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유영선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유영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내용은 어딘가 이상한 신입사원 세영이 직장 상사 이선과 트러블을 일으켰다가, 이선이 세영의 뒷조사를 하면서 세영에게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세영은 애정 결핍에 의해 탄생한 희대의 사이코 패스로 깨진 컵의 유리 조각을 씹어 먹고 연필과 면도칼 등으로 자해를 하는가 하면, 타인은 물론이고 육친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악녀다. 스스로 ‘마녀’라 칭할 만큼 온갖 패악을 다 저지른다.

처음에는 저주로 타인을 해친다면서 오컬트 떡밥을 던졌다가 실은 그냥 애가 미친 광년이라고 스릴러로 태세전환하는데, 작중에 세영이 저지르는 악행이 주요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세영이 실은 기구한 사연을 가진 여자란 점을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거기다 그걸 정말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구구절절 설명한다.

애정 결핍 때문에 미쳐서 사람들 무참히 죽이고 다니는 광년이 내가 실은 애정에 굶주려서 이랬어. 나 존나 나쁜 뇬이야. 이 말을 하고 또 하고 다시 하고 계속 하고 끝없이 하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냥 대책 없는 사이코 패스가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면 사이코 스릴러에 충실한 전개로서 재밌게 볼 수 있을 텐데, 애가 좀 미쳤지만 불쌍한 애라는 걸 자꾸 설명하고 억지로 이해시키려고 들면서 무리수를 던진다.

사이코 스릴러 영화에서 만악의 근원이 되어야 할 사이코한테 불우한 성장 배경과 악의에 대한 근본 원인을 집중 조명하는데.. 이건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시도였다.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 미저리의 애니 윌킨스, 샤이닝의 잭 토렌스 등등 주옥 같은 사이코 캐릭터들의 이야기에서 개네들이 존나 나쁜 놈인데 성장 환경도 불우하고 애정 결핍이라 불쌍한 애야. 라는 걸 본인 스스로 떠벌거리며 패악을 저지른다고 생각해 보면 거의 장르파괴 수준이다.

감독이 호러 영화 덕후라고 인터뷰를 했는데 과연 그동안 대체 뭘 봤기에 이런 무리수를 던진 건지 모르겠다.

작중에 나오는 반전도 싱겁기 짝이 없다. ‘사건의 진범은 누구?’ 이런 반전이 아니라 이미 범인이 누군지는 명확히 나와 있는 상태에서, 단지 애가 그냥 미친년인지. 아니면 슈퍼 미친년인지. 미침의 등급만 결정하는 수준이라서 싱거운 것이다.

그 때문에 사건의 진실은 이러했다고 화면상의 표시와 등장인물의 대사, 과거 회상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뭐?’라는 반응이 나온다.

캐릭터를 떠나서 소재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포스터에 ‘팀장님,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라는 무서운 대사까지 들어가 있어서 오피스 괴담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오피스 배경에서 상사와 신입의 트러블은 8시 마감 손가락 걸기 하나 밖에 없다.

이선이 세영의 뒷조사를 시작하면서 이미 회사를 떠나 밖으로 나갔고, 회사는 더 이상 관련이 없는 상태에서 세영의 비밀이 드러나는 전개라서 나중에 가면 오피스의 ‘오’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선의 조사 동선에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피스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것이다.

세영이라는 한 캐릭터에게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지금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 모처럼 직장인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소재를 포착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거다.

결론은 비추천. 오피스 괴담이란 좋은 소재를 발굴해 냈음에도 불구하고, 애정 결핍에 의해 탄생한 사이코 패스라는 진부한 캐릭터를 가지고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며 사연 있는 캐릭터로 보여 지게 하려는 시도를 해서 그게 곧 작품 전체에 악영향을 끼쳐서 재미와 완성도를 무참히 씹어 먹은 작품이다.

올해 여름에 나온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인 ‘군도’도 그렇지만, 사연 있는 악당에 포커스를 맞추어 본말전도되는 게 요즘 한국 영화의 새로운 고질적인 문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CGV 무미꼴라쥬 창작지원상을 수상했다.



덧글

  • 궁굼이 2014/10/23 08:25 # 답글

    지구를 지켜라 처럼 아무말 않고 있다가 나중에 진짜 이히히히 거리면서 빗자루 타고 날아갔다면...
  • 잠뿌리 2014/10/25 11:07 # 답글

    궁굼이/ 마녀란 걸 추상적인 단어로 쓰지 말고 본격 오컬트 요소를 도입했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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