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위 (1997) 한국 영화




1997년에 김태규 감독이 만든 코미디 영화.

내용은 필리핀 현지의 어느 지방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 20명이 게릴라에게 납치당해 한국 정부에 엄청난 몸값이 요구하자, 한국군에서 그동안 훈련시켜 온 다섯 명의 특수부대 요원들을 작전 지역에 투입하는 작전명 ‘특별한 휴가’를 실행했는데.. 우연히 국방부 서버를 해킹한 해커가 그걸 보고 착각해서 민방위 다닌다는 친구 삼촌에게 휴가나 주자며 프로젝트 내용을 손봐 특전사가 아닌 민방위 다섯 명이 인질 구출작전에 동원되어 필리핀 현지의 정글로 급파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영화 배우들이 정글에 갔다가 진짜 마약밀매업자와 조우해서 전쟁을 벌이는 ‘트로픽 썬더’가 생각나겠지만, 이 작품은 트로픽 썬더보다 11년 먼저 나왔다. (트로픽 썬더는 2008년작이다)

특전사로 오인 받아 작전에 투입한 멤버들은 지금 현재는 사라진 민방위 대원들로 오렌지족 유행철, 마누라한테 잡혀 사는 약골 남편 유광정, 입만 산 3류 양아치 황구충, 군인 집안에서 민방위가 되어 눈칫밥 먹는 한장돌, 구수한 사투리가 일품인 동사무소 방위 나희주 등 다섯 명이다.

멤버 전원이 전투나 전쟁하고는 거리가 먼 컨셉을 가지고 있어서 필리핀 정글에서 온갖 고생을 다하며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다섯 멤버가 본의 아니게 2개 조로 나뉘어 유행철, 유행정 조는 아마존 부락에 잡혀가고, 나희주, 한 장돌, 황구충 조는 정글을 돌아다니며 생고생을 한다.

그래서 사실 작품 전반부의 내용을 보면 특공 작전과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인다. 제목은 ‘민방위 정글 대탐험’이라고 지어도 무방할 정도로 모험 영화 느낌을 준다.

캐릭터도 각자 자기 색을 뚜렷하게 갖췄고 비중을 균등하게 나누어 갖고 있다. 누구 한 명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밀어주는 게 아니라 팀플레이를 전제로 진행하고 있다.

즉, 혼자서 웃기는 경우는 없고 두 명 내지 세 명이 상황극 하듯이 웃긴다는 말이다. (특히 아마존 부락에 잡혀간 유행철과 유광정이 하마 같은 추장과 잠자리를 갖는 개그 상황극이 웃겼다)

후반부에 가서 게릴라가 아마존 부락을 습격한 이후 다섯 멤버 전원이 한 자리에 모이고 인질 구출 의지를 불태우고 그들만의 작전에 돌입하면서 특공에 들어가니 거기서부터는 액션 영화로 탈바꿈한다.

람보나 코만도처럼 압도적은 무력으로 게릴라를 소탕시키는 건 아니지만, 인질을 구출해 탈출하는 과정은 나름대로 진지하고 스케일 크게 만들었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도 무려 필리핀 현지 로케로 촬영한 작품이라서 동네 야산에서 폭죽 터트리며 찍은 게 아니다.

전반부에 깔아 놓은 떡밥을 반전용으로 회수해 의외의 원군이 지원을 오는 전개가 매우 좋았다.

물론 특전사는커녕 일반 군인처럼 매일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닌 민방위 대원인 주인공 일행이 갑자기 총화기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차량 운전까지 해서 무사히 탈출하는 게 좀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영화니까 가능한 픽션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만하다.

그리고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다섯 멤버 이외에 조력자가 두 명이나 나오고 그중 한 명이 미국 특전사 네이비 씰 멤버라서 다섯 멤버의 서포트를 잘 해줬다.

결론은 추천작.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옛날 세대는 잊을 수 없는 민방위를 소재로 삼아서 만든 착각계 특공대물로 캐릭터 개성이 뚜렷하고 민방위 컨셉을 쭉 유지하면서 개그를 쳐서 깨알 웃음을 주고 특공 액션으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한 B급 영화다.

하지만 1997년 극장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다. 본작은 조감독 출신인 김태규 감독의 감독 데뷔작인데 극장 개봉 당시 서울 관객 14000여명으로 쫄딱 망했다.

김태규 감독은 이 작품으로부터 5년 뒤 2002년에 그 유명한 ‘긴급조치 19호’를 만들고 다시 흥행에 실패해 영화계에서 사라졌다.

단, 본작의 각본을 맡았던 박정우는 이 작품 이후에도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등의 히트작 각본을 집필한 바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러닝 타임 약 1시간 정도 뒤에 주인공 일행이 게릴라의 아지트를 찾아서 걸어가는 씬에서 약 2분 가량 미국의 보이밴드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노래 ‘Quit playing game with my heart’를 무단 도용해서 배경 음악으로 삽입했는데 영화 자체가 워낙 망해서 그것마저도 잘 알려지지 않고 묻혀 버렸다.

덧붙여 이 작품은 제작 당시 촬영 현장에서 필리핀 현지 스턴트맨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화 라스트씬에서 주인공 일행이 헬리곱터를 타고 가다가 뱀이 나왔다며 헬리곱터 아래 바다를 향해 뛰어 내리는 씬에 대역을 맡았었다고 한다.

그 이외에 허준호가 풀독에 감염되고, 스태프들이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호송되는가 하면 극심한 폭풍 속에서 촬영을 강행하는 것 등 안전 대첵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촬영 일정을 맞추느라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덧글

  • 원한의 거리 2015/04/20 01:21 # 답글

    지금 보면 문제점이야 많지만 말씀하신대로 90년대에 나온 심심풀이용 영화 중에는 볼만한 축에 끼는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 잠뿌리 2015/04/23 00:01 #

    킬링타임으로 제격이었습니다.
  • ㅇㅇ 2018/11/19 00:50 # 삭제 답글

    내용은 딱 심심풀이용인데 대한민국이 장애인도 징병하는 나라로 악명을 떨치는 걸 그대로 표현한 참 씁쓸한 영화다.

    방위병이란 장애가 있어 현역으로 군복무 할 수는 없지만 걸어다닐 수는 있는 경증장애인을 징병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말이 방위병이지 훈련강도는 현역병과 진배없었다.

    송추방위
    금곡방위

    방위 주제에 현역도 안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공수윙을 달고 다닐 정도로 훈련이 모질었다. 공수윙은 원래 특수부대원이 달고 다니라고 만든 휘장이다. 근데 송추방위와 금곡방위는 방위병이 저걸 달고 다녔다.

    극중 주역인 저 5명이 사실은 장애인인데 징병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나라 징병의 현실이 어떤 시궁창인지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형철은 거시기가 잘려서 방위가 됐다고 장애인을 직접 인증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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