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더 게이머 (2013) 2019년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52960&weekday=fri&page=6

2013년에 상아 작가가 그림을 맡고 성상영 작가가 글을 맡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게임 만화.

내용은 고등학생 한지한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중 어느날부터 현실이 게임처럼 바뀌고 그걸 혼자만 자각하고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스킬을 얻고 자신의 능력을 수치로 환산해 싸우면서 경험치를 쌓고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게이머’ 능력을 활용해 강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살아가는 현실에 레벨과 능력치가 표기되어 현실이 곧 가상 게임이란 배경 설정은 언뜻 보면 신선한 것 같지만, 사실 한국 장르 시장에서 게임 소설은 한 때 엄청나게 유행을 해서 손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스토리를 맡은 성상영 작가가 판타지/무협 등을 쓴 장르 작가 출신이고 특히 게임 소설도 많이 썼는데 근래 장르 소설 시장의 트랜드가 현대물이다 보니 이 작품은 게임+현대물을 접목한 퓨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본편 내용, 설정, 구성, 진행 방식 등 모든 게 다 게임 소설 스타일이라서 웹툰으로 최적화되지는 못했다. 웹툰 양식에 맞는 콘티를 짜서 만화로 그린 것이 아니라 그냥 게임 소설 내용을 웹툰으로 그린 것뿐이다.

그래서 웹툰치고는 자잘한 텍스트가 굉장히 많다. 주인공의 나레이션부터 시작해서 스테이터스창과 효과 알림창 등 게임 소설에 주로 나오던 게 웹툰에서도 그대로 나오니 컷 낭비가 심한 편이다.

본편 스토리 전개도 게임 소설에 맞춤형이다. 주인공이 스토리를 주도해 나가는 게 아니라, 스토리에 휩쓸렸다가 알아서 깨닫고, 새로운 기술을 얻고, 능력치를 올린다.

주인공의 일상생활에서 모든 행동과 현상이 스킬 획득으로 이어진다. 선생님한테 매 맞았다고 물리내성 스킬 생기고, 슬라임을 지켜봤다고 관찰 스킬이 생기는가 하면, 야구 방망이로 나무 두들겼다고 강타 스킬이 생기는 등등.. 즉홍적인 설정이 굉장히 많은데 이게 게임 소설의 기본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은 거부감 없이 볼 수 있겠지만, 게임 소설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볼 때는 좀 억지스럽거나 작위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보통, 게임 소설에 흔히 나오는 클리셰인 훈련장에서 허수아비 두들겨서 레벨업하는 게 본작에서는 야구 방망이로 나무 두들겨서 레벨업하는데 장르 소설 독자만 이해 가능한 전개다.

처음에는 그렇게 자잘한 기술을 익히다가 무공비급을 얻으면서 능력치가 급상승하는 것도 게임 소설의 클리셰다. 본래 이건 무협의 클리셰지만 게임 소설에서도 무협 소설의 요소가 들어간 경우가 많아서 거기서 클리셰를 따온 것도 많다.

게임+현대를 접목시켰다고는 하나 결국 본질은 게임 소설이고 장르 소설의 클리셰 범벅이라서 매우 식상하지만 사실 그건 부차적인 문제일 뿐,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진짜 문제는 게임 소설의 호흡을 웹툰에다 옮겨 놓았다는 점이다. 게임 소설은 보통 주인공의 강화에 포커스를 맞춰서 레벨업이 전체 이야기의 2/3을 차지하고 나머지 1/3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이 작품도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더디다.

스토리의 테마가 확실한 것도 아니고 그냥 주인공이 자기 능력을 활용해서 레벨업하고 강해지는 이야기다 보니 태생적으로 진행이 느릴 수밖에 없다.

웹툰은 소설보다 읽는 호흡이 빠르다. 그래서 텍스트가 많으면 가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효과 알림창으로 도배하듯 컷을 가득 채우다가 설정의 늪에 빠져 배경 설정, 시스템 설정을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메인 스토리 진행을 전혀 하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주인공이 기연을 얻어서 강해져서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일절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이 어떤 힘을 얻었고 어떤 원리로 강해졌는지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의 설명이 나와서 보다가 지치는 경향이 있다.

장르 소설은 보통 권당 십만자가 넘고 최소 4~5권 완결이라서 기본 분량이 많다 보니까 주인공의 레벨업에 초점을 맞춰도 큰 문제는 없다.

허나, 웹툰은 단편이 8~12화. 중편이 24~32화. 장편이 32~100화 이상 연재되는 관계로 소설과 비교하면 허용된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 적은 분량 내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하고 스토리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 템포를 완전 무시하고 소설 템포로 나가고 있다.

