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어른스러운 철구 (2009) 2019년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81483&weekday=fri&page=14
 
2009년에 해다란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총 121화로 완결한 개그 만화. 공상 비과학 만화를 표방하고 있다.

내용은 생명 공학 프로젝트로 미성년자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자란 어린 소년 철구가 아이의 몸에 성인의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나이에 맞게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부는 2010년에 전 70화로 완결됐고, 2부는 2013년에 71화부터 시작해서 121화로 완결됐다.

공상 비과학 만화를 표방하고 있는 건, 철구의 태생이 생명 공학의 산물로 철구 모친인 민경이 9살 때 실험관 아기 프로젝트에 지원해 낳은 것이며, 아이의 몸에 어른의 의식이 들어가 있어서 그렇다.

처음 시작은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어른스럽다기 보다는, 그냥 생각이나 폼이 아저씨 같은 애어른 철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초등학생인 철구가 어른 같은 리액션을 선보이는데서 찾아오는 블랙 코미디가 메인이다.

매 화마다 단편적인 개그를 하는 꽁트물로 컷 나눈 걸 보면 4컷 만화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4컷을 좀 초과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약 5화까지의 이야기고 6화 이후 민경이 등장하면서 점점 주변 인물이 부각되면서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민경 & 보람 & 주애 세 친구 이야기, 주애와 윤기사의 러브 스토리, 주애 아버지 윤식의 락 콘서트 선거활동, 보람이 남매 이야기, 평화와 준홍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 빠순이 제인, 아역 탤런트 명희 등등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 스토리가 주인공 철구에게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된 것으로 처음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미리 기획하고 준비하지 않은 채 시작해서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짜내어 만화를 그린 인스턴트 방식에서 찾아온 리스크다.

뭔가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좋게 말하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스토리가 중구난방이라서 산만하기 짝이 없다.

이 시점에서 '어른스러운 철구' 타이틀의 의미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각 캐릭터의 이야기 중에 흥미로운 게 몇 개 있어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 궁금한 점도 있었는데.. 70화에서 별안간 1부가 완결이 되고 3년 후에 2부로 다시 돌아온다.

문제는 바로 그 2부부터 시작된다.

2부는 한국 개그 만화의 고질병인 진지물을 먹고 장르이탈에 가깝게 분위기가 변하는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진지함을 넘어서 심각하고 암울한 스토리로 전개되기 때문에 1부와 온도 차이가 매우 크다.

철구의 탄생 목적이 밝혀진 시점부터 급진지하고 심각해지더니 소람의 자살에 이르러서는 어둠의 딥다크한 스토리의 절정을 찍는데 이게 정말 스토리 전개와 아무런 상관없이 그냥 뜬금없이 툭 튀어 나온 전개라서 보는 사람의 멘탈 붕괴를 일으키고 있다.

처음부터 밑밥을 깔아 놓고 복선과 암시를 충분히 주었다면 또 모를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이러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더욱 문제인 건 소람의 죽음은 그저 한 가지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본편 스토리에서 작가교가 등장한 무리수의 단초를 제공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에피소드 몇 화를 떼우기 위해 넣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2부의 핵심적인 스토리는 따로 있다.

2부의 진 주인공은 사실 이박사다.

이박사는 분명 처음 나왔을 때는 ‘이박사’란 별칭 그대로 신바람 이박사 패러디 캐릭터로 괴짜지만 철구 모녀를 배려해주는 자상한 측면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2부에서 갑자기 절대악으로 변해서 성공을 위해 연인을 버린 나쁜 남자가 되어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다.

이박사의 과거뿐만이 아니라 민경의 과거, 재하 아버지의 과거가 계속 이어지면서 현재나 미래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 과거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스토리가 산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산으로 올라간 스토리는 다시 내려오는 일이 없이 거기서 끝난다.

결국 철구와 민경은 이박사가 하는 연구를 위한 실험체에 불과했고 이박사는 그 어떤 벌도 받지 않은 채 성공적인 연구 결과를 얻어 혼자만의 해피엔딩을 이룬다.

