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Abby.1974) 컬트/엽기/퓨전 호러 영화




1974년에 윌리엄 거들러 감독이 만든 종교 오컬트 영화. 브라큘라에서 영화사상 최초의 흑인 흡혈귀 백작을 연기한 윌리엄 마샬이 주연으로 기용됐다.

내용은 닥터 윌리엄이 연구와 전도를 위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고분을 조사하던 중 흑단 상자를 찾아내 그것을 열었다가 엄청난 돌풍이 불면서 고대의 악령 에슈의 봉인이 풀리는데, 같은 시각 닥터 윌리엄 박사의 아들이자 현직 목사인 에밋이 아내인 애비와 함께 새 교회에 부임해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가 지하실에서 세탁기를 돌리던 애비가 에슈의 악령에 씌여 이상하게 변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악령은 에슈(Eshu)인데 이 땅에 사는 모든 신 중에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 작중에 설명이 나온다. 에슈는 아프리카의 요루바 부족이 믿는 요루바교에서 전해지는 회오리바람의 창조주이자 여행객, 사기꾼, 도로, 교차로의 수호신으로 죽음을 의인화한 사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그렇게 거창하게 나오는 것 치고는 실제 본편에서 묘사된 것은 붕가붕가에 집착하는 아프리카의 색정령이다. 근데 이게 오리지날이 아니라 엑소시스트 짝퉁이라서 뭔가 쌈마이하다.

엑소시트에서 멀린 신부가 이라크에서 유적 발굴을 하다가 파주주의 청동상을 찾아낸 것이 여기서는 에슈가 봉인된 흑단 상자로 나올 뿐이다.

애비가 악령에 씌인 후에 점차 이상하게 변해가는 게 본편의 주된 내용이다. 애비는 엑소시스트의 리건 포지션, 윌리엄 박사는 멀린 신부 포지션을 맡고 있다.

애비 역을 맡은 캐롤 스피드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스토리 전개상 혼자서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열연을 펼쳤다.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 빙의 현상이 발발하면 남자 목소리 또는 짐승 소리를 내며 발광하는데.. 이 작품 자체가 저예산 영화다 보니까 분장다운 분장 한 번 하지 못하고 맨얼굴로 나왔기에 오로지 연기 하나로 승부를 봐야 했기에 분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에슈가 회오리바람의 창조주란 설정을 적극 활용한 듯, 작중에서 벌어지는 기현상 및 빙의 각성한 애비의 초능력이 바람을 일으켜 주변을 날려버리는 거라서 그 씬만 모아서 보면 완전 태풍 재난 영화가 따로 없다.

빙의 각성한 애비가 클럽을 돌아다니며 남자를 유혹해 끔살하는 건 또 스릴러 필이라서 뭔가 종교 오컬트 하나로 대동단결한 게 아니고 재난물과 스릴러 요소도 넣는 등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

고분 유적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악령->빙의 각성 후 이상 행동 보임->병원가서 종합 검진->이상 없음 진단 받고 와서 엑소시즘 받기. 이런 기본적인 전개를 보면 엑소시스트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엑소시즘 받기부터 시작되는 후반부의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엑소시스트에서는 리건이 방 침대에 결박당한 채로 멀린 신부, 데미안 신부에게 엑소시즘을 받는 반면. 본작에서는 애비가 괴력을 발휘해 주변 사람들을 내동댕이치고 도망쳐서 한참 사람들을 해치다가 클라이맥스로 돌입한다.

그래서 엑소시즘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엑소시즘 씬도 그 배경이 집이나 방이 아니라 재즈 클럽이다. 거기다 악령의 존재부터 윌리엄 박사의 설정도 크리스트교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요루바교’라서 복장이나 엑소시즘 방식도 좀 다르다.

엑소시스트처럼 성수 뿌리거나 성경 구절을 외워서 퇴치하는 건 아니다. 다만, 뭔가 구절을 외우는 건 동일하고 엑소시즘 때 애비가 보인 이중인격 리액션이나 공중 부유 같은 건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같다. (거기다 간간히 스크린에 클로즈업되는 악령의 얼굴 정면샷도 말이다)

엑소시즘 영화에서 악령 들린 사람 분장 말고 대체 어디다 제작비를 그리 퍼붓냐? 라는 의문이 드는데, 이 작품은 그걸 전부 특수효과에 퍼부었다. 특수분장이 아닌 특수효과로 갑자기 돌풍이 불어 닥치는 것부터 시작해 지진이 일어나고, 엑소시즘 절정 부분에서 클럽이 와장창 부서지고 터지는 씬 등이다. 폭발 성애자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 작품을 보면 좋아요를 클릭해줄 것 같다.

음악은 좀 미묘하다. 오프닝 및 중간 삽입곡이 가사가 들어가 있고 경쾌하고 흥겨운 재즈라서 소울이 느껴지는데.. 문제는 이게 엑소시즘 영화라는 거다. 그래서 본편 내용하고 전혀 부합이 되지 않는다. 음악이 나쁘면 안 어울려요. 하고 끝내면 그만인데 음악은 또 쓸데없이 좋아서 그런 거다.

이 작품 이전에 나온 어사일럼 오브 사탄도 그렇지만 윌리엄 거들러 감독은 오컬트 호러 영화에서 펑키한 음악을 넣는 게 일부러 그런 것 같다.

결론은 추천작. 엑소시스트 짝퉁이란 것에 이견의 차이가 없고 저예산 짭 영화라서 전혀 무섭지 않고 유치하고 조잡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또 쌈마이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며, 블랙 무비 최초의 엑소시즘 영화라는 특이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레어도가 높으니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같은 시기에 나온 브라큘라, 블랙켄슈타인과 함께 70년대 블랙 호러 무비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 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엑소시스트 표절로 워너브라더스에게 고소를 당했지만, 제작사인 ‘아메리칸 인터네이셔널 픽쳐스’는 제작비 10만 달러로 400만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여서 벌 만큼 다 벌고 상영 금지 조취를 취했다.

그래서 워너브라더스는 1975년에 생산된 사본을 전부 몰수했고, 그 때문에 이후 DVD로 출시된 버전은 16mm 필름으로 찍은 거라서 화질이 좋지 않다.

추가로 이 작품은 엑소시스트와 마찬가지로 현대판 도시 괴담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실제 영화 촬영 중에 태풍이 와서 대피했다는 이야기다.

덧붙여 이 작품은 주연 배우 전원이 흑인이지만 감독인 윌리엄 거들러와 작중 악마 에슈의 보이스를 더빙한 배우인 밥 홀트는 백인이다.



덧글

  • 먹통XKim 2019/06/09 23:59 # 답글

    감독인 거들러는 그리즐리 2를 기획하고 다른 영화도 기획해서 필리핀에서 찍으려다가 그만 헬리콥터 폭발사고로 만 30세로 죽었죠...다이하드 3처럼....고압선을 헬리콥터가 건드려서 펑....탑승자 전원 폭사
  • 잠뿌리 2019/06/11 06:10 #

    현대 도시 괴담급의 끔찍한 사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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