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장미의 기사 (1995)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새론 소프트에서 개발, 미리내 소프트에서 DOS용으로 발매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한국 최초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내용은 300년 전 크로아티아 지방에서 철제 무기로 무장한 베이루족이 연금술을 사용하는 지방 정착민인 하이데거족을 침략해 영토의 일부를 받아낸 뒤 서로의 문명 기술을 받아들여 평화를 이루었는데, 그로부터 100년 후 베이루족이 데스몬드 제국으로 성장하고 하이데거족은 바르시아 왕국을 만들었으나 또 다시 영토 분쟁이 벌어져 200년 동안 유지해온 평화가 깨져 바르시아 왕국이 데스몬드 제국에 의해 멸망하기에 이르고.. 바르시아의 공주만이 극적으로 탈출하여 5년의 시간이 지난 뒤 데스몬드 왕국의 제독 카리스마에게 발견되었는데 바르시아 왕가의 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들켜서 죽을 뻔 했다가 바르시아 왕국 근위대 사령관 출신으로 방랑자가 된 주인공에게 그걸 보고 공주가 자신의 딸이라며 카리스마에게 목숨을 구걸해 간신히 살아난 대신 한 달에 한 번 카리스마의 아들 크라이스와 대결하라는 조건이 내걸려 주인공이 공주를 수양딸로 삼아 여전사로 훈련시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가이낙스의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의 모방작이다. 정확히는, 프린세스메이커 2를 따라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데 짝퉁 게임이 항상 그렇듯 원작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마이너 버전이다.

1680년부터 1691년까지 11년 동안 딸을 키워야 한다.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한 달 스케줄을 정해서 자동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선택 가능한 건 교육/아르바이트/휴식이다.

교육은 ‘전투력’, ‘마법력’, ‘속도’, ‘언어’, ‘과학’, ‘예능’, ‘예절’, ‘수양’, ‘매력’ 등을 가르칠 수 있고, 아르바이트는 ‘방청소’, ‘강아지 돌보기’, ‘개구리 잡기’ (아이 시절). ‘꽃꽃이’, ‘짐꾼’, ‘가정교사’ (소녀 시절). ‘동물원’, ‘인력거’, ‘병원’, ‘술집’ (성인 시절). 휴식은 ‘산책’, ‘여행’ 등을 실행 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한 능력치 상승폭은 생각보다 적은 편인데 돈이 없으면 아예 실행이 불가능하고, 아르바이트는 아이, 소녀 시절의 경우 버는 액수가 너무 적어서 한 달에 쉬는 날 없이 3주 전부 일을 해도 한달에 3번 교육 받으면 돈이 다 떨어진다.

천상 돈이 많이 들어오는 건 술집일로 성인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아이, 소녀 시절 때의 급료가 100 단위에서 노는 것에 비해 술집은 1000 단위로 놀기 때문에 밸런스가 붕괴됐다.

스케줄 설정 이외에 선택 가능한 커맨드로는 마을 방문, 교육 방침 정하기 등이 있다.

마을 방문은 무기상점, 잡화점, 음식점에서 각각 무기/방어구, 능력치 상승 아이템/옷,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프린세스메이커 2는 딸의 식단도 조절할 수 있어서 키와 몸무게의 변화가 생긴 반면 본작에는 그런 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다이어트 이벤트가 생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자꾸 나오고 계속 나온다.

교육 방침은 ‘격려하기’, ‘충고하기’, ‘꾸짖기’ 등이 있는데 그런 게 있는 만큼 딸이 상태 이상에 빠져 불량스럽게 변하는 일도 있다. (정말 자잘한 것까지 전부 다 프린세스메이커를 베끼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육성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수치는 파라미터(게이지)로 표시되는데 게이지와 숫자 수치를 동시에 표시하던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와 달리 본작은 그냥 게이지만 표시돼서 당최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교육/아르바이트/휴식 등으로 상승하고 내려가는 능력치도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뭔가 게임이 제대로 진행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능력치 상승폭이 가장 높은 건 아르바이트고 교육, 아이템으로 상승하는 능력치가 너무 낮아서 아동 착취 게임이 따로 없다.

