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보이 (1991) 아동 영화




1991년에 강용규 감독이 만든 아동 액션 영화.

내용은 산속에서 도인에게 도술과 무술을 배운 외계 소년 마브러스가 하산하여 도시에서 악순이, 원숭이와 만나서 그들을 매니저로 삼아 악순이 척척해결 사무실을 개업해 도시의 평화를 위협하는 외계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당시 일본 특촬 전대물을 주로 수입하던 대영 팬더에서 자체 제작한 작품인데 그래서 약간 특촬물 같은 구조를 띠고 있다.

외계 악당이 도시에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면 마브러스가 툭 튀어나와 악당들을 물리치는 전개가 반복된다.

맨 주먹으로 외계 악당을 신나게 패다가 마지막에 가서 장풍 같은 걸 쏴서 폭발 효과와 함께 외계 악당이 소멸하는 게 딱 전대물 느낌이다.

당시 비디오용 아동 영화가 다 그렇듯이 쓸데없이 분량을 늘려서 2부작 구성을 만들어 한 편 당 러닝 타임이 약 한 시간 정도 돼서 다 합치면 두 시간 분량에 이른다.

마브러스가 악당들을 퇴치하는 것도 결국 한 가지 패턴의 반복인데 2시간 동안 그것만 계속 보여줄 수는 없었던 모양인지, 갑자기 마브러스가 외계 악당과 맞설 힘을 찾기 위해 용골을 찾아 떠나면서 스토리를 이탈한다.

그동안 다른 캐릭터는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가 악당의 습격을 받고 된통 당해서 영화 거의 끝나갈 때쯤에 마브러스가 다시 돌아와 구해준 다음에야 힘을 합쳐 싸우니 주조연의 시너지 효과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김미화와 이원승 등 당시 인기 개그맨을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초 역할로 활용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활약은 1부 후반부에서 마브러스에게 여의주의 힘을 받아 드래곤 전사로 변신해 싸우는 것 밖에 없는데 그것도 사실 개그씬으로 한정되어 있다. 2부에서는 둘 다 나란히 존재감이 없어져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김미화는 당시 순악질 여사로 인기가 많아서 본작에서 맡은 배역인 악순이가 결혼 안한 순악질 여사 버전이다. 야구 방망이를 기본 장비로 들고 나온다)

그렇다고 마브러스가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뭔가 좀 애매하고 이상한 캐릭터다.

맨 처음에는 댕기 머리 동자의 모습으로 나와서 무술 실력을 뽐내며 악당들을 제압하고 장풍까지 쏘는데 이름이 ‘마브러스’고 산신령 같이 생긴 도사님 밑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온다.

작중에 마브러스란 이름의 뜻은 놀라운 힘이라고 해석하는데 아무래도 ‘마벨러스’의 옛날식 오타 발음 같다. (그 시절이야 뭐 고블린은 가브린이라고 일본 발음을 가져다 썼을 정도니)

하산한 뒤에는 갑자기 ‘마신영웅전 와타루’의 와타루 코스프레를 하고 나와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초능력을 발휘한다. 근데 와타루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면서도 등에 맨 검은 그냥 장식일 뿐이지. 실제로 싸울 때는 맨손으로 싸운다는 게 함정이다.

사부님이 남기신 족자에 용골에 가보란 말이 써 있다고 무작정 용골에 찾아갔는데 그게 동데 뒷산에서 촬영한 거라 시냇물 위를 달리다 넘어져 물에 젖고 징검다리를 건너 바위 위를 오르는 등 온갖 뻘짓을 한 끝에 얕은 시냇물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뜬금없이 환청처럼 들려온 사부님의 가르침에 공중부양을 하더니 명경지수의 깨달음을 얻어 외계 악당들을 찾아가 일시에 소탕하니 보는 내내 정신이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날아간 것만 같았다.

외계 악당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다. 꾸질꾸질 외계인이라고 해서 자동차 매연과 쓰레기 등 오염된 것을 주식으로 삼는 존재들인데.. 처음에는 마브러스의 여의주를 노리고 지구에 왔다가 나중에는 갑자기 지구 침략으로 목표를 선회해 도시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급기야 물을 오염시키기까지 한다.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서 장난감 총을 달라고 해서 받아다가 방아쇠를 당기니 진짜 총알이 나가 가게 주인이 살해당한다거나, 은박지 쓰고 외계인 흉내를 내서 강도질한 인간 3인조 강도와 엮이는가 하면 물류 적재소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배경으로 싸우다가 갑자기 지게차를 조종하는 것 등등 어이없는 전개가 속출한다. (1부 오프닝에서 해안가를 배경으로 댕기동자 모습의 마브러스가 여의주를 노리는 검은 닌자 무리와 싸울 때부터 알아봤다. 물론 그 닌자 무리가 뜬금없이 물 속에 들어가 상체만 내놓은 채 각 잡는 건 덤이다)

그나마 나은 구석이 있다면 마브러스가 근접 격투 캐릭터다 보니 본작의 액션도 무술 액션에 중점을 뒀다는 것 정도다. 특히 발차기 하나는 기차게 잘한다.

