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환생 (1996) 2019년 전격 Z급 영화




1996년에 남기남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결혼을 약속한 상철이 배신을 하고, 상철을 사위로 맞이한 한 회장의 음모가 더해져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소영이 귀신이 되어 돌아와 자신의 원수들을 도륙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비디오 출시명은 부제에 ‘월하의 공동묘지 2’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 월하의 공동묘지 1편인 ‘기생월향지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작품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여인이 한을 품고 귀신이 되어 돌아와 복수한다는 소재만 같을 뿐이다.

스토리 자체도 멀쩡하고 소영이 귀신이 되어 돌아와 복수하는 전개도 무난한 편인데 문제는 연출에 있다.

영구와 땡칠이로 잘 알려진 남기남 감독이 만들었고 초스피드로 영화를 찍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이 작품도 뭔가 굉장히 어설프고 유치한 구석이 많다.

처음 시작할 때 번개 치는 달밤에 산속에 있던 무덤이 쩍 갈라지더니 관짝이 튀어나오고 관에 있던 해골이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소영 귀신이 나타나 도시로 상경해 원수들을 제거하는데 분장, 소품, 연출 등이 전부 허접하다.

텅 빈 회사 컴퓨터실에서 타자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키보드가 저절로 타이핑되나 싶더니 눈에 녹색 색종이를 붙인 듯한 소영이 노려보고, 소영이 원수를 칼로 찔렀다가 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도끼를 손에 들고 이마를 내리 찍기도 한다.

심심하면 미러 이미지. 즉, 분신술을 써서 여러 명으로 나뉘어 행동하며, 손가락에 달린 손톱은 투명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손으로 상대의 목을 잡아 뜯는데 난데없이 장기 같은 게 뽑혀 나와 불뚝거리니 어디서부터 딴죽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더 이해가 안 가는 한회장의 손녀 지숙이다. 소영이 귀신이 되어 한회장 집에 나타나 복수하려고 해서 상철이 환영에 빠져 골프채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릴 때.. 갑자기 지숙이가 앤티크 3단 촛대를 들고 나타나더니 난데없이 오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소영이 괴로운 반응을 보이다가 사라진다.

이때 나오는 음악은 진짜 오멘에 나온 노래 맞다. 정확히, 1976년판 오멘에 수록된 제리 골드스미스의 ‘슈트(Suite)라서 무단으로 가져다 쓴 것 같다.

극후반부로 넘어가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 보는 사람의 의식을 우주 저편으로 날려버린 것도 모자라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듯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든다.

한회장이 소영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남긴 유언이 ‘내가 죽으면 귀신이 되어 너에게 복수할 것이다!’ 이것인데 그 뒤에 한회장의 장례식장에 소영이 나타나 남은 가족을 해치려고 하자, 관에 누워 있던 한회장의 시신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진짜 귀신이 되어 소영과 맞짱을 뜨다가.. 갑자기 힘이 부쳐 상철에게 ‘나는 늙어서 힘이 없으니 자네가 대신 싸우게.’ 이런 말을 남기고는 상철과 빙의 합체. 상철이 소영과 투닥거리면서 이소룡 흉내를 내더니 손바닥 씨름을 하다가 방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배경이 양계장으로 바뀌어 ‘새벽닭이 울면 난 약해’라는 소영의 묻지도 않은 약점 고백 후, 권격을 나누다가 소영과 상철 둘 다 스타워즈의 라이트세이버 같은 파랑, 초록 광선검을 뽑아들고 칼싸움을 벌인다. (이때 압권인 건 상철의 광선검이 소영을 찔렀는데 그게 종이로 프린팅된 소영 사진이라는 거)

상철이 패배해 죽는데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털복숭이 외국 남자로 바뀌고, 상철 몸 위로 해골 모형이 얹혀 있는데.. 한회장의 손녀가 갑툭튀해서 녹색 십자가를 들고 걸어오는 상황에 지숙이의 엄마 나레이션이 들려와 저건 인간이 아니라 귀신이라면서 퇴치를 종용하자 지숙이가 녹색 십자가를 투척해 소영을 없애 버린다.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라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데 이건 과장이 아니다. 남기남 감독의 영화가 본래 이런 스타일이다. 자기 딴에는 진지하게 호러물을 찍지만 영화의 완성도적인 측면에서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간극이 존재한다.

결론은 미묘. 스토리는 비교적 멀쩡한데 분장, 소품, 연출이 너무 막장이라서 과연 이걸 영화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어서 쌈마이한 맛이 있는 작품이다. 쌈마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지만, 그 반대인 사람이라면 보다가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남기남 감독의 103번째 영화로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80년대 다작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이 작품의 흥행실패로 인해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하며, 극장 개봉 후 하루에 관객 다섯 명이 넘지 않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 작품 이후 한동안 영화를 만들지 않다가 2004년에 개그 콘서트 멤버들을 데리고 찍은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로 돌아왔다.



덧글

  • 2014/10/11 19: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4/10/18 10:47 # 답글

    비공개/ 어쩐지 1996년에 걸린 영화 치고 더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회장 장례식이 문상객 3명인 게 사실 식장을 따로 빌린 게 아니라, 안방에서 장례식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근데 마지막 장면은 멜로물 같지는 않았어요. 애정이란 요소가 전혀 없어서요. 사실 마지막 장면이 소영의 무덤 앞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죄하고 끝나는 씬이라서 그랬지요. (그 직전의 장면이 꼬마 지숙의 십자가 투척 퇴마씬이라서 개그였습니다)
  • 오행흠타 2015/02/22 00:36 # 답글

    얼마나 엉성한지 오히려 더 궁금해지네요...
  • 잠뿌리 2015/02/23 19:51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습니다.
  • 좋은영화 2016/07/20 13:30 # 삭제 답글

    이 양반 찍은 영화보니 참 기도 안차더군요
    그런데 그딴 쓰레기들이 영화랍시고 극장에 걸리고 그딴 걸 또 돈주고 봤다니 참...
    하긴 뭐 몇년 전에도 7번방의 선물같은 극악의 쓰레기가 천만을 넘기고
    태양의 후예 같은 쓰레기 시청율이 그리나오는 걸 보면
    쓰레기 감독은 쓰레기 관객이 만든다는 게 정확한 거 같네요
    한국인들에겐 쓰레기, 조센징들에 명감독.. 남기남 감독에 대한 평가는 딱 그 수준이네요
  • 잠뿌리 2016/07/22 18:19 #

    남기남 감독 작품은 그래도 7번방의 선물이나 태양의 후예처럼 크게 히트한 게 없습니다. 그냥 박리다매로 많이 촬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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