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2 (Ha Phraeng.2009) 2014년 개봉 영화




2009년에 태국에서 반종 피산다나쿤, 파윈 푸리킷판야, 송유스 수그마카난, 비수테 폴보랄락스, 팍품 웡품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호러 영화. 전작은 4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호러 영화라서 한국에선 4색공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반면, 이번 작은 감독이 1명 더 늘어나서 다섯 감독이 다섯 작품을 만들어 넣었다.

내용은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지나가는 차에 돌을 던져 테러를 감행하던 10대 소년 뻬이가 대형 사고를 쳐서 어머니의 주선으로 경찰을 피해 산속에 있는 절에 들어가 수련승이 되어 몸을 숨겼는데 배고픈 영혼들에게 음식을 주어 달래는 니붕 나무에 바쳐진 공물을 훔쳐 먹으려다가 아귀의 저주를 받는 이야기인 ‘수련승’, 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아팃이 독실을 신청했는데 3인실을 배정 받고 옆자리에 혼수상태에 빠진 노인의 환영에게 무서운 일을 당하는 ‘병동’. 일본인 관광객 두 명이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태국 현지 사람의 트럭을 얻어 타고 갔는데 실은 그 안에 마약 밀수를 위해 마약 봉지를 먹은 사람들이 떼거지로 죽어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좀비가 되는 ‘배낭여행객’. 중고차 판매점 딜러로 사고차량을 수리해서 멀쩡한 중고차로 속여 팔던 눅이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아들 떠이가 사라져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찾던 중 사고차에서 죽은 사람들의 귀신을 목격하는 ‘구원.’ 떠, 에이, 신, 푸악 등 네 명의 영화 스텝이 호러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병원에 실려가 사망한 여배우의 혼령이 촬영장에 나타나면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공포 영화의 결말’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수련승’은 주인공 뻬이가 처한 상황이나 후반부에 드러난 반전,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뉘우침을 보면 성장물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명색이 호러 영화라서 그런지 그렇게 곱게 끝내지 않았다.

수련승의 신분으로 절에 몸을 숨겼는데 산속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 겉돌다가 결국 화를 자초한 것이라 동정은 가지 않지만, 라스트씬에서 처참한 몰골로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걸 보면 동정이 절로 간다.

어지간하면 이런 시츄에이션에서 불량 청소년이 개심해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데 이건 가차 없이 배드엔딩으로 직결하니 그게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준다.

본작의 아귀는 처음에 투명체로 나왔다가 나중에 실체가 드러난 것도 검은 그림자로 살짝 나왔다가 화면에서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뭔가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잘 조성했다.

이 에피소드를 맡든 건 전작에서 ‘앙갚음’편을 만든 파윈 프리킷핀야 감독인데 확실히 그때 CG로 만들어 넣은 사신보다 본작에서 묘사한 아귀가 훨씬 낫다.

두 번째 이야기인 ‘병동’은 전체 에피소드 중에 배경이 가장 작다. 병원 입원실. 그것도 3인실이란 좁은 방안에서 하룻밤 동안 벌어진 공포 체험이 주된 내용인데 작중의 상황은 꽤 공포스럽다.

몸을 다쳐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주인공 옆자리 침대에 혼수상태에 빠진 노인이 한 밤 중에 마치 생령처럼 불쑥 나타나 해꼬지를 하려 드니 압박이 크다.

배경은 병원인데 실로 오컬트적인 반전으로 마무리 되는데 왜 일이 그렇게 된 건지 설명한 줄 나오지 않지만, 작중에 벌어진 상황만 보고도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스트레이트해서 좋다. 설명과 대사를 최대한 줄이고 작중에 벌어진 사건 진행 만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야기인 배낭여행객은 뭔가 좀 많이 애매하다.

사건의 발단은 히치하이킹이기 때문에 타지의 외딴 곳에서 차 얻어 탔다가 졸지에 강도를 당하는 여행의 공포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데 여기에 갑자기 좀비가 튀어나오면서 본격 좀비물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타이틀, 줄거리만 보면 일본인 관광객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그들을 좀비 사건에 휘말리게 한 장본인 중 한 명인 ‘조이’라서 애매한 것이다.

