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1998) 2019년 전격 Z급 영화




1998년에 정병각 감독이 당시 인기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 멤버를 주연으로 기용해 만든 하이틴 영화.

내용은 17살 고교생들이 꿈과 현실 사이의 벽에 막혀서 좌절하고 방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내용을 이렇게 축약할 수밖에 없는 건 이 작품이 태생적으로 아이돌 영화라서 멤버 6명 전원에게 분량을 나누어주다 보니 필연적으로 중구난방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스토리 자체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크게 나뉘는데 전반부가 학교 안에서 좌절하는 이야기, 후반부가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반부의 주인공은 강성훈이 배역을 맡은 학교 방송반 부원 상록이다. 상록은 모범생 캐릭터인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부모님 몰래 백댄서의 꿈을 키우며 춤을 추는 같은 반 친구 예진과 러브 라인을 그리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다.

10대 청소년의 꿈과 부모님의 기대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로 두 사람의 연애 자체는 알콩달콩해도 아무런 꿈도 이루지 못한 채 헤어지니 그 결말은 우울하기 짝이 없다.

작중에 나오는 대사가 상당히 작위적이라 요즘 용어로 치면 중2병 포스가 넘쳐흘러 손발이 오그라들게 한다.

‘넌 춤출 때 눈빛이 좋더라. 눈빛이 좋다는 건 말이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야. 넌 다른 아이들이 갖지 못한 정열이 있어’, ‘잔잔한 수면에 파문이 일면 내 마음 속에 일렁이는 열정이 느껴지거든’ 등등 듣는 사람의 항마력을 시험한다.

전교 수석으로 냉혹하고 비겁한 대곤 역은 고지용이 맡았는데 은지원이 배역을 맡은 준태와 대립한다. 근데 학교 안의 이야기는 엄연히 상록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대곤과 준태의 대립은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싸움에 진 대곤이 각목으로 준태의 통수를 치고, 복수심에 불타오른 준태도 한 밤 중에 골목길에 매복하고 있다가 준태를 두들겨 패고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대립이 종결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을 앙숙으로 대비시켜서 각자의 입장을 다룬 게 아니라, 그냥 준태가 학교를 떠나는 역할만 해서 조연에 가깝다.

사실 애초에 좀 무리수가 많은 대립이었다.

사건의 발단이 축구하다가 백태클 당했다고 주먹 싸움을 한 것인데 난데없이 학교 엘리트와 문제아의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가 파극의 결말로 이어진 것이다.

중간에 준태의 1차 습격이 수업 도중에 갑자기 쇠파이프 꺼내서 때리려 한 것이라 동기는 알겠지만 상황이 워낙 비논리적이라 캐릭터의 말이나 행동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준태보다 더 비중이 낮은 건 예진이 춤을 배우는 곳인 코도모 댄싱팀의 리더인 혁이다. 이재진이 배역을 맡았는데 처음에 예진의 춤을 보고 열정이 있다고 칭찬했다가, 그 다음에 나올 때는 노력을 안 한다고 디스하고 출연 끝이다.

혁이 남긴 건 요즘 시대에서 보면 루리웹의 째원이 생각나는 파란 머리와 중2병 포스 작렬 오글거리는 대사 몇 마디다.

근데 바닥은 더 밑바닥이 있다고 혁보다 더 비중이 낮은 배역이 있으니 장수원이 연기한 한기다.

한기는 코모도 댄싱팀 멤버로 편의점에서 라면 먹다가 구박 받고 춤 연습하는데 허리 못 쓴다고 밤새 게이바 가냐고 구박 받는 노랑머리 댄서 역할로 나온다.

대곤이나 혁은 그래도 준태, 예진 등 주요 인물과 관련된 이벤트와 대사를 가지고 있지만 한기는 어느 누구와도 엮이지 않고 나와서 구박 받는 것 밖에 하는 일이 없어 안습이다.

후반부로 들어가면 전반부의 캐릭터는 완전 스토리에서 이탈해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즉, 상록, 대곤, 혁은 사라지고 준태와 신 캐릭터들이 주인공 일행이 된다.

대곤을 두드려 패고 학교를 그만둔 준태가 집에서 가출해 무작정 밤거리로 나왔다가 삐끼 생활을 하는 지지를 알게 되고 졸지에 얹혀살면서 자신도 삐끼 일을 하면서 지지의 친구 디디와 디디의 남자 친구 종수와 친구가 된다.