그게 곧 게임 밸런스 붕괴로 이어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딸한테 죽도록 일만 시켜도 교육 한 번 안 시킨 언어 분야 게이지가 어느새 꽉 차서 뜬금없이 제국의 재상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즉, 육성 의도나 목적에 맞지 않은 능력치 상승과 결론 도출인 것이다. 정말 줏대 없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진행 속도가 느리면 ALT+F12를 누르고 있으면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건 프린세스메이커 2의 빠른 실행키와 같다.

근데 텍스트가 한 줄 전부 나오고 잠시 멈췄다가 키보드/마우스를 클릭하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멈추는 일 하나 없이 한 번에 쭉 나가는 방식이라 스킵 기능을 쓰면 작중에 나오는 대사를 못 보고 지나치는 일이 자주 생긴다.

프린세스메이커 2처럼 교육/아르바이트를 할 때 SD 캐릭터가 움직이는 씬이 나오는데 리액션이 전부 다 똑같아서 성공/실패의 개념이 없고 능력치 상승 과정이 전혀 안 나오는데다가, 심지어 돈도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휴식은 산책/여행이 있는데 산책은 돈이 들지 않지만 여행은 돈이 많이 든다. 여행은 산과 바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여행 CG가 한 컷 나온다. 프린세스메이커와 똑같는데 그보다 더 떨어지는 건 계절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어느 시기에 가든 산/바다로 CG가 각각 1컷 씩 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이 작품이 가진 가징 크고 치명적인 문제는 유명 게임의 모방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이벤트 발생 속도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매 달마다 이벤트가 발생한다.

카리스마 제독의 아들 크라이스와의 대결을 필두로 방문 이벤트, 축제 이벤트, 대회 이벤트 등이 정말 미친 듯한 속도로 발생한다.

이벤트의 수가 많긴 한데 정말 실속이 없고 특히 방문 이벤트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대회/축제 이벤트로는 글짓기 대회, 개구리 멀리뛰기 대회, 댄스 경연 대회, 산정복 대회, 격파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 장미 축제 등이 있지만.. 이것들 전부 우승자가 딱 정해져 있어서 그 이름이 바뀌는 일이 한 번도 없고, 딸의 능력치가 맥스치에 도달해도 상 한 번 못 타게 되어 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대회/축제 같은 걸 넣은 건지 모르겠다)

방문 이벤트는 대부분 길가던 사람이 우연히 플레이어의 집에 들렀는데 딸에게 목걸이 내놓으라고 협박하거나, 난데없이 플레이어 집이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놈이 있는가 하면 딸보고 자기 약혼녀라고 결혼하자고 달라붙는 놈에 대문학가가 흉가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딸이 고된 수행을 못 견뎌서 집 나가고 싶다고 엥기는 것 등등 혼돈의 카오스적인 상황의 연속이다.

사실 애초에 시작부터 무리수를 던졌다. 프롤로그에 나온 것에 따르면 크라이스와의 검술 대결을 한 달에 한 번 하라고 하는데 본 게임은 한달 스케줄을 정해서 진행하는 거다.

턴제로 치면 한 턴에 해당하는데 한 턴에 한 번씩 대결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게임 시작해서 한달 스케줄 정해서 진행하면 다음 달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투부터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 까지 키워야 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검술 대결을 시켜야 하다니 진짜 무한지옥이 따로 없다.