동시기에 나온 국산 아동 영화 중에서 격투씬의 밀도가 좀 높은 편에 속한다. (어디까지나 아동 영화의 관점에서다)

심지어 당시 한국 액션 영화의 클라이막스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토산도 나온다. 토산에서 마브러스와 외계 악당의 일 대 일 격투가 라스트 배틀을 장식한다.

결론은 비추천. 실패한 캐릭터 운용, 발로 쓴 각본, 조잡한 분장, 난잡한 전개에 의상 표절까지 더해져서 안 좋은 걸 두루 갖춘 졸작이다.

마신영웅전 와타루를 보고 자란 세대가 보면 뒷목을 잡고 쓰러지거나 혹은 그 자리에 쓰러져 배꼽을 잡고 뒹굴 것 같은 작품이다.



덧글

  • 까진 눈물의여뫙 2014/11/05 18:32 # 답글

    어렸을 땐 재밌게 봤는데. 좀 많이 어설프더군요. 전 처음에 마브러스랑 싸우던 닌자군단들이 꼬질꼬질외계인들이랑 한패인 줄 알았는데 뒤에 영상자료 살짝 찾아보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그러면 닌자들은 대체 왜 나온 거였죠? 닌자들도 여의주라도 노리고 쳐들어온 꼬질꼬질 외계인이었으면 왜 싸우는지 딱 납득이 되었을텐데.) 좀 개그적이긴 했지만 김미화랑 이원승도 마브러스의 힘을 나눠받아 악당들하고 어느 정도는 싸울 수 있는 수준은 되는데 마브러스랑 처음에 한번 같이 싸웠을 때 말고는 그거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당하기만 하더군요. 뭐 빵셔틀 바보형처럼 묘사된 이원승이랑은 다르게 그래도 김미화는 첫 인상도 꽤 강하게 나왔고 외계인들이랑 싸울 때도 빠따 타작질이 장난 아니었는데도...

    최종보스가 너무 강해서 고작 마브러스의 열화판 정도 능력을 얻은 수준으로는 택도 없는 레벨이라는 걸 잘 묘사했으면 좋았을텐데 뭐 하나 제대로 해본 것도 없이 바로 저번화에서 얻은 경험 한번 살려보지도 못하고 저렇게 허무하게 당해서 그건 좀... 뭣도 모르고 재밌다고 보던 어린 시절에도 그 부분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적들에게 당하는거야 이원승 김미화 콤비가 마브러스보다는 약하니까 당연한거였지만, 적어도 외계인 한두놈 정도까지는 그렇게 두들겨 패고나서 당할 줄 알았는데.(심지어 이원승마저 같이 있었는데! 아무리 이원승이 약했더라도 김미화랑 거의 같은 힘을 얻은 상태에서 김미화가 먼저 이끌어주면 따라올 수준까지는 되는데!)
  • 리장 2014/11/05 19:32 # 답글

    어설픈맛으로 그냥 볼만했습니다.
  • 놀이왕 2014/11/06 21:31 # 답글

    1부에서 녹색 옷 입은 외계인들이 동네 쓰레기통에서 주식인 오염 물질 먹으려고 티격태격 몸싸움하는 개그 장면에서 그 장소가 제가 사는 목동의 파리공원과 목5동 주민센터 사잇길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 2014/11/06 13: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4/11/11 20:46 # 답글

    까진 눈물의여뫙/ 김미화가 본래 순악질 여사 캐릭터를 생각하면 강하게 나가야되는데 여기선 유난히 약한 모습이 많이 나왔죠. 심지어 악당한테 잡혀가 인질역도 했고요.

    리장/ 저는 너무 어설퍼서 좀 그랬습니다 ㅎㅎ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요.

    놀이왕/ 저도 옛날에 목동에 살던 기억이 나네요.

    비공개/ 신동엽 영화하면 본인이 직접 감독까지 맡았다가 말아먹은 학교전설이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아직까지 보지 못해서 아쉽네요.
  • 놀이왕 2014/11/13 22:27 # 답글

    그 학교전설 말인데요... 감독은 신동엽씨가 아닌 김현명씨(참고-http://m.movie.naver.com/m/endpage/people/Filmography.nhn?peopleCode=1759)이고 영화는 케이블TV 서비스인 헬로TV에서 무료로 볼수있습니다...
  • 잠뿌리 2014/11/19 23:07 # 답글

    놀이왕/ 아.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집에서 쓰는 TV가 KT라서 헬로 TV는 볼 수가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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