후반부의 시작과 끝을 보면 주인공이 준태 같지만 사실 후반부의 핵심적인 갈등은 디디와 종수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라서 진 주인공은 종수다.

종수는 김재덕이 배역을 맡았는데 겉으로 보면 똘기충만한 바이커인데 실은 국회의원의 아들로 서자 출신이라 집 밖으로 나돈 것으로, 아버지와 집안 문제로 고민하는 걸 가슴 깊이 숨기고 있다가 디디의 연인이 되었다가 임신 고백을 듣고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잘 해결했으나 끝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었기 때문에 캐릭터 묘사가 디테일하고 갈등 관계의 밀도가 높다.

근데 이게 전반부와 접점이 전혀 없는데다가, 스토리 전개상 주인공이 되어야 할 준태가 졸지에 서브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앞에서 구축해 온 10대 청소년의 방황 테마가 공중분해 되는 바람에 전체 이야기 구조상으로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개봉 당시 언론에서는 두 편의 이야기가 연관성이 없는 건 중요하지 않고 젝키의 새 노래, 자동차 추격씬, 입맞춤 장면 등에 포커스를 맞춰서 10대 팬들의 눈요기를 시켜주는 것이라 기획 의도를 해석하면서 되도 않는 실드를 쳤다.

본작 자체가 제작사에서 여름철 성수기에 나오는 헐리웃 영화에 대적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제작사 사장도 당시 인터뷰에서 ‘작품성으로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할 정도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기획 단계부터 첫 단추를 잘못 잠갔다. 아이돌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멤버를 다 분산시켜 놓고 비중도 공평하게 나눈 게 아니라 한두 명한테 몰빵해줬으니, 다섯 멤버의 균형이나 결속 같은 건 일체 고려하지 않았으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은 비추천. 17세 청소년의 이야기라면서 학교 안과 밖의 이야기 접합점이 없어서 다 따로 놀고 있으며, 등장인물은 또 쓸데없이 많아서 스토리가 중구난방인 상황에서 본작에 출연 아이돌의 캐릭터가 아닌 비주얼로만 승부를 보려 했던 안이한 작품이다.

차라리 한 편의 영화로 만들 게 아니라 청춘 드라마로 만들어 캐릭터 각각의 비중과 묘사의 밀도를 높였다면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1세대 아이돌 출현 영화라 시기적으로 볼 때 최초의 아이돌 가수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오직 그것만이 이 작품이 가진 단 하나의 존재 의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제작사는 ‘장군의 아들’, ‘서편제’, ‘태백산맥’으로 잘 알려진 태흥 영화사인데 이 작품은 제작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국민주를 공모했다.

일반인 주주를 공모해 모금하는 것으로 제작비를 지원한 사람에게 기명증권을 발행해 흥행과 상관없이 원금을 전액 돌려주는 것으로 흥행 성공시 극장 배급이 끝난 후 이익금을 배당해주는 계획으로 약 270명의 소액주주가 모였다.

그러나 당시 여름철에 개봉한 헐리웃 영화가 ‘고질라’, ‘아마겟돈’, ‘시티 오브 엔젤’이라서 이른 바 빅3으로 대두되는 바람에 본작은 그 시기에 극장에 걸린 유일한 한국 영화로 골리앗에 맞선 다윗이라고 언론에서 후빨해줬지만 결국 흥행참패를 면치 못했다. (애초에 작품성과 대중성도 둘 다 떨어져 어떤 작품과 붙었어도 안 됐을 거다)

추가로 이 작품은 HOT 주연의 ‘평화의 시대’와 더불어 아이돌 영화의 대표작인데 이후 2007년에 슈퍼 주니어가 주연을 맡은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으로 그 계보가 이어진다.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도 흥행참패한 건 마찬가지지만 의외로 영화 자체는 컬트적인 재미가 있어서 세븐틴과 비교하는 건 좀 심한 처사다.



덧글

  • 염땅크 2014/10/01 20:33 # 답글

    루리웹의 포켓몬마스터 째원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째원 성님이 사실은 90년대 스타일이었다는 걸 여기서야 알았습니다.
  • 잠뿌리 2014/10/06 20:19 # 답글

    염땅크/ 이때 당시에도 머리색을 요란하게 물들이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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