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싸우자 귀신아 (2007) 2019년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23182&page=14

2007년에 임인스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총 116화로 완결한 코믹 만화.

내용은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17세 소년 박봉팔이 퇴마 아르바이트를 하러 폐교에 갔다가 자기 나이 또래의 처녀 귀신 김현지와 만나 싸우다가 정이 들어 친구가 되어 함께 퇴마행을 벌이는 이야기다.

본래 최초의 연재본은 임인스 작가가 2006년에 웃긴대학에 올라온 것인데 타블렛 연습용 만화로 10화 분량에서 뚝 끊긴 건데 이게 웹툰으로 재탄생하면서 100화가 넘어가는 장편 만화로 재탄생했다.

본작은 귀신을 볼 수 있는 소년의 퇴마행이라는 미명 하에 여자니까 처녀 귀신은 약해서 때려잡아 퇴마할 수 있다며 맞짱을 뜨는데 그게 굉장히 심플하면서 병맛적 임펙트가 강하게 찾아왔다.

귀신아 싸우자란 타이틀에 맞게 봉팔 VS 현지의 싸움으로 시작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데 그 과정에 로맨틱 코미디 요소도 들어가 있다.

개그가 병맛 일색이기 때문에 조금 유치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개그 감각이 좋아서 그게 그렇게 오버스럽게 보이지는 않는다.

딱 보면 모범적인 명랑 만화인데 사실 이게 인트로에 해당하는 10화까지만 딱 그렇다. 11화부터 시작되는 시즌 1의 1부 본편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퇴마행으로 시작한 만화지만, 퇴마행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귀신과 얽힌 인간과 일찍이 인간이었을 귀신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하고 있다. (정확한 터닝 포인트는 16화부터지만)

병맛 개그 만화에서 심령 드라마로 바뀐 것으로 거의 장르 이탈에 가깝다. 미스테리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카드 배틀이 된 유희왕처럼 말이다.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의 심령판을 찍고 있어서 싸우자 귀신아 인트로에서 보여준 병맛 개그 만화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다.

에피소드 1 ‘늘 푸른 하늘 빛나’ 중간부터 에피소드 2 ‘벛꽃’까지 웃음기 하나 없이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수로 치면 16화부터 45화까지, 거의 30화 가까이 작가 본인이 연재분에서 공언한 대로 안 웃기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좀 감정이 과잉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 과잉된 감정이 중2병을 불러와서 작중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대사가 유난히 오글거리는 게 많다. 이건 유치한 게 아니라 쓸데없이 진지하고 폼을 잡는 것에서 생기는 문제다. ‘큭큭큭, 내 오른손에 흑염룡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런 유치한 대사만 중2병인 게 아니 것이다.

뭔가 철학적인 대사와 해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알겠는데 너무 마음이 앞서서 절제를 하지 못했다. 이 작품의 애독자라면 이걸 내면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고 실드를 칠 수도 있을 텐데, 보는 독자에게 그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사를 쓰는데 있어 절제를 하지 못하면 작중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작가 혼자만 알고 독자는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중간에 내용 이해를 하지 못하는 독자도 여럿 생겨서 아예 작가가 복선 특집에 요약본 특집까지 따로 실어서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자기 만화를 자기가 해설하는 중2병이라고 까인 적이 있다던데 이 부분은 중2병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용은 단순한데 그걸 쉽게 전달하지 못해서 결국 독자를 캐리하기 위해 작가가 직접 나선 것이라 이건 상식의 문제다.

보통, 상식적으로 볼 때 아무리 내용 이해가 어려운 만화라고 해도 작가가 직접 나서서 일일이 설명해주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건 안 좋은 사례다. 이게 무슨 아동용 서적처럼 ‘어린이 여러분, 이번 이야기 어떠셨어요?’라고 지은이가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건 따로 연재분에서 설명을 할 게 아니라, 본편에서 풀어냈어야 할 문제다. 독자가 보고 가슴으로 느끼게 해야지, 이해를 주입시켜 감정을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심령물에 깊이 파고들면서 필요 이상의 설명이 나올 일이 종종 있어 가독성을 떨어트릴 때가 있다.

내용의 당위성을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게 아니라 대사를 통해 구구절절 설명하니 이 부분이 오히려 읽는 호흡을 흐트러트린다.