이 검술 대결은 프린세스메이커2의 전투와 동일해서 검술/마법을 결정해 공격을 주고받는 것인데 이 부분도 밸런스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초반부야 크라이스가 대부분 패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크라이스가 연승하기 시작하고 그걸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

그것도 그럴 게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엄청 적은데 돈을 벌 수단은 한정적이고, 교육비는 상대적으로 무지 많이 들어서 딸을 훈련시키는 게 어려운데 크라이스와의 전투는 축제나 이벤트를 제외하면 빠지지 않고 계속 나오니 뭘 어떻게 키우고 준비할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건 게임 패키지 표지를 보면 크라이스가 주인공처럼 얼굴샷 크게 찍혀 있고, 플레이어 딸이 갑주를 걸친 채 검 들고 달려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 거다.

더 황당한 건 크라이스가 패배하면 카리스마 제독이 여자는 모름지기 기품과 예의가 몸에서 흘러야 하는 법이라며 어디 사내자식처럼 칼 쓰는 법을 배우냐고 디스하는데 줄거리랑 본편 내용의 아귀가 맞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크라이스와의 대결은 게임 엔딩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게임 본편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넣으나 안 넣으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그런데 그걸 계속 반복해야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딸과 아버지 관련 이벤트도 하나 같이 유치하고 이상한 것투성이라서 유대감의 유자도 안 생긴다. 아빠인 플레이어는 중우한 노신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성격파탄자고, 딸은 반항기가 충만해서 사사건건 충돌한다.

딸이 반항기라고는 하나, 허구언날 훈련, 일만 시켜놓고 딸이 하는 게 눈에 차지 않으면 닥쳐라 꺼져라 막말을 해대는데 이게 과연 플레이어 스크립트라고 대사 짜놓은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스크립트 제목이 ‘계부’ 아닐까?)

아예 교육할 때 기본 디폴트 대사가 ‘딸: 지겨운 한주가 시작됐다, 아빠(플레이어): 잔소리말고 교육이나 받아라!’ 이거다.

설상가상으로 딸이 한 번 불량상태에 빠지면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 찡그린 얼굴을 봐야 한다. 프린세스메이커 같이 스트레스 수치가 따로 표시되는 것도 아니라서 뭘 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딸이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성인이 되었을 때 첫 해 이벤트로 플레이어가 꾸중하는 게 나오는데 다짜고짜 ‘네 이년! 이리 와보거라’라는 대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을 때 보는 내가 다 식겁했다.

제일 어이가 없던 건 딸이 요새 좀 건강이 나빠 보인다면서 몸에 좋은 약초를 구해오라고 시키더니, 정작 딸이 약초 구해왔더니 본인이 처묵처묵하고는 딸이 ‘제 몸이 안 좋아서 구해오라고 하신 것 아니에요?’라고 따지자 ‘이것아! 너는 약초를 캐는 동안 건강해지지 않았느냐?’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이벤트였다.

이런 괴악한 이벤트들이 딸의 상태와 상관없이 무조건 나온다. 딸의 상태가 좋든, 나쁘든, 불량하든 간에 일관적으로 이렇게 나오니 버틸 수가 없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딸이 플레이어를 진정한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훌륭한 여전사로 훈련시켜달라고 정신 차리는 이벤트가 나오긴 하는데.. 그게 게임 본편 마지막 달 스케줄 때 나오는 이벤트다.

이쯤되면 정말 육성이란 게 고통스러워진다.

엔딩의 경우 약 10가지가 있는데 배드 엔딩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재상이 돼서 부귀영화를 누리면 출생의 신분을 감추고 거짓된 삶을 살고, 왕국 제일의 미인이 되면 콧대가 높아져 주변의 청혼을 모두 거절해 노처녀로 늙어죽는다.

최악의 엔딩은 거지에 질병까지 얻어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다가 얼어죽는 엔딩이다.