이 좀비도 수가 많고 쫓아올 때는 떼거지로 달려들어서 꽤 압박감을 주긴 하는데.. 나중에 가면 사람과 좀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거기에 반전을 집어넣는 바람에 ‘사람이냐? 좀비냐?’라는 생뚱맞은 전개로 이어진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는 매우 거리가 먼, 즉홍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옴니버스 한 편의 분량과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 넣고 싶은 것을 어거지로 다 우겨 넣다 보니까 결국 죽도 밥도 안 된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구원’은 식스센스나 디 아이처럼 주인공이 귀신을 보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귀신이 정말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온다. 자동차 본닛에 추락사한 귀신, 불에 타 죽은 귀신, 바퀴에 걸려 죽은 귀신, 배가 찢겨 죽은 귀신 등등 귀신 종합선물 셋트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근데 이야기 자체는 좀 허술한 구석이 많다. 주인공이 귀신을 보게 된 것은 정말 갑작스러운 일인데, 무슨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에 온 것마냥 처음부터 끝까지 귀신만 보고 공포에 질려 비명 지르다가 어느 순간 딱 끝나 버린다.

반전 엔딩으로 끝나는데 뭔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라도 한 듯 급조해서 넣은 티가 팍팍 나서 오히려 인상이 약하다.

여주인공이 사고 차량을 중고차로 속여서 판 악행을 저질러서 벌 받는 내용으로 보자면 심플한데 사건의 발단은 있지만 전개가 빠진 상태에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무리 구성이 허술해도 최소한의 개연성은 갖춰야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자극적인 비주얼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면 스토리가 폭망할 수밖에 없다.

비주얼은 네 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잔혹하지만, 스토리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져 배낭여행객편과 도찐개찐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인 ‘공포 영화의 결말’은 전작의 중간 에피소드인 ‘한 가운데에서’를 만든 반종 파산다나쿤 감독이 만들었는데, 전작에 등장한 네 친구인 떠, 에이, 신, 푸악이 그 이름 그대로 다시 나온다.

기본적으로 죽은 사람이 귀신이 되어 돌아온다는 설정은 같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과 결말은 상당히 다르다. 전작보다 개그의 비중을 높여서 호러의 탈을 쓴 코미디를 찍고 있다.

‘누가 귀신이야?’라는 테마로 이중삼중 반전을 집어넣고 네 친구들이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게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미 누가 귀신인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던 전작과 다른 맛이 있다.

거기다 반종 파산다나쿤 감독의 이전작인 ‘샴’에서 여주인공 ‘핌’역을 맡은 마샤 왓타나파니크가 본명 그대로의 영화배우로 출연해 스토리 전개상 도짓코 속성을 드러내고 본작의 끝을 장식하기 때문에 웃긴 여운을 안겨준다.

결론은 평작. 에피소드 각각의 완성도에 있어 편차치가 크고 전작의 ‘마지막 비행’처럼 묵직한 한 방이 없는 게 흠인데 그래도 네 가지 이야기에서 다섯 가지 이야기로 늘어나 볼륨이 한층 커졌고, 소재나 장르가 중복되지 않고 5인의 감독이 자기 색을 드러내 만든 것은 여전히 좋았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전작 포비아 1과 함께 올해 2014년에 정식으로 동시 개봉했다. 롯데시네마에서 ‘제 3세계 익스트림 무비열전’으로 상영된 바 있다.

덧붙여 본작에서 새로 합류한 송요스 수그마카난 감독은 2006년에 ‘나의 유령친구’라는 공포 영화를 만들었고, 비수테 폴보랄락스 감독은 셔터에서 공동 제작자, 샴의 총 제작지휘를 맡았었다.



덧글

  • Megane 2014/10/01 13:06 # 답글

    그냥 공포영화보담은 썰고 죽이고 창자꺼내는 거 등등 고어영화를 즐기는 편인지라...
    포비아1편때도 그냥 시큰둥... 태국 호러영화하면 진짜 기억에 남는 건 시크너스였던가... 간호사들 나오는 거 그게 그나마 볼만했던...
  • 잠뿌리 2014/10/06 20:18 # 답글

    Megane/ 저는 셔터랑 커밍 순이 볼만했습니다. J호러를 태국식으로 승화시켜서 괜찮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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