대부분 그 설명이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보고 스스로 이해해야 할 내용까지 다 설명하고 있어서 그게 오히려 보는 사람을 혼동시키고 또 너무 작위적이다. (이런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건 연재분 중간중간에 올라온 복선 특집, 스토리 요약 특집이다)

작화는 초반부와 후반부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작품 느낌이 들 정도로 발전했다. 작화 그 자체보다는 연출이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이다.

특히 본작 연출의 리즈 시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봉팔의 과거와 현지의 과거가 다 밝혀지는 시즌 1의 벚꽃편으로 감정과잉과 중2병 대사로 읽다 지칠 수 있는 걸 좋은 연출로 커버했고 마무리를 매우 잘했다.

시즌 1의 2부로 넘어가면 다시 개그 노선으로 변경하는데 옴니버스 스타일로 짤막하게 스토리를 진행한다.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하기만 했던 1부보다는 그래도 한결 편하게 볼 수 있다.

감성에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고 먼저 적당히 웃음을 줘서 밑밥을 깔아 놓은 다음 감성 폭격을 하고 있다. 여전히 감정 과잉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지만 그래도 개그물로서의 성격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그것도 전반부만 그렇고 결국 후반부로 넘어가면 다시 진지 노선으로 갈아탄다.

봉팔과 현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가 싶더니 어느새 두 사람은 퇴마행을 빙자한 관찰자로만 나오고, 해당 에피소드의 주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주객전도됐다.

감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보는 시각이나 이야기가 다양하지 않고 오로지 외로움과 슬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결국 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캐릭터, 내용만 바꿔서 계속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 한 두 번 볼 때는 감동적인데 나중에 가면 보다가 피곤해진다. (벗꽃편에서 딱 끝냈다면 레전드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반대로 쓰는 작가도 힘들게 하는데 단지 글의 분위기에 심취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소비할 감성이 없으면 한계에 봉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재 중에 올라온 공지글을 보면 작가가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이 작품을 즐겁게 그린 게 아니라, 고통스럽게 그렸고 어떻게든 완결은 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것은 창작의 고통으로 미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신인 작가가 거치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즐거움이 아닌 고통을 수반한 창작에서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는 없고, 진지한 이야기만 하면서 소홀히 해온 개그 감각은 무뎌지게 마련이다.

잊을 만 할 때 다시 개그 노선으로 가지만 더 이상 웃기지가 않다. 그 문제점이 드러난 게 시즌 1의 2부 세븐센스편이다. 작가 본인의 개그 감각이 떨어진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서 자학하면서 그렸다는 게 구구절절 느껴졌다.

시즌 1의 2부에 수록된 에피소드 중 가히 최악이라고 할만한 한데 이 작품이 개그 만화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개그의 생명력이 다했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해주었다.

시즌 1의 2부 마지막 에피소드인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중2병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작가가 직접 중2병에 대한 해설도 본편에 집어넣었지만 해석 자체가 잘못됐다.

중2병은 일본의 오덕 문화에서 건너온 단어로 사춘기 시절에 저지른 유치하고 바보 같은 말과 행동을 웃음의 소재로 까는 것으로 주로 농담과 개그로 쓰이는 거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걸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글을 발췌해서 사춘기+우울증=정신질환을 중2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건 중2병이란 말의 개념과 기원을 모르고 정반대의 부정적인 표현으로만 쓰는 거다. 중2병에 대해 무지한 언론 미디어매체에서 정신병의 일종으로 해석하면서 심각하게 다룬 것과 같은 케이스다. (이런 게 진짜 중2병이면 김기덕 영화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중2병의 대표작일 것이다)

시즌 1의 3부는 1부, 2부와 다르게 처음부터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나간다. 2부 때 같은 옴니버스 방식이 아니라 메인 스토리를 일직선으로 진행하고 이야기의 진전은 있다.

봉팔이와 같은 영안을 가진 또 다른 인물인 혜성의 등장으로 봉팔 VS 혜성의 대결 구도를 이루고 봉팔과 현지의 사랑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다.

3부는 약 20여화 정도로 1부, 2부에 비해서 짧지만 그 때문에 스토리 진행 속도가 빨라서 늘어지는 일이 없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결론은 미묘. 개그 만화의 탈을 쓴 심령 드라마로 한국 만화의 고질병 중 하나인 개그 만화로 시작했다가 진지병에 걸려 급기야 장르이탈이 되는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웃음과 감동의 조화를 이루는데 실패하여 개그 만화로서는 아예 생명력이 다 했고, 감성물로선 고독에 대한 어둡고 진중한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반복하고 있지만 고독한 인간의 내면 심리를 파고드는 게 탁월해 메인 스토리의 밀도가 높고 작화의 연출적인 부분이 큰 발전을 이루어 일독을 권할 만한 작품이다.