최고의 엔딩은 데스몬드 제국에 구데타를 일으켜 바르시아 왕국을 재건하고 여왕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근데 이게 무조건 능력치가 높다고 다 이런 엔딩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딸의 상태와 중요한 관련이 있다. 딸의 상태가 최고조 스탠드 CG에서 웃고 있는 상태에서 능력치가 높으면 여왕 엔딩이 나오는 것이고.. 딸이 X씹은 표정을 짓는 불량 혹은 피곤 상태에서는 아무리 능력치가 높아도 거지, 미인, 재상 같은 배드 엔딩으로 직결된다.

이걸 게임 개발사는 드라미탁한 시나리오의 전개와 함께 다가오는 잔잔한 감동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본편에 나오는 마우스 커서 아이콘은 장미 모양인데 장미 봉우리로 클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게 또 상당히 불편하다.

안 그래도 그래픽이 떨어지는데 게임 구성은 엉망이고 밸런스는 형편없으며, 게임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기까지 하니 안 좋은 게임의 요소를 전부 다 갖추고 있어 재미가 없는 것뿐만이 아니라 완성도까지 극히 떨어진다.

게임 방식을 프린세스메이커2를 베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재미없고 못 만든 결과물이 나온 것도,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재능이며 당시 짝퉁 게임의 선두 주자라고 까던 대만 게임 욕할 게 못된다.

결론은 비추천. 한국 최초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가이낙스의 프린세스메이커 모방작으로 정신나간 대사 스크립트에 미칠 듯한 이벤트의 연속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게임 인터페이스까지 갖춰서 짝퉁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재미와 완성도 둘 다 떨어지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 엔딩 이후에 나오는 스텝롤에 가장 먼저 보이는 이름이 ‘이우혁’인데 퇴마록 작가 이우혁과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인지 아니면 본인인지 모르겠다.

덧붙여 프롤로그 마지막에 나오는 플레이어의 얼굴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이케가미 료이치’ 화풍이다. 대만의 삼국연의가 일본 코에이의 삼국지2 공식 일러스트를 베낀 것처럼 이 작품도 이케가미 료이치 그림을 트레이싱한 게 아닐까 싶다.

추가로 프롤로그에 나오는 플레이어는 굉장히 젊은데 게임 본편에 나오는 모습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생년월일이 1626년이다. 딸은 1676년생으로 나오니 게임 시작할 때 5살인 건데.. 플레이어는 대체 어쩌다가 젊은이에서 노인이 된 건지 모르겠다.

게임 시작 시기는 1680년이라 이때 나이가 이미 74살이고 1691년까지 딸을 키워야 하니 그때쯤 85살이 되는데 엔딩은 무조건 10년 후를 그리고 있어서 플레이어의 나이가 95살이나 된다.



덧글

  • 배길수 2014/10/09 17:40 # 답글

    다른 분 리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글만 봐도 괴작 포스가 풍기더군요. 웃음이 나오는 괴작도 아니고 정나미 떨어지는 괴작-_-

    시스템이나마 멀쩡했으면 프메 패러디 부조리물이라고 봐줄 수도 있었을텐데(...)
  • 염땅크 2014/10/09 20:20 # 답글

    엄청난 망작이네요. 스토리 보면 크라이스가 소꿉친구 보정으로 미래의 남편감 후보 중 하나로 등극해야 마땅하거늘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이벤트가 실제 스토리상에선 별 의미도 없다니.
  • 먹통XKim 2014/10/11 02:30 # 답글

    CG부터가 안 당겨서 안 샀던 게임....
  • 잠뿌리 2014/10/18 10:41 # 답글

    배길수/ 이 소재로 이렇게 못 만드는 것도 재능인데 시스템이 불편한 게 최악의 문제점이었습니다.

    염땅크/ 작중에 딸이 갑자기 크라이스랑 결혼하겠다고 하는 이벤트가 나오긴 하는데 정작 크라이스는 대사 한 마디 없고, 그 이벤트도 그냥 한 번 나왔다 사라지는 통과 의례 이벤트라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나왔지요.

    먹통XKim/ CG 수준이 바닥을 기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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