철구 모녀와 이박사 사이의 갈등 관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악’이 승리한 것으로 딱 끝나 버렸고 그 이외에 다른 부분을 봐도 무엇 하나 진전되거나 해결된 게 없다.

주애와 윤기사의 러브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민경과 평화의 관계, 소람이의 동생 이야기, 철구네 담임 지원과 여의도 선생의 썸, 철구 친구 명희, 빠순이 제인까지 1부에서 그렇게 떡밥 던져 놓고선 2부에서는 떡밥 회수하기는커녕 제대로 나오지도 못한 채 에필로그에서 한 번에 몰아서 후일담만 보여주는데 그게 또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어서 안 좋은 쪽으로 여운을 남겨준다.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하기 이전에, 수습하지 못한 이야기와 뜬금없이 나온 이야기가 난무해서 전체적으로 볼 때 개연성이 떨어지고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총체적인 난국이다.

작품의 완결성은 에필로그 한 편에 후일담으로 다 쑤셔 넣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 전에 스토리 본편에서 뭔가 해결되는 게 있어야지,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끝나니 답이 안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작품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어 스토리의 완성도가 극히 떨어진다.

작품이 가진, 던지는 메시지를 작가 후기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스토리 본편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

군대, 과학, 로봇 등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중에서 어떤 것도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다. 남은 건 웹툰으로 자리를 옮긴 막장 드라마뿐이다.

유일하게 건진 게 하나 있다면 본작에 나온 이박사는 한국 웹툰 역사에서 적어도 남자 캐릭터 중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만한 악당으로 나온다는 점인데, 이것은 끝까지 마음을 고쳐먹지 않은 것과 악이 승리하는 결말이 버프 효과를 줘서 그렇게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에서 누구나 손가락질하며 욕하는 악역은 결국 최후의 순간에 몰락해서 벌을 받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전혀 없으니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결론은 비추천. 블랙 코미디로 해학적인 재미를 주던 게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을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시리어스물로 바뀌면서 스토리에 개연성도 없고 완급조절에 실패한데다가 마무리도 부실해서 끝까지 답이 없었던 작품이다.

스토리 없이 무작정 시작해서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 하면 어떤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는지 잘 알려주는 반면교사적인 성격마저 띠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한 때 종교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86화에서 예수를 희화화해서 돈 받고 기도를 들어주는 것으로 그려서 그렇다. 작중에서는 신을 '작가'라고 오너캐처럼 등장시켰는데 논란이 된 70화에 등장한 모습이 예수 코스프레를 하고 나와서 문제가 된 거였다.

이 문제는 다음 화인 87화에서 작가의 사과문이 올라와 일단락됐고, 기독교 일부의 부패와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해 넣은 것이라 해명했으며 만화 안에 작가교라는 가상의 종교가 있다는 설정까지 새로 추가시켰다.

근데 이 작가교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됐는데 본편 스토리와 전혀 무관계한 종교론을 설파하는 것도 그렇고, 교단이 모시는 신이 작가라고 해서 작중 인물들이 작가님 작가님 이러면서 울분을 쏟아내는 걸 보면 너무 무리수라서 보기 민망할 정도다.

덧붙여 이 작품은 공상 비과학 만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작의 핵심 설정인 뇌이식을 통한 기억의 복제로 영생에 성공하는 프로젝트의 성격을 보면 영혼의 존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과학만능주의적이다.



덧글

  • 곰돌군 2014/09/01 11:48 # 답글

    "후속작이 안나오고 있어서 다행" 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중 한명임.
  • 함부르거 2014/09/01 12:55 # 답글

    초반에만 신선했고 갈수록 말아먹은 만화죠. 보다가 관뒀는데 써 놓으신 거 보니 더 보기 싫네요. ^^
  • 로쿠로쿠비 2014/09/01 13:11 # 답글

    뭔가 비판은 하고싶고 능력은 없고
  • 잠뿌리 2014/09/03 15:45 # 답글

    곰돌군/ 이 작품이 워낙 실망스러워서 후속작도 딱히 기대가 되지는 않긴 합니다.

    함부르거/ 초반부에 개그+치유물로 나갈 때만 좀 볼만했지요.

    로쿠로쿠비/ 과욕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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