까지 어느 작품 하나 연결되는 것 없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재구성해서 거의 리부트판에 가깝다.

우선 원작에서는 사에키가의 가장 타케오가 무정자증이라서 아내인 카야코가 토시오를 낳은 것을 고바야시와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오해하고 살인을 저질렀는데.. 본작에서는 고바야시의 존재 자체가 사라졌고 토시오도 인간이 아닌 뭔가로 묘사되고 있으며, 카야코 자체가 이상하게 변했다.

애가 생기지 앉자 주술에 집착하던 중 어린 아이의 혼령이 다가와 빙의 임신해서 아이를 낳은 것이고, 그렇게 태어나 자란 토시오가 타케오를 거부하고 설상가상으로 카야코까지 정줄 놓고 타케오를 자극해 모녀가 나란히 끔살 당한 것으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스토커 전력이 있고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해서 화를 자초한 카야코는 둘째치더라도 토시오만큼은 100% 피해자로 나왔다.

사인도 살해당한 게 아니라 다락방에 몸을 숨겼다가 카야코의 시체와 함께 갇힌 뒤 귀신이 되어 나타난 카야코에게 이끌려 저편의 세계로 넘어가 귀신이 된 것이다.

헌데 본작에서는 참극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으로 나와서 무슨 ‘오멘’의 ‘데미안’처럼 불길한 아이로 묘사되며 살해당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본편 내용을 보면 아무리 봐도 무고한 피해자 같지는 않은데 한국 언론 기사에서는 엄청 뜬금없이 아동 학대를 다루고 있어 사회 비판 메시지가 있다 이러고 앉아 있으니 진짜 영화 안 보고 쓴 기사들이 마구 올라온다.

스토리는 좀 중구난방인 게 줄거리만 놓고 보면 여주인공 유이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데.. 19년 전에 벌어진 참극, 그리고 10년 전에 벌어진 저주 살인 사건에 초점을 맞춰서 자꾸 과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본편 진행을 너무 대충하고 지나갔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스토리가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 사이의 접점은 단 하나. 사에키 일가의 집에 들어갔다가 저주를 받아 죽었다는 것 밖에 없다.

19년 전, 10년 전, 현재. 세 개의 시점에서 여러 등장 인물이 어떻게 뒈지는지 죽어 나가는 이야기 하느라 바빠서 정신산만하기 짝이 없다.

죽어도 뭔가 스토리를 진행하고 죽어야지, 아무 이유 없이 토시오와 조우해 끔살 당하는 전개가 한참 반복되다가 본작의 청일점 나오토가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나마 좀 떡밥을 회수하지만.. 그게 19년 전의 이야기라 10년 전의 이야기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서 대체 왜 10년 전 이야기를 넣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모든 사건의 인과 관계를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집에 들어가면 저주 받아 죽는당께.’이 한 마디 말로 퉁치는 시점에서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바라는 건 사치가 된 것 같다.

공포 연출 부분도 새로운 게 전혀 없고 기존의 시리즈에 나온 걸 그대로 재탕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정면에서 원샷 받을 때 어김없이 뒤에서 나타난 손이 얼굴을 움켜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불이 부풀어 올랐는데 그 아래 귀신이 있고,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토시오와 다리 붙잡는 토시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는 토시오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을 기는 카야코, 턱이 찢겨 죽는 희생자 발생 등등 기존의 시리즈에서 항상 봐 온 것들을 또 보여주고 다시 보여주고 계속 보여주고 있다.

주온이 처음 나온 게 1999년이고 지금은 2014년이니 15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먹는 걸로 비유하자면 아침 식사로 옥수수 식빵에 잼 발라 먹는 걸, 우유 식빵으로 바꾼 차이 밖에 없다. 잼의 종류와 발라먹는 방식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격이다.

이어지는 내용이 어떻게 될지 너무 쉽게 예상이 되는 바람에 긴장감 같은 건 거의 없다. 등장인물이 아무리 많아도 떼몰살을 피할 수 없고 그냥 어떤 순서로 어떻게 끔살을 당할지, 그것만 보는 시리즈다 보니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하다.

주온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기존 시리즈에 나온 연출을 재탕한다고 해서 원작과 같은 퀄리티인 게 아니라,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서 그렇다. (턱 찢기 씬만 해도 원작의 공포와 긴장감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일부분 설정 파괴 부분도 보인다. 본작에서 카야코는 목이 꺾여 죽었는데, 귀신 폼으로 등장할 때는 기존의 시리즈와 같이 칼로 난자당해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바닥을 기며 꺽꺽 소리를 낸다.

죽은 다음 시체가 난자당한 게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 원령은 죽은 순간의 모습을 하고 나온다. 여고생 3인방부터 시작해서 나오토까지 그 법칙을 어기지 않는데 카야코 혼자 그런다.

이 작품에서 딱 하나. 새로 들어간 설정이 있다면 뜻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 그림이다. 불길한 사건의 전조 쯤으로 나오는데 카야코, 토시오 등의 원령들이 공책이나 책상 위에 소용돌이를 그리는 걸 반복한다. 근데 이게 떡밥만 던져놨지 회수를 안해서 무슨 뜻인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거기다 스토리 전반부에 실컷 소용돌이 그림 보여주다가 후반부로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린다. (도대체 왜 넣은 거야? 이토 준지 소용돌이 실사 영화 리부트판 예고인가)

결론은 비추천. 극장판 시리즈의 후속작보다는 리부트판에 가까운 작품으로 기존에 쓴 연출을 복사 붙여넣기하고 약간 손만 본 재탕이라서 무서운 게 아니라 지겹다. 이 시리즈가 여기서 더 나오면 오명만 더 쌓을 뿐이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졸작이다.

사다코 시리즈로 타이틀이 완전히 바뀐 링도 그렇고, 이 주온도 J호러의 양대 산맥이었던 작품들의 현주소가 죄다 폭망이니 좀 안타깝다. 양대 산맥까지는 아니더라도 링, 주온에 묶어 J호러 삼대장이라고 할 만한 착신아리는 그래도 이렇게 무리하게 시리즈를 연명해서 더 망가지지 않아 다행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여주인공 유이 배역을 맡은 배우는 ‘사사키 노조미’로 씨름 천하장사 출신 종합격투기 선수인 ‘최홍만’과 열애설이 터진 적이 있다.

덧붙여 이 작품의 한국 개봉 흥행 성적은 전국 관객 약 40여만 정도 된다고 한다.



덧글

  • 2014/11/09 22: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4/11/11 21:05 # 답글

    비공개/ 아. 그런 것도 있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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