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1 (See prang.2008) 2014년 개봉 영화




2008년에 태국에서 용유스 통콘턴, 파윈 푸리짓판야, 반종 피산타나쿤, 팍품 웡품 등 4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호러 영화.

내용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쳐 집에서 쉬던 핀이 낯선 남자와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고 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행복’. 디아우가 이끄는 일진 패거리가 대마초 소지한 걸 일러 바쳤다가 심한 괴롭힘을 당한 응잇이 저주의 책으로 복수하는 ‘복수’. 떠, 에이, 신, 푸악 등 네 친구가 계곡에 놀러갔다가 자기 전에 수다를 떨던 중 에이가 죽어서 귀신이 되면 가운데 자리에 누워 자는 친구를 괴롭히겠다고 말했는데 다음날 진짜 에이가 물에 빠져 죽어 물귀신이 되어 돌아오는 ‘한 가운데에서’. 스튜어디스 핌이 바니스탄 공화국의 소피아 왕자비의 시체와 함께 하룻밤 비행을 하는 ‘마지막 비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행복은 네 가지 에피소드 중에 아마 예산이 가장 적게 들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심플하다.

여주인공이 다리를 다쳤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배경이 거의 방 하나만 나오고, 귀신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는 소재 덕분에 별 다른 특수효과나 특수 분장 없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귀신에 대한 공포보다는, 이 방에 나 혼자 있는 게 아니야! 라는 전제 하에 찾아오는 스토킹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하지만 귀신의 정체에 대한 반전에 크게 의존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에 대한 복선과 암시는 전혀 깔아 놓지 않아서 모든 게 밝혀진 순간이 너무 생뚱맞게 느껴진다.

타이틀 ‘행복’은 언뜻 보면 본편 내용하고 매치가 안 돼서 뭔 뜻인지 알 수가 없는데.. 작중 핀이 외로움을 느끼다가 낯선 남자와 문자 친구가 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서 그렇게 지은 게 아닌가 추정된다.

다만, 여주인공의 최후 때 그 옆으로 장례 차량이 지나가며 지전을 뿌리는 씬의 미장센은 돋보였다.

두 번째 이야기인 앙갚음은 앞의 이야기와 정반대 노선을 걷고 있다. 반전에 의존하지 않고 CG와 판타지적인 설정을 잔뜩 집어넣었다.

응잇이 흑마술을 사용해 저주의 책으로 디아이 일당을 주살시키는 것인데, 네 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고어 수위가 높다. (특히 에어컨 환풍기 프로펠러에 얼굴 찍힌 게 후덜덜했다)

나쁜 짓 한 놈들이 천벌 받는 내용이다 보니 바디 카운트가 쭉쭉 올라가도 통쾌하다. 그런데 이야기 후반부에 저주의 책을 통해 소환되어 사람을 해치는 사신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좀 공포가 반감된다.

사신 디자인이 썩은 피부에 대머리 까진 깡마른 체격을 가진 언데드 몬스터 같이 생겼는데 아날로그 방식의 특수분장으로 처리한 게 아니라, 컴퓨터 CG를 이용해 3D 캐릭터로 넣은 것이라서 실사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이질감만 크지 별로 무섭지가 않다.

그래도 유일한 생존자가 눈을 마주치면 죽는 주살을 피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해법을 찾아낸 배드 엔딩 결말이 꽤 괜찮았다.

세 번째 이야기인 중간에서는 공포 체험담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약간 호러 코미디 같은 느낌을 준다.

익사한 친구가 물귀신이 되어 돌아온다는 건 무서운 상황인데 남은 세 친구가 반응이 꽤 리얼하게 다가온다.

귀신 보고 무작정 비명 지르고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귀신이야? 사람이야? 잘못 본 거 아니야?’라는 의문을 품고서 우왕좌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고 코믹한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해도 크게 웃기는 건 아니었다. 다만, 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으로선 좋은 편이라서 순서 배치가 잘 됐다.

만약 이 에피소드가 처음에 나왔다면 작품의 첫 인상을 개그물로 인식시켰을 테고, 마지막에 나왔다면 잘 나가다 끝에 개그치다 폭망한 것이 되었을 텐데 중간에 나오니 큰 문제는 없었다.

네 번째 이야기인 마지막 비행은 본편 에피소드 중에 가장 볼만하다.

여주인공 핌이 불륜을 저질렀는데 그 피해자가 소피아 왕자비라서 처음부터 날이 바짝 선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다가, 이후 소피아 왕자비가 죽은 뒤 왕족의 시신을 화물로 실을 순 없다며 비행기에 태워 사실상 기내에는 핌과 소피아의 시체 단 둘 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지니 진짜 흥미진진하다.

먼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인간관계의 밑밥을 깔아 놓고 공포 분위기를 충분히 조성한 다음, 공포에 미쳐가는 주인공이 맞이한 파멸의 순간을 임펙트있게 묘사해서 차근차근 파워 게이지를 모았다가 한 번에 터트린 초필살기 같다.

결론은 평작. 태국 호러 영화의 유망주 감독들이 모여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란 것 자체에 큰 의의가 있긴 하지만 에피소드별로 재미와 무서움의 편차치가 너무 커서 태국이라는 배경과 네임드 감독들의 명성을 제외하고 작품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무서운 것도, 재미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2008년에 열린 제 12회 캐나다 판타지아 영화제의 베스트 아시아 영화 부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덧붙여 반종 피산다나쿤, 팍품 웡품 감독은 ‘셔터, 샴’. 파원 푸리킷판야 감독은 ‘바디’, 용유스 통콘툰 감독은 ‘커밍 순’의 제작을 맡았다. (감독 네 명 다 태국산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

추가로 이 작품 국내판 포스터에는 ‘샴’, ‘셔터’, ‘더 바디’ 감독, 제작진의 최신작이라는 홍보 문구가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 이 작품이 나온 년도는 2008년이고 한국에서는 두 번의 영화제에 출품되긴 했는데 정식 개봉한 건 2014년이라 무려 6년 뒤에 나온 관계로 ‘최신작’이란 말에는 어폐가 있다.

애초에 후속작인 포비아 2(사색공포 2)도 같은 날 개봉했다. 포비아 2는 2009년에 나왔다.

마지막으로 2008년에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아시아 옴니버스 영화 특별전에 상영되었을 때 제목은 ‘사색공포’다.



덧글

  • 염땅크 2014/09/28 20:04 # 답글

    죽음과 4를 연관시키는 건 한자문화권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한자 쓰는 동네는 항상 死와 四 발음이 같음) 한자문화권은 아닌 태국에서도 저런 드립이 나오네요.
  • 잠뿌리 2014/10/06 20:17 # 답글

    염땅크/ 아마도 죽을 4자보다는 4명의 감독이 4편의 단편을 넣어서 4인4색 영화의 의미가 들어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데 4자의 미신이 있다 보니 4색공포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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