장르 소설이 보통 한 달에 한 권 써내야 되는데 그 ‘한 달에 한 권’ 분량과 호흡을 웹툰으로 1년 넘게 연재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본편 스토리가 어디까지 왔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베도 분량인 20화까지 주인공이 달성하고 좀비 잡아서 레벨 10대 후반까지 올리고 칭호 얻은 것 밖에 없다. 그보다 약 2배 이상 진행된 53화까지 주인공이 한 일은 레벨 20대 중반까지 올리고 무공, 소환술, 염력 등 강력한 스킬을 두루 익히고 친구들하고 레이드 뛰면서 레벨업한 것 뿐이다.

뭔가 메인 스토리를 좀 진행하는가 싶다가도 금방 주인공 레벨업 모드로 되돌아와서 새로운 능력 얻느라 바빠서 벌써 정식 연재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도 스토리에 아무런 발전이 없다. 정식 웹툰으로 1주일에 한 번 올리는 주간 연재인데 한 회 내용이 레벨 올리는 것 밖에 없으니 웹툰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다. 이게 만화인지, 아니면 그림 들어간 소설인지 정체성에 혼동이 올 정도다.

캐릭터로 넘어가자면 스토리보다 문제가 더 크다.

주인공이 뭔가 확실히 해야 할 일,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 같은 게 마땅히 없고 특별한 고난이나 시련, 외부의 방해 같은 걸 일절 받지 않은 채 느긋하고 여유롭게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듯 레벨업을 한다.

애초에 강해진다는 막연한 목표만 있지 뭘 위해 강해지고 싶은 건지, 강해진 뒤에 뭘 하고 싶은 건지. 뭐 하나 딱 부러지게 정한 것이 없다.

주인공은 스스로 잡다한 캐릭터를 자처하는데 처음에는 자신이 약하니까 대량의 패시브 스킬이 필요하다면서 이것저것 잡다한 걸 익히는데, 결국 나중에 가면 그런 건 알짤 없이 광랩으로 능력치 상승시키니까 마력에 무공에 초능력(염력)까지 모든 좋은 기술을 다 얻는다.

밑밥을 깔아놓고 차근차근 능력치를 올려서 특별한 기술을 얻는 게 아니고 즉석에서 생각해 넣은 듯 급조된 설정이 넘쳐흘러서 주인공이 아무리 레벨업을 해서 강해져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스토리가 진행될 때도 뭔가 주인공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중심 바깥에서 얼쩡거리다가 휘말리듯이 중심으로 향하고 있어서 페이크 주인공스럽다.

뭔가 주인공의 존재나 행동이 스토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고 주인공 혼자 노가다해서 레벨업 하는 사이에 메인 스토리가 자동 진행되는 거라서 본편 내용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 알 수가 없다.

즉, 주인공이 움직이는 동선과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선이 겹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뭐 하나 진척되는 것 하나 없이 복선과 암시만 계속 깔아 놓고 던진 떡밥은 회수할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게 소설이라면 한 권 분량으로 그렇게 할 순 있는데 웹툰으로 보면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다.

주인공 주위에 다른 캐릭터들이 나오긴 하는데, 주인공이 레벨 노가다 하느라 바쁜 와중에 모든 포커스를 주인공에게 맞추는 바람에 다른 캐릭터가 완전 묻히는 바람에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존재감이 없다.

여자 캐릭터도 두세 명 정도 나와서 연애 요소를 넣은 것 같지만 썸을 타기에는 히로인들이 나오는 화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머릿수 채우기만 급급해서 왜 나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주인공의 네버엔딩 원맨쇼인 것이다.

작화 퀄리티는 평범 그 자체. 작화 밀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스크롤을 내려서 보는 웹툰 방식에 따른 연출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종이책 만화 느낌 나는 컷 구성도 아니라서 컷 낭비도 심하다.

사실 그림보다 텍스트 양이 더 많아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텍스트의 비중이 너무 커서 만화 그 자체로 그림과 연출만 보고도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결론은 비추천. 아무런 정제를 하지 않고 게임 소설을 웹툰화시킨 것이라 빠른 호흡과 스크롤 연출 등 웹으로 보는 만화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레벨 노가다 같은 단순한 전개의 반복과 설정의 늪에 빠져 텍스트가 과잉 공급되고 메인 스토리의 진행이 더딘 것 등등 소설의 단점만 부각된 작품이다.

웹툰 독자가 아니라 게임 소설을 좋아하는 장르 소설 독자에게는 어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웹툰이 가진 만화의 특성과 기본 구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설의 텍스트를 옮겨와 그림으로 변환해 저장한 수준이라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소설을 웹툰으로 그대로 옮기면 안 되고 웹툰 방식에 맞춰 최적화를 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 때문에 반면교사적인 장점은 있다.



덧글

  • Nero 2014/09/08 15:20 # 답글

    웹툰에서도 실컷 욕먹고 있죠 수련좀 그만하고 진행좀 하라고...
  • 잠뿌리 2014/09/11 11:19 # 답글

    Nero/ 주인공 레벨이 90대에 인접해야 좀 스토리 진행을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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