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큘리스 (Hercules, 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브렛 래트너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전 WWE 챔피언 출신인 슈퍼스타 ‘더 락’ 드웨인 존슨이 주인공 헤라클레스 배역을 맡았다.

내용은 12과업을 달성한 전설의 영웅 허큘리스가 동료들과 함께 방랑 용병이 되어 떠돌아다니다가 그의 명성을 들은 트리키아국의 왕으로부터 용병 대장으로 고용되어 트리키아군을 재편해 레무스의 켄타우로스 군단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영웅 헤라클레스를 소재로 삼았지만 신화적 영웅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중에 헤라클레스가 이룬 12 과업은 사실 뻥카라고 처음부터 밝히고 나왔고, 실제로는 아테네 출신의 장군으로 각 지역 출신의 동료들을 이끄는 용병 대장이라서 돈을 받고 싸워준다.

전설 속의 반신 영웅이 아니라 인간 영웅으로서 접근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선한 해석이다.

뻥카 치는 영웅과 거짓된 신화란 소재만 보면 영웅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거나, 혹은 능청스러운 뻥카 영웅 이야기로 나갈 수 있었는데.. 실제로 본편은 뻥카는 좀 쳤어도 힘세고 용감한 야만용사로 묘사하고 있어서 액션물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았다.

헤라클레스가 신화의 괴수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용병 대장으로서 트리키아군을 훈련시키고 통솔해 적군과 맞서 싸우는 전쟁물로 진행되고 있다.

그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생각하고 보면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오히려 판타지가 빠진 바바리안물에 가깝다.

이 작품은 머리를 비우고 액션만 보고 즐기는 그런 영화라서, 디테일한 부분을 파고들면 지는 경향이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중요한 부분을 스킵하고 대충 넘어가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게 있다.

이를 테면 허큘리스가 트리키아군을 재편할 때 그들의 장비를 전부 지원해준 걸 예로 들 수 있다. 트리키아군의 수가 엄청 많은데 무슨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꺼낸 것처럼 투구, 레더 아머, 창, 검, 타워 쉴드 풀 셋트를 가져다 완전 무장시킨다.

고대 그리스의 호플리테스를 로마식 중장보병으로 병과 업그레이드시키고, 일개 용병단인 자신들이 직접 전투 훈련 및 전략, 전술까지 다 짜며 기마 양익 대신 전차 양익을 쓰는데다가.. 적은 또 반지의 제왕에나 나올 법한 중장기병이라서 고증적인 부분은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마구 만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트리키아군의 전투는 전쟁 규모라서 스케일이 나름대로 큰데 사실 그런 집단 전투보다는 그 안에서 전장을 휘젓는 허큘리스 일행의 활약이 꽤 볼만하다.

각 지역에서 잘 나가는 전사들만 모은 그리스판 어벤저스 느낌에 삼국무쌍을 더해서 단 몇 기의 용병들이 수십 명의 적군을 쓰러트리며 전황을 유리하게 이끈다.

비도를 던지고, 화살을 쏘며 활로 후려치고 발차기를 날리거나, 좌우로 칼날이 튀어나오는 독특한 창을 가지고 연무를 펼치며 쌍도끼를 들고 적병을 도륙내기도 한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하는 건 단연 주인공 허큘리스다. 사자 가죽 뒤집어쓰고 가시 박힌 육각형 몽둥이 하나 들고 싸우는데 완전 야만용사가 따로 없다.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적병이 뻥뻥 쳐 날아가고, 심지어는 일기토를 하려고 말을 몰아 달려오는 적장을 말째로 집어 들어 바디슬램을 날린다.

중국 무협 영화에서 난폭한 말을 맨 주먹으로 때려서 쓰러트린 씬을 어디선가 한 번 봤지만, 달려오는 말의 목을 콱 잡고 집어 들어 바디 슬램을 날리는 건 처음 봤고 정말 상상도 못한 연출이다.

허큘리스 역을 맡은 게 전 WWE 챔피언인 더 락이니까 가능한 것 같다. 영화 배우가 거의 전업이고 프로 레슬러는 파트타임으로 부업처럼 됐지만, 근육빵빵한 몸의 벌크는 여전해서 강한 인상으로 나오는 것만큼 대활약한다.

액션 영화에서는 쓸데없는 로맨스씬을 배제하고, 허큘리스의 인간적인 고뇌나 트라우마도 그냥 이런 설정이 있다 정도로 나오면서 영웅적 활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늘어지거나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쳐냈다.

