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으로 가다 (2000) 한국 공포 영화




2000년에 김인수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PC 통신 ‘바다사랑 동호회’ 회원들이 남해의 해수욕장에 놀러가자는 공지 메일을 돌리고 기차역에 모여서 여행을 떠나 별장에 도착해 놀고 즐기던 중, 동호회에서 제명당했다가 자살했다고 하는 ‘샌드맨’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데 그 이후 회원들이 샌드맨에게 하나 둘씩 살해당하면서 의심암귀에 빠져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호러 영화로서 장르를 분류하면 슬래셔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한국 언론에서는 이 작품 관련 기사를 쓸 때 숀 S 커닝햄 감독의 1980년작 ‘13일의 금요일’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실제론 전혀 다르다.

오히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1996년작 ‘스크림’과 짐 길레스피 감독의 1997년작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같은 하이틴 슬래셔물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헐리웃 영화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독창적인 구석이 전혀 없다. 거기다 제대로 잘 따라한 게 아니라 어설프게 따라한 것이라 조잡하기 짝이 없다.

본작의 살인마는 ‘샌드맨’으로 PC 통신 동호회에서 제명 당했다고 살인을 저지른 애인데, 살인 동기가 ‘관심병’이다. 단지 그것뿐인데 관심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외로움과 소외감에 대해 누가 묻지도 않은 걸 자기 입으로 구구절절 떠들다가 온갖 패악을 저지르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샌드맨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 긴장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단서가 고작 PC 통신 본인 아이디 접속과 이메일 확인뿐이라서 그렇다.

겨우 이것만 보고서는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스토리 전개상 살아남은 애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해서 뭘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애들이 우르르 죽어 나가서 용의자의 수가 급감하자 샌드맨이 자기 정체를 고백하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도 전혀 놀랍지 않다.

작품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구조가 허술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가 속출한다. 사건의 진범은 둘째치고 그 범인의 공범부터 시작해서 작중 인물들의 행적이 이해가 안 가는 내용 투성이다.

보통,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게 정상인데. ‘이건 슬래셔물이니까 이렇게 행동해야해!’라고 정의하고 만든 것처럼 캐릭터들이 뭔가 나사가 하나씩 풀려 있다.

스크림이 호러 영화의 법칙을 깨고 그것을 재구성한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철저하게 호러 영화의 법칙을 따라가고 있어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작의 출현 배우는 재희, 이정진, 양동근, 이세은, 김민선, 故 이은주 등등 나름대로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하지만 그건 지금 관점에서 보면 그런 것일 뿐이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연기 경력이 얼마 안 된 무명/신인 배우들로 대거 기용된 것이라서 연기력의 평균치가 떨어진다. 아마 배우 본인들이 봐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될 것 같다.

3개월 동안 연기 특훈을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그게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니 끔찍한데 각본마저 폭망 수준이니 끔찍한 걸 넘어서 악몽이다. (이건 사실 발연기 하는 배우들 탓만 할 게 아니라, 수준 낮은 각본부터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이 작품에서 남는 건 고어씬 밖에 없다. 저예산 영화라서 지금 보면 싼티가 철철 넘치지만 그래도 당시 기준으로 보면 꽤 잔인했다.

특히 가위로 손가락 자르는 씬은 토니 메이럼 감독의 1981년작 ‘버닝’이 떠올랐다.

그 이외에 기억에 남는 씬은 멤버들이 해변에서 놀 때 흙으로 컴퓨터 모니터, 본체, 키보드, 마우스를 만들어 낸 장면이다. 보통은 흙으로 집을 짓거나 토성을 쌓을 텐데 여기서는 컴퓨터를 만들다니 그것 하나만큼은 신선했다.

결론은 비추천. 스크림의 성공에 묻어가려는 듯 헐리웃 슬래셔물을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제대로 흉내조차 내지 못한 채 폭망한 작품이다.

아무런 특색도 없는 조잡한 각본과 당시 무명/신인 배우들의 발연기가 더해져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졸작이다. 13일의 금요일, 스크림이 한국에서도 흥행을 했던 걸 생각해 보면 슬래셔물이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장르적 실드조차 쳐줄 수가 없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김인수 감독의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됐다. 90년대 당시 투캅스의 제작실장, 넘버 3의 제작/기획으로 유명한 김인수 감독과는 동명이인으로 이름만 같을 뿐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덧붙여 이 작품의 관객 동원수는 약 9만여명 정도로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덧글

  • IgNaCiO 2014/10/16 19:35 # 답글

    구만명중에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 잠뿌리 2014/10/18 10:51 # 답글

    IgNaCiO/ 역사의 산 증인이 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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