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신공 [盂蘭神功] (Hungry Ghost Ritual, 2014) 귀신/괴담/저주 영화




2014년에 장가휘 감독이 만든 홍콩산 호러 영화. 장가휘가 감독, 각본, 주연을 다 맡았다.

내용은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가 실패해 무직자가 된 종후가 10년 동안 의절하고 지냈던 아버지 소천이 단장으로 있는 말레이시아의 경극단으로 돌아왔는데, 소천은 몸이 좋지 않아 종후를 단장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지만 단원들과 갈등을 빚고 배다른 누이인 진진과 불편한 관계가 되어 고립된 가운데.. 종후가 언젠가부터 이상한 것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에 나오는 귀신이 나타나는 타이밍이나 놀래키는 연출은 J호러의 아류에 가깝다. 다만, 이쪽은 귀신이 실체를 드러내기 보다는 사람에게 빙의를 한 다음 발광을 하는 것이라 이런 부분은 오히려 이블데드 같은 외국 호러 영화가 생각나게 한다. (핏줄 돋은 얼굴에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짐승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에게 덤벼든다)

즉, J호러와 서양 호러를 믹스한 듯한 느낌을 주고, 말레이시아의 귀신, 미신 등을 다루면서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럴 듯한 것에 비해 별로 무섭지는 않다. 뭔가 무섭게 만들려고 애쓴 것 같은데 스토리가 너무 산만해서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종후가 귀신을 보기 시작하면서 겪는 일과 진진이 귀신에 씌여서 이상한 행동을 벌이는 것, 그리고 경극단에 얽힌 무시무시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심령현상이 전혀 어우러지지 않고 각각 따로 놀고 있다.

뭐 하나에 집중해서 보면 진도가 얼마 나가지 않은 채 바로 장면이 바뀌고 그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니 산만하다는 거다.

종후가 귀신을 보기 시작하면서 공포체험을 하는 건 디 아이나 식스센스. 진진이 귀신에 씌인 뒤 이상해지는 것과 종후가 경극단 내에서 벌어진 괴현상을 파헤치기 위해 건물 내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그 관점에서 보는 건 파라노말 액티비티. 경극단에 떠도는 원혼은 링이나 주온의 원령. 그 원령에 씌인 사람들은 이블데드의 악령처럼 변해서 뭔가 이것저것 마구 짜깁기했는데 통일성도 없고 정리도 안 됐다.

줄거리만 보면 사실 이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이 되어야 할 부분은 경극단에 얽힌 비밀인데.. 이게 주인공 종후의 적극적인 조사나 행동으로 차근차근 밝혀지는 게 아니라, 그냥 심령 현상에 시달리며 부들부들 떨고 고통을 받다가 마지막에 가서 과거 회상 장면 하나 넣어서 초스피드로 끝내 버린다.

그 때문에 본편에 나오는 산 사람이 됐던 죽은 귀신이 됐든 간에 캐릭터의 심정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본편 내용은 밑도 끝도 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어서 극후반부의 하이라이트씬만 해도 이해 불가능한 전개로 나가서 절정을 맞이하니 각본이 진짜 핵지뢰 수준이다.

스토리를 치밀하게 짜기 보다는, 그냥 그때 그때 보는 사람을 놀래키는 단발적인 공포만 주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를 테면 한 밤 중에 경극단 단원들이 허연 옷을 입고 무대 위에 있다가 공중부양 한다거나, 종후가 길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앞서가는 여인이 머리가 180도 빙그르 돌아서 이쪽을 바라보는가 하면, 귀신에 씌인 진진이 드라군처럼 거꾸로 엎드려뻗치는 등등 나름대로 무섭게 만들려고 애쓴 흔적은 보인다.

그런데 단순히 무섭게 보이려고 노력만 했지 어째서 그런 게 나오는지, 개연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에 스토리 완성도가 너무 낮아서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조잡하게 보일 뿐이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장가휘가 감독으로선 별로일지 몰라도 배우로선 여전히 괜찮다는 점이다. 장가휘는 연기파 배우로 1973년에 아역으로 데뷔해 시작해 성인이 된 1989년부터 2014년인 지금까지 휴식기 한 번 없이 영화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쌓은 연기 내공이 대단하다. 각본은 폭망이고 캐릭터는 시망인데 장가휘 혼자 눈에 띤다.

이 작품의 트레일러는 주인공 종후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긴장하는 씬인데 사실 거의 낚시에 가까워서 본편에서는 싱겁게 끝나는 장면이지만 나름대로 장가휘의 열연이 돋보여서 트레일러가 될 만하다.

결론은 비추천. 기존의 호러 영화의 특징을 이것저것 짜깁기 했는데 의욕만 넘쳐 흐르지 정리는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본편 내용이 산만하기 짝이 없고 몰입도가 너무 낮아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땅에 떨어지는 작품이다.

아무리 주인공이 연기를 잘해도 혼자서 캐리해나갈 수 없는 수준이다.

여담이지만 장가휘는 2013년에 ‘격전’에서 주연을 맡아서 열연을 펼쳐 2014년에 열린 제 21회 베이징 대학생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런데 감독으로 전향해서 첫 감독, 각본, 주연을 맡은 게 이 작품인 것이다.

좋은 배우가 반드시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사례를 입증하고 있다.



덧글

  • 11 2018/04/13 22:34 # 삭제 답글

    천왕지왕 2000에 주인공으로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참 띨해보이는 인상이었는데.
  • 잠뿌리 2018/04/14 01:21 #

    본작에서는 괜찮게 나왔죠. 혼자만 배우 다운 연기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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