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원 (The Quiet Ones.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미국, 영국 합작으로 존 포그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1974년에 영국 옥스퍼대 대학에서 조셉 교수와 브라이언, 크리스티나, 해리 등 재학생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런던 외곽의 텅 빈 저택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고통 받던 소녀 제인을 데리고 실험을 하는 가운데 카메라를 맡은 브라이언이 그 과정을 모두 기록하며 제인에게 애뜻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그 실화는 1972년에 미국 토론토에서 있었던 초자연적인 현상 실험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본편 내용도 제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게 나온다. 하지만 실험을 하게 된 이유와 실험의 주체, 그리고 실험의 결과는 원작과 전부 다르고 영화의 오리지날 내용으로 각색됐다.

클래식한 공포 영화라고 선전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클래식하지 않다. 이 작품에서 클래식한 요소는 딱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작품의 배경이 1970년대라는 것. 두 번째는 이 작품을 제작한 곳이 영국 굴지의 호러 영화 제작사인 해머필름 프로덕션이란 거다.

해머필름 프로덕션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미이라 등 이른 바 클래식 호러 영화를 만들던 곳이다. 그 당시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랑 대비됐다.

제작사의 이름만 보면 클래식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안 그런 것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작품은 초자연적인 현상의 실험을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사실 카메라맨이다.

즉, 기본적인 시점이 제 3자의 관찰 시점이다 보니까 여기서부터 이미 현대 공포 영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정확히는, 블레어 윗치나 REC.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파운드 풋티지 느낌을 주는데 문제는 이게 또 절반에 그쳐서 애매하다는 거다.

실험/관찰의 주제 하에 이런 시점으로 찍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 배경이 1970년대인 데다가, 이때 당시의 문명 기술상 CCTV는 고사하고 캠 카메라조차 없을 때다 보니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장면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 때문에 영화 내에서 주인공의 시야가 대단히 좁아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문제냐면 작중에 뭔가 사건이 발생하거나, 혹은 사건 발생의 전조 같은 게 생길 때 충격적이고 무서운 장면을 끝까지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한 번씩 깜짝 놀래키고 그 다음 장면으로 후다닥 스킵하고 넘어가서 지나치게 생략된 것이 많다.

놀래키는 씬들도 정말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다. 등장인물들이 무작정 소리 지르고, 비명 지르고, 갑자기 달려들고. 스피커에서 이상한 소리 들리고, 피 흘리며 쓰러져 있고. 대충 이런 것 밖에 안 나온다.

누가 파운드 풋티지 방식 아니랄까봐 논픽션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근데 나중에 가면 또 지나치게 픽션 느낌 나는 연출이 많이 나와서 온도 차이가 크다. 입에서 촉수를 토한다던지, 인형이나 욕실에 발화가 일어난다던지, 염력으로 사람 몸이 붕붕 날려진다던지.. 대체 이 어디가 클래식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클래식 영화 지향이라면 엑토플라즘이랑 공중 부유 정도를 넣든가 하지)

실험 대상인 제인은 자기 안에 또 다른 존재 이비가 있다고 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데.. 고대 수메르의 악마 릴리트(사탄의 아내 릴리스의 기원)에게 씌웠다는 오컬트 설정을 집어넣은 것 치고는 오컬트 냄새는 전혀 안 나오고 오히려 초능력자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엑소시스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캐리’였던 것이다.

스토리는 매우 지루하고 심심하게 흘러가는데 등장인물이 실험을 빙자한 일상생활을 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게 많이 나와서 그렇다.

등장인물의 불륜, 삼각관계가 나오는데 이게 스토리의 갈등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싸구려 치정극 느낌을 주는 게 초자연 현상 연구 테마에 전혀 맞지 않아서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각본 쓴 사람이 좀 정신줄 놓은 모양이다)

제인 자체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도 아니고 실험 과정이 흥미롭지도 않으며, 실험 의도도 공감이 안 된다.

