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공포 (Mahalai Sayongkwan.2009) 태국 영화




2009년에 방죵 싱대나몽콜쿨 감독이 만든 태국산 호러 영화.

원제는 ‘마하‘라이 사영콴’으로 한역하면 ’대학 공포‘. 북미판 제목은 헌티드 유니버시티다. 태국 현지 외에 해외에서 유일하게 개봉한 나라가 필리핀인데 필리핀판 제목은 ’방콕 헌티드 3‘다. (물론 옥사이드 팽 감독의 오리지날 방콕 헌티드 시리즈와는 연관이 없는 작품이다)

내용은 태국의 3개 대학교에서 떠도는 4가지 학교 괴담을 각색한 것이다.

‘화장실에 숨어 있는 여자’, ‘붉은 엘리베이터’, ‘영안실’, ‘바닥을 끌며 기어오르는 소리’ 등의 4가지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기본 바탕은 대학교 괴담인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다소 뜬금없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에피소드 ‘화장실에 숨어 있는 여자’는, 태국 마피아에게 마약을 훔쳐다 팔다가 조직원 차드한테 딱 걸려서 여자 친구와 함께 봉변을 당할 뻔한 남자 대학생 지미가 남은 마약을 숨겨 놓은 장소를 불었는데 거기가 자신이 다니던 공과 대학 건물로 밤이면 귀신이 나온다는 5층 여자 화장실이라서 일행들이 우르르 찾아갔다가 진짜 귀신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연을 당해 목을 멘 여자 귀신과 전통의상 입은 귀신이 튀어 나오는데 그 몰골이 산발한 머리를 한 J호러의 귀신 스타일이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등장인물이 떼죽음을 당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개연성이 크게 떨어진다.

일본 학교 괴담으로 대입해 보자면 화장실의 하나코와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등 화장실 귀신이 동시에 튀어나와서 압박하는 것이라서 뭔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공포감 자체는 본편에 수록된 네 가지 에피소드 중에 가장 낫다.

5층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마자 맞은 편에 나타난 귀신부터 좁디좁은 화장실 안에서 튀어 나와 서서히 다가오는 귀신 등등,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져서 그렇지 비주얼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두 번째 에피소드 ‘붉은 엘리베이터’는 1970년대 때 태국에서 벌어진 학생 운동 때 발포 명령을 내린 진압대장의 조카딸인 녹 노이가 과 선배 키악으로부터 독재자의 조카딸이라고 비난을 받아서 참다못해 반발했다가 붉은 엘리베이터에 등을 떠밀려 들어가 심령 체험을 하는 이야기다.

작중에 나오는 붉은 엘리베이터는 학생 운동 때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상태에서 총격을 당해 몰살당한 학생들의 피가 지워지지 않아 빨간 페인트로 새빨갛게 칠했다는 괴담인데, 녹 노이가 엘리베이터에 떠밀려 들어갔을 때 같은 시기에 죽어 유령이 되어서까지 서로를 찾는 연인 파누와 사지와 조우하고 당시 학생들이 학살당한 사건 현장의 환영을 목격한다.

줄거리만 보면 사회 비판 메시지를 던진다던가, 혹은 죽어서도 서로를 찾는 영혼들을 재회시켜주는 훈훈한 내용이 될 것 같은데.. 그런 것 치고 좁은 엘리베이터에 시체가 가득하고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비주얼은 고어하고, 막판에 뜬금없이 식스센스 반전을 넣어서 뭔가 애매해졌다. 각본상으로는 훈훈한 결말을 의도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찝찝하게 끝나서 그렇다.

세 번째 에피소드 ‘영안실’은, 의대에 다니는 남자 대학생 프라서트가 친구 조크와 함께 해부학 실습실에 갇힌 이후로 죽은 시체를 엄청 무서워하게 됐는데 레포트를 늦게 제출했다가 낙제점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그걸 만회하기 위해 대학 병원 교대 근무를 자처해 영안실에서 근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안실에서 근무하는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시체의 등에 문신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몇 분에 걸쳐 재촉을 하면서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처한 게 본편의 주된 내용인데 의외로 긴장감이 있다.

좁은 영안실 안에 사방에 천을 덮은 시체가 침대 위에 놓여 있고, 주인공 혼자 그 안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인공이 개그 캐릭터 같아도 상황 자체가 공포스러운데 설상가상 독촉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급기야 시체들이 떼지어 일어나 조롱하는 환영에 시달리기까지 하니 공포가 피부에 와 닿았다.

거기다 짓궂은 친구인 조크가 장난을 걸어오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하이라이트씬도 헉-소리가 절로 났는데 문제는 그 뒤에 이어진 라스트씬이 정말 생뚱맞다는 거다. 영안실 괴담으로 시작했다가 귀신 썰렁 유머로 끝난 것 같다.

네 번째 에피소드 ‘바닥을 끌며 기어오르는 소리’는, 룸메이트인 무아이와 사가 MSN으로 채팅을 하다가 베컴 닉네임을 쓰는 낯선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베컴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해서 대화창을 닫았는데 그 뒤에 배가 출출해 오자 무아이는 머리가 아파 집에 남고 사가 볶음 국수를 사러 외출을 했다가 사이코패스들을 만나 살해당하는 이야기다.

본편에 수록된 네 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개연성이 떨어지고 메인 소재를 종잡을 수 없다.

일단, 주된 내용을 요약하자면 화상채팅을 한 남자가 실은 사이코 패스 1이고 그게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었으며 길가다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은 사람도 사이코 패스 2라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룸메이트를 끔살시키고 여주인공까지 죽이러 왔다가 죽은 룸메이트가 귀신이 되어 돌아와 위협을 느끼고 달아난다.

이론적으로는 사이코 스릴러+심령물이 믹스되어 있지만 실제 본편은 두 가지 소재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조화 이전에 이야기 성립 자체가 너무 억지스럽다.

룸메이트가 외출한 사이 이웃에 있는 낯선 남학생이 불쑥 찾아온 걸 룸메이트 아는 사람이란 말만 믿고 들여 보내주고 무방비 상태로 있는 무아이의 행동부터 시작해서 사이코 패스 1, 2,의 등장은 갑툭튀 수준인데 두 사람이 서로 의기투합해서 패악을 저지르는 게 본편 내용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서 설득력이 무지하게 떨어지는 데다가, 죽은 친구가 팔 다리가 한 짝씩 잘려나가 계단을 기어 올라오는 귀신이 되어 돌아오는 것만 해도 공포에 떨어야 할 주체가 여주인공인지, 아니면 사이코 패스들인지. 그걸 명확하게 하지 않아서 엉망진창이다.

어떻게든 반전을 주고 싶어서 그런 것 같은데 너무 거기에 집착한 나머지 억지스러운 전개로 나가서 폭망한 것이다. 이야기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평균치를 엄청나게 갉아 먹는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응급구조반 이야기는 4개 에피소드와 조금씩 연관이 있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면서 하나로 묶는 역할은 전혀 못 하고 있고, 이야기의 화자가 되었어야 할 무아이는 귀신을 보는 영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마담 역할 밖에 못하고 주변 인물이 무아이를 관찰하면서 수다를 떠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캐릭터의 존재감이 전혀 없다.

이야기 자체가 붕 뜬 것 뿐만이 아니라 여주인공까지 주변으로부터 겉돌고 있어서 마무리가 전혀 깔끔하지 못했다.

결론은 비추천. 태국 대학의 괴담을 각색한 내용이란 점은 흥미롭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뜬금없는 전개가 속출해서 몇몇 무서운 장면과 상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영화 포스터가 에피소드별로 하나씩 총 4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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