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인간 (Deadly Friend.1986) SF 영화




1985년에 다이애나 헨스텔 원작의 공포 소설 ‘프렌즈’를 기반으로 1986년에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만든 SF 호러 영화. 영화 각본은 ‘야곱의 사다리’ 각본으로 유명한 브루스 조엘 루빈이 집필했다.

내용은 15살의 나이에 인공지능 로봇 BB를 만들고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를 하며 대학교에 다니는 천재 소년 폴 콘웨이가 새 집으로 이사를 가서 이웃집 소녀 사만다와 가까워지는데.. 성질 나쁜 할머니 엘비라가 BB를 총으로 쏴서 파괴하고 그 이후 사만다가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사망하자, 폴이 친구 톰과 함께 사만다의 시체를 집으로 옮겨와 BB가 남긴 유일한 부품인 인공두뇌칩을 사만다의 뇌에 부착해 되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에 나오는 인공지능 로봇 BB는 스스로 생각하고 단순하지만 몇 마디 말을 할 줄 알며, 압축기 3개 분량의 약력을 자랑하는 로봇으로 80년대 로봇 호러물답게 캐터펄트로 이동한다.

처음에는 이 로봇 BB가 사람들을 해치는 호러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폴이 되살린 사만다가 로봇 같은 사고와 리액션을 펼치며 사람을 해치는 언데드 호러물이다.

죽은 연인을 무리하게 되살렸다가 사단이 벌어진 것을 보면 리 애니메이터(좀비오)나 리턴 오브 더 리빙 데드 3(바탈리언 3)에 가까운 스타일인 것 같은데 사실 이 작품 전부 메리 셀리 원작 ‘프랑켄슈타인’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신세계 명대사마냥 ‘살려는 드릴게’ 드립치면서 죽은 자를 살려내긴 했는데, 그 뒤에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대형 사건이 터지고 결국 끝까지 수습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작품은 로봇물과 언데드물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정말 오묘하다.

되살아난 사만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양팔을 로봇처럼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생전에 원한을 품은 상대를 무차별적으로 해치는데 이때 공포 분위기 조성을 상당히 잘했다.

사만다의 표적은 워낙 분명해서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고, 나중에 가면 자신이 인간이었던 걸 자각해서 언데드인 자신에 대한 괴리감을 느껴 번민하는 등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쳐 공식을 충분히 따르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표적이 분명해서 바디 카운트는 단 3개 밖에 안 되지만 장면 하나 하나가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지금 봐도 고어 수위가 상당히 높다. 손을 ㄴ자로 뚝 꺾어버리고 목 뼈 부러지는 소리도 리얼하게 들리는데 가장 압권인 건 농구공을 던져 머리를 수박처럼 폭발시키는 씬이다. (목 아래 몸이 더미(가짜 시체) 티가 나긴 하지만 정말 고어한 장면이었다)

사만다의 아버지 관련 씬도 본작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섬뜩하게 나온다. 사만다와 폴이 꾸는 악몽에 묘사되는 게 본편 내용보다 더 무섭다. 이 부분은 후술하겠지만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나이트메어를 의식하고 넣은 장면들이다.

보일러실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얼굴이 탄 사체가 남은 것과 가정 폭력 설정, 악몽에서 침대 뚫고 튀어 나와 잡아가는 것 등을 보면 은근히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 느낌 난다.

분위기, 비주얼만 보면 나름 무섭고 잔혹하긴 한데 문제는 스토리에 중요한 뭔가가 빠졌다는 거다.

줄거리랑 결말만 놓고 보면 사실 폴과 사만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되어야 할 텐데 작중에서 그건 그리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폴이 이상할 정도로 사만다에게 집착을 해서 되살리긴 하는데, 되살려 놓은 다음의 일이 없다고나 할까. 되살린 다음 뭘 하고 싶은 건지, 뭘 할 수 있는 거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만다가 혼자 밖에 나가 사단을 내는 전개라서 이게 긴장감은 있을지 몰라도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많다.

다만, 그 이외의 부분은 확실히 좋았던 게 복선과 암시를 통해 떡밥을 던져 놓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착실히 회수해서 개연성을 충분히 갖추었기에 이야기 구성 자체는 좋다. (특히 농구공의 나비 효과가 후덜덜했다)

라스트씬은 오히려 개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확실히 깜짝 놀랄 만한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나이트메어’, ‘악령의 리사’ 때도 그렇고 배드 엔딩의 화룡정점이라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넣은 것 같다.

결론은 평작. SF 로봇물인 줄 알고 봤더니 실은 언데드 호러물로 상상력이 기발하고 공포 분위기 조성도 잘됐지만 잔인한 장면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하게 다뤘어야 할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을 스킵하고 넘어가서 그 부분의 밀도가 낮은 게 좀 아쉬운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본래 남녀 주인공의 어두운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지만, 워너 브라더스사의 사장 마크 태핀이 이 작품 이전에 나온 웨스트 크레이븐 감독의 히트작 나이트메어 느낌 나는 장면을 넣으라고 요구해서 프레디 크루거를 연상시키는 사만다의 아버지와 악몽씬, 엘비라 여사의 잔혹한 죽음과 라스트씬의 깜짝 엔딩을 추가해 재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영화에서 새로 추가된 부분은 소설과 다른 내용이다)

덧붙여 이 작품에 나오는 로봇 BB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만든 촬영용 로봇이고 제작비로 20000달러를 들여서 만들었다.

추가로 이 작품의 제작비는 1100만달러인데 미국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890만 달러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



덧글

  • 먹통XKim 2014/09/27 01:26 #

    비디오 제목이 컴퓨터 인간이었던 걸로 압니다.

    --농구공에 머리가 펑 터지는 할망구...구니스에서도 악역을 맡으신 여배우 앤 램지더군요. 목소리나 생김새가 기억에 남던 여배우인데 아쉽게도 1988년 59살 한창 나이로 세상을 떠났죠

    -- 마네킨 2에서 여주인공이 여기서 그 배역이라 기억에 남네요
  • 이런십장생 2014/09/27 02:03 #

  • 잠뿌리 2014/10/06 20:15 #

    먹통XKim/ 컴퓨터 인간이란 제목이 좀 유치해보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잘 지은 제목 같기도 합니다. 작중에 나오는 로봇 BB 안에 내장된 게 영락없는 메인보드고 뇌에 박는 마이크로칩도 CPU칩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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