상황이 심각해도 유머를 잃지 않아서 종종 던지는 개그가 깨알 같은 웃음을 준다. 특히 이번 작에서 웃음을 캐리하는 건 허큘리슷 일행의 예언가 아저씨다. 이 아저씨의 죽음의 예언 드립이 꽤나 웃기다.

극후반부에 허큘리스가 신화적 영웅으로 각성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초인의 경지에 이른 괴력을 선보여 사건을 뚝딱 해결하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게 영상 없이 각본에 적힌 텍스트만 보면 유치찬란할 것 같은데, 그걸 더 락이 근육빵빵한 몸으로 연기를 하니 클라이막스씬에 걸맞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같은 해인 2014년 4월에 나온 레니 할린 감독의 헤라클레스: 레전드 비긴즈랑 비교가 되는데 진짜 그것보다는 몇 배는 더 낫다.

허큘리스는 신화적 영웅의 전설 속에 숨겨진 진짜 인간의 모습을 통해 나름대로 파격적인 해석을 한 것에 비해, 헤라클레스: 레전드 비긴즈는 쓸데없는 러브 라인을 집어 넣고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에 300+글라디에이터+스파르타쿠스를 믹스한 채 제우스의 가호로 신력을 얻어 초전자검 들고 싸우는 초전개를 선보여원작 신화를 능욕한 수준이다.

방패 창병 부대 통솔이나, 양손에 사슬이 묶여 기둥에 연결되었다가 각성과 함께 튀어 나가는 씬 등 뭔가 서로 겹치는 씬이 있긴 한데 그런 부분도 허큘리스가 더 낫다.

결론은 추천작. 기대했던 신화적 영웅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바바리안 무쌍물로서 액션 자체는 기대한 만큼의 재미를 주고 몰입에 방해가 되는 자잘한 문제를 다 쳐내고 적절한 유머를 향신료 뿌리듯 가미해서 무난하게 볼 만한 액션 영화다.

90년대 때 아놀드 슈왈즈제네거나 실베스타 스텔론 같이 배우 이름만 보고 봐도 평타는 치는 그런 류의 작품이랄까. 확실히 20세기 때는 그랬는데 21세기에는 아놀드에서 더 락으로 배우가 바뀐 느낌을 준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쿠키 영상이 없지만 엔딩 때 스텝롤이 처음 올라올 때 나오는 배경 그림이 작중 허큘리스 과업 뻥카의 트릭이 공개된다. (즉, 전설에서는 맨 손으로 때려잡았다고 나오는데 실제는 이러이러했다. 라는 느낌이다)

덧붙여 이 작품 하나 보기 위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8월 7일에 봤으니 개봉 다음날 보러 간 것인데 역곡 CGV에는 상영관에 아예 올라오지도 않았고, 부천역 CGV는 상영관은 1개 있는데 어디에 붙어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어 헤매다가 상영 시간을 지나쳐 포기. 신도림 CGV은 밤 8시 이후에 두 타임 밖에 상영 안 하고 용산도 그건 마찬가지라 포기할 뻔 하다가 구로 CGV에 가서 겨우 봤다.

명량 스크린 독과점으로 가오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가오갤 피해 입은 건 사람들이 안 봐서 내린 거다 어쩐다 이러는데 그럼 개봉한 지 이틀 밖에 안 된 허큘리스는 대체 왜 상영관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하루에 두어 타임 밖에 안 틀어주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같은 날 역곡 CGV 기준으로 명량은 하루 상영관 6개에 아침부터 심야까지 25회나 틀어주는데 말이다.



덧글

  • 정호찬 2014/08/08 12:05 # 답글

    말 두들겨패는 중국 영화는 황비홍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연걸 버전까진 기억나는데 몇편인지까진 기억 안나네요. 거기서는 중국 고수지만 서양 군대에 고용된 악당입니다. 물론 이연걸한테 개털림.
  • nenga 2014/08/08 15:35 #

    이 글보고 기억이 날듯 말듯해서 갑갑했는데 감사합니다.
  • nenga 2014/08/08 15:37 # 답글

    옆자리, 뒷자리가 하도 부산해서 스텝롤을 안보고 나왔는데
    좀 참고 볼걸 아쉽군요
  • 잠뿌리 2014/08/16 13:38 # 답글

    정호찬/ 아마 제목이 '황비홍 서역웅사'였던가 했던 기억이 나네요.

    nenga/ 스텝롤에서 트릭 알려주는 게 생각보다 볼만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437636
5192
9448905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