그들이 실험을 시작한 이유(학점 얻기)는 나오는데, 어째서 그녀가 그런 실험을 당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냥 제인이 기억 잃은 고아 소녀란 설정으로 퉁 치고 있다.

전체 이야기에서 왜 그런지 필요한 설명 부분을 뚝 잘라 버리고 중간부터 시작한다. 게임으로 치면 오프닝 동영상 수준이 아니라 줄거리 설명이 나오는 프롤로그를 스킵해 버린 거다.

설상가상으로 파운드 풋티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현재진행형이라서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으로라도 넣을 여력이 없다.

사건의 진상도 어떤 징조와 치밀한 조사로 차근차근 드러나는 게 아니라 후반부에 가서 마치 ‘모든 것을 끝내야 할 시간!’ 소드마스터 야마토 타임이 발동해서 주인공이 그동안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던 대학 도서관 자료 조사로 단번에 진실에 도달해 버린다.

거기다 오컬트 설정의 진상이 밝혀지는 연출은 핵지뢰급이다. 입술 뒤집기로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이라니. 지금까지 본 호러 영화 중에 정말 역대급으로 손에 꼽을 만한 최악 최흉의 장면이다.

최후의 생존자 감시 카메라 촬영 엔딩을 보면 이 작품은 정말 영락없는 현대 영화다. 이걸 클래식 영화라고 홍보하다니 낚시로선 좀 과한, 관객 기만 수준이다.

결론은 비추천. 실화 바탕이라는 뻔한 마케팅에 클래식 영화를 표방하면서 파운드 풋티지 같은 현대 영화 방식을 차용해 놓고선 시대 배경의 문명 수준상 파운드 풋티지의 장점은 가져오지 못하고 단점만 부각시켰으면서 싸구려 치정극이 초자연적인 현상 실험을 뒤덮고, 오컬트물의 탈을 쓴 초능력자물로 귀결되어 테마조치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장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졸작이다.

1972년 이후로 2008년에 비욘드 더 레이브로 36년 만에 관뚜껑 열고 돌아와 2010년에서 2012년까지 렛 미 인 리메이크판과 우먼 인 블랙으로 회생의 조짐을 보인 해머필름이 다시 관 속에 처박히고 관뚜껑 닫혀서 탕탕 못 박고 불에 태워버린 터닝 언데드 같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오늘 개봉했지만 CGV에는 걸리지 않고 롯데 시네마에만 상영관이 있다. 만약 볼 생각이 있다면 가까운 롯데 시네마를 알아보기 바란다.

덧붙여 이 작품은 패션왕의 기안 84작가가 홍보용 웹툰을 그렸다. 영화 트레일러의 하이라이트씬만 보고 그린 것인지, 영화 본편의 내용과 전혀 다른 부분도 있고 호러 영화 홍보툰인데 단 1그램도 무섭지 않은 게 대단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저걸 저렇게 못 살리다니 어찌 보면 저것도 노재미의 재능이다.

이 홍보툰을 보면 차라리 그 이전에 호러 영화 홍보툰을 그린 호랑, 오성대 작가가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호랑 작가의 깜짝 놀래키기 연출은 이제 식상하고 지겨웠는데 그것마저 안 들어가면 이런 호러 영화 홍보툰이 얼마나 질이 떨어지는지 잘 알려주는 반면교사적인 사례다.



덧글

  • 에반 2014/09/18 13:07 # 답글

    영화 웹툰 다 봤는데 둘다 노답이더군요-_-;;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사람들은 왜 실험을 계속하는가..?하는 의문이 풀리지 않더라구요. 도서관에서 다 밝혀내는건 진짜 최악이었고..(진작에 도서관을 가지 그랬어!)..입술 까뒤집기는-_-;;;;;;;;휴 간만에 참 재미없는 영화 봤습니다.
  • 잠뿌리 2014/10/06 20:05 # 답글

    에반/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미없는 작품 열 손가락 안에 꼽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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