만약 이 작품을 개그 욕심으로 낭비한 컷과 메인 스토리와 관련이 없는 자잘한 이야기를 다 쳐내 1부 40부, 3부 20부를 합쳐 전 60화로 본편 연재 분량 120여화를 반분해서 최적화를 시켰다면 한국 웹툰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을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우여곡절이 많다. 임인스 작가가 네이버 웹툰 입성을 위해 1년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도전 만화가부터 시작해 2007년에 정식 연재를 한 뒤에 연재 13화만에 입영장이 날아와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1년 후인 2008년에 훈련 중 부상을 당해 의병 전역을 하고 14화부터 재연재에 들어갔고 연재 중에 교통사고도 당한 적도 있는 등 다사다난했다.

크리스마스 특집 여친만들기편은 너무 부실한 내용 때문에 폭풍 디스를 당하고 별점도 나락으로 떨어져 아예 그 에피소드 자체를 지워버렸고, 에피소드 4 셔틀편은 스토리의 모티브가 된 최원의 사건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었다고 해서 연재 2화만에 리셋시킨 뒤 다시 만들어 올리는 등등 화를 자초한 일도 있다. (중2병 해석을 지식인 글을 발췌한 것도 그렇고 최원의 사건 왜곡도 결국 작가가 만화의 소재로 쓸 정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노력이 부족했다)

덧붙여 본작에서 공지나 후기 글에 올라온 작가의 글을 보면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정작 작품 외적으로 자기 블로그에 댓글 단 독자에게 심한 욕설을 해서 구설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른 하라구로 속성이라기보다는 멘탈이 유리처럼 약한 거다. 그래서 연재 중에 문제가 생긴 에피소드를 아예 내리거나 새로운 내용으로 다시 그려 올리는 일도 번번히 생기는 거다. 멘탈이 약하기 때문에 자기 방어적인 것이라 흑역사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거다.

사실 다른 그 무엇보다 이 유리 멘탈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이건 훗날 ‘싸우자 귀신아 시즌 2’의 연옥 에피소드에서 촉발해 한국 웹툰 역사상 손에 꼽을 흑역사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실사 영화화 이야기가 작가 후기에 올라왔는데 그게 벌써 2010년의 일이다. 2014년인 올해까지 4년 동안 영화에 대한 어떠한 것도 나오지 않았다.



덧글

  • 염땅크 2014/08/23 19:47 # 답글

    2기의 연옥편... 그 도중에 망했다 에피소드 사건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연옥편도 무사히 완결된만큼 그 흑역사도 이제 보너스컷으로 예토전생시켜도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을 에피소드였는데.(실제로 그게 연중하려는 목적 때문에 욕을 먹었던거지 에피소드만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웃자고 만든 에피소드는 맞았고... 아무튼 긴 휴재로 재충전을 거쳐 해당 에피소드를 무사히 완결해놨으니 멘붕해서 연중하려던 무리수는 희석되고 개그성만 남아있으니까요.)

    뭔가 실력은 있는 것 같은데 미숙한 면이 좀 많은 작가인 것 같더군요. 프린세스 하오의 사례만 봐도 이건 다시 수면 위로 올려서 셀프디스를 해 줘야, 다들 망했다 시절의 악몽을 잊고 '아 그런 때도 있었지 하하하 이녀석 하하하!' 이렇게 웃을 수 있을텐데. 개그욕심도 있는 사람이 왜 자학개그는 그렇게 못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말년처럼 잘 하는데도 자학개그를 많이 해야 에피소드가 때워먹기 냄새가 나도 까이지 않는데.
  • plainair 2014/08/24 08:54 # 답글

    이게 웃대에서 처음 연재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식 웹툰이 된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 잠뿌리 2014/08/24 17:09 # 답글

    염땅크/ 멘탈 강화가 시급한 작가입니다. 멘탈이 약해서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주위의 비평에 유난히 약해서 그 부분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성장하기 어렵죠.

    plainair/ 웃대에 처음 연재될 당시부터 봤었는데 지금도 웃대에 남아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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