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스쿨 (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김석정 감독이 만든 한국산 좀비 영화.

내용은 외딴 섬에 있는 칠성 학교에 문제아들이 갇혀 사는데, 애완 고양이 나비가 멧돼지에게 물려 죽어 격노한 교장이 임원들을 데리고 멧돼지 사냥을 하러 갔다가 역으로 공격당해 좀비가 되어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본격 좀비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뭔가 좀 무늬만 좀비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작중에 나오는 좀비는 어떤 실험에 의한 오염에 의해 퍼진 것이 아니라 구제역 파동으로 살처분된 돼지들의 원한이 깃든 멧돼지가 사람을 물어 좀비로 만든 것이다.

2004년에 나온 아일랜드산 좀비 영화 ‘데드 미트’에서는 좀비 소, 2006년에 나온 뉴질랜드산 좀비 영화 ‘블랙 쉽’에서는 좀비 양이 사람을 공격해 양인간을 만들어 바이러스를 퍼트리니, 좀비 돼지도 충분히 나올 법한 발상이기는 한데.. 문제는 바이러스 전파의 표현 방식에 있다.

작중에 좀비들은 사람을 물어서 좀비로 만들지 결코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거기다 좀비로 감염됐는데 일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게 어떤 기준을 따로 제시한 게 아니라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만든 느낌이다. 그래서 남들은 한 번 물리면 다 좀비로 변한 반면, 주인공 일행은 주역 보정을 받아서 제정신을 챙긴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좀비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거나 지식을 갖고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좀 어설프게 좀비물 느낌만 나게 만든 것 같다.

하지만 무늬만 좀비인 것 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주체성이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것 같은데 그걸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중구난방이 되어 버렸다.

외딴 섬에 있는 학교에 갇힌 문제아란 설정을 기반으로 해서 학생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선생과 반항기 충만한 학생들의 충돌을 보여주는데.. 이게 좀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까 학원물과 좀비물 소재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니라 각자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학원물 파트에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시도가 보이지만 좀비물 파트로 넘어가면 그딴 건 없다. 머리숫자도 많은데 좀비에게 대항하기는커녕 좀비한테 쫓기다가 하나 둘씩 쓰러지기만 하니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렇게까지 학원물과 좀비물의 접점이 없는데 왜 굳이 학교를 배경으로 했고, 왜 굳이 좀비가 나왔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스토리 전개상 좀 이해가 안 되는 장면도 적지 않게 나온다.

좀비한테 쫓기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 창고에 몸을 숨긴 채 배고프니 뭘 좀 먹자면서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가 소주에 삼겹살 구워 먹는 애들부터 시작해서, 막판에 정말 뜬금없이 벽에서 튀어 나온 좀비도 인간도 아닌 괴 생명체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는가 하면, 살아남은 애들이 떠나고 텅 빈 교실 칠판에서 피가 줄줄 흐르면서 돼지 창자와 돼지 머리가 나뒹구는 것 등등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만든 건지 알 수가 없다.

이건 B급 영화라서 그렇다는 말로 쉴드를 칠 수 없는 수준이다. 황당하긴 한데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닌 발칙한 상상력이 B급 영화의 미덕인 거지, 개연성이 없고 설득력 떨어지는 걸 B급 영화라고 포장하면 안 된다. 황당한 것과 말이 안 되는 것을 구분한 필요가 있다.

조악하게 비유하자면 맥도날드에서 고객의 건강을 생각한다며 특선 웰빙 메뉴로 '스시 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것과 횟집에서 일식 조리사가 빅맥 만들어 파는 것의 차이다.

좀비물로서의 표현 수위는 대단히 낮은 편이다. 앞서 말했지만 좀비가 사람을 물어서 감염시키지, 잡아먹는 건 아니라서 피는 튀어도 살점이 흩날리지는 않는다. (심지어 좀비가 사람을 물 때 물어뜯는 순간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거기다 생존자들 중에 단 한 명을 제외하면 다들 도망치느라 바빠서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잔인한 게 나올 만한 건덕지가 없다.

등장인물도 딱 일진물 표준 캐릭터들이라 몰개성하다. 누구 한 명 튀는 일이 없어서 그 어떤 활극도, 액션도, 개그도 안 나온다.

코미디 요소가 1그램도 없는 건 작중 인물들이 너무 진지 빨아서 그렇다. 선생은 급정색하면서 너희들은 쓰레기야 라고 학생을 윽박지르자, 학생들은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 학교 따위 쓰레기야 이러고 있는데 이 어디에 유머가 들어가겠나.

그 와중에 남녀 주인공의 뜬금없이 썸을 타면서 러브라인을 그리고 거기에 포커스를 맞춘 건 관객의 의식을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날려보내기에 충분했다.

결론은 비추천. 좀비물인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흉내만 내서 정말 어설프게 만든 관계로 좀비물이라고 하기 좀 그런 수준이고, 작중에 담긴 사회 비판 메시지도 텅 빈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아 깊이가 없으니 재미와 완성도 둘 다 떨어지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좀비물이 먹히기 힘든 장르라는 말로 위로해주기에는 워낙 노잼에 쌈마이 영화라서 B급 영화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이 한국 좀비 영화 첫 작품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많은데 1980년에 나온 ‘괴시’가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고 그 이후 2006년에 나온 ‘어느날 갑자기 4부작 죽음의 숲편’, 2007년에 나온 ‘불한당들’, 2009년에 나온 ‘무서운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2010년에 나온 ‘이웃집 좀비’, 2012년에 나온 ‘인류멸망보고서’, 2012년에 나온 ‘무서운 이야기 4번째 에피소드 엠뷸런스편’ 등이 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63661
5192
9447469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