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아파차차 (1993) 2019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3년에 미리내 소프트에서 MS-DOS용으로 만든 횡 스크롤 액션 게임.

내용은 먼 옛날 신들과의 전쟁에서 패한 마신이 크리스탈에 봉인되어 지구로 추방된 뒤 다섯 부족에 의해 봉인이 지켜졌는데, 한 야심 많은 족장에 의해 마신이 다시 부활하여 세상이 어둠에 빠지자 아파치족의 소년 아파차차가 마신을 물리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게임 조작 방법은 좌우 이동에 상 점프, 하 엎드리기(엎드린 채 좌우 이동 가능), 컨트롤 키는 무기 발사. 알트 키는 필살기. 스페이스 바는 무기 교환. F3은 일시정지, ESC는 게임 종료다.

일단 기본 움직임이 굉장히 느릿하다. 공격 속도는 빠른데 이동 속도가 떨어지는 것인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놓고 느린 게 아니라 답답하게 느린 거다.

바로 코앞에 조금이라도 틈이나 벽이 있으면 거기서 즉시 뛰어넘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꼭 뒤로 물러난 다음 조금 거리를 벌여 놓고 점프해서 넘어가야 한다.

높은 장소에서 떨어질 때 공격을 하면 약간의 체공시간이 생긴다.

파워 게이지는 필살기를 쓸 때 사용하는 건데 좀 생뚱맞긴 하지만 승룡권이 나간다. 근접 기술로 위력이 강력한 편인데 게이지 소비가 크고 회복 수단이 적어서 생각보다 비효율적이다.

플레이 도중에 죽거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이어서 시작할 때 생명력은 모두 회복되는 반면 파워 게이지는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 오로지 아이템으로만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서 아이템 입수에 신경쓰지 않으면 게이지가 점멸된 상태에서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무기는 원거리 공격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있다.

돌, 칼, 창, 도끼, 풍선 등이 있는데 플레이 도중에 입수하면 무기가 새로 추가되는 방식으로 총 9개까지 얻을 수 있다.

하나의 무기는 3종류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위 버전의 무기를 얻어도 하위 버전의 무기가 사라지지 않아서 불편하다.

도끼는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가고, 창과 칼은 직선으로 날아가며, 풍선은 직선으로 가다가 수직 상승하는 등 공격 스타일, 범위가 전부 다르다. 공격 판정의 문제 때문에 어느 한 가지만 계속 쓸 수 없는 상태라 스페이스 바를 눌러 수시로 바꿔줘야 한다.

게임 본편 난이도는 속된 말로 X랄 맞은데 그 이유는 아이템 드랍률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거다. 정확히는, 무기 드랍률은 높은데 회복 아이템 드랍률이 굉장히 낮아서 진짜 버틸 수가 없다.

무기는 드랍된 걸 먹어야 새로 추가되는데 똑같은 게 계속 나오는 반면 생명력, 파워 게이지 회복 아이템은 가뭄에 콩 나오듯 나오는 관계로 정말 어렵다.

아이템도 사라지기 전에 입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그 사라지는 속도가 정말 순식간이다. 땅에 떨어진 후 1초 뒤에 사라지기 때문에, 적을 쓰러트림과 동시에 다가가 입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통째로 사라져 버린다.

또 공중에서 해치운 적이 드랍하는 아이템은 바닥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공중에 떠 있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불합리하다.

아이템뿐만이 아니라 적을 해치울 때마다 나오는 스코어 아이템인 링도 그렇다. 소닉처럼 링이 사방에 뿌려지는데.. 문제는 아파차차의 기본 공격 스타일은 원거리 공격이라는 거다.

적을 해치우고 링이 뿌려져도 아파차차의 기본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려서 그걸 쫓아가서 먹기가 힘들다. 어차피 스코어가 높아봤자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스코어 상승을 목표로 하는 게이머라면 악몽 같을 거다.

생명력, 파워 게이지는 다 있는데 정작 라이프 개념은 없다. 라이프처럼 표시되는 건 사실 컨티뉴 횟수다. 즉, 생명력이 다 떨어지면 그 즉시 게임 오버 된다는 말이다.

컨티뉴 화면에서 컨트롤 키를 누르면 이어서할 수 있는데 죽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혹은 스테이지 중간에서 이어서하는 게 아니라 스테이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보스전에서 죽어도 마찬가지다. 세이브 기능은커녕 스테이지 내의 중간 터닝 포인트도 없기 때문에 난이도의 어려움을 증폭시킨다.

거기다 강제 스크롤이 아니라 지나간 스크롤을 되돌아갈 수 있는데 적 리젠 속도가 장난 아니게 빨라서 심지어는 화면에 안 보이는데 이미 지나온 길의 화면 바깥쪽에서 등 뒤를 향해 총탄을 쏘기도 한다.

초반부에는 아파차차의 샷에 적의 총탄이 상쇄되는 효과가 있어서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반면, 후반부로 넘어가면 상쇄가 안 되거니와 관통+다단 히트까지 추가되서 잘못 스쳐도 생명력이 뚝뚝 떨어진다.

이쯤되면 진짜 무자비한 난이도인데, 그것의 절정에 달하는 게 바로 5스테이지다.

마지막 판이 6스테이지인데 정작 가장 어려운 건 5스테이지로 관통+다단히트의 총탄을 날리는 석상 포대와 앞뒤에서 돌진해오는 글러브 미사일, 그리고 바닥에 일직선으로 광역 불장판을 까는 촛불 등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의 사기적인 적이 잔뜩 등장해서 그렇다.

5스테이지만 해보면 이건 도저히 사람이 클리어하라고 만든 게임 같지 않은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나마 나은 점은 본편에 나오는 보스전은 공략법이 다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특정한 위치만 잘 잡고 무기 교환만 잘하면 한 대도 맞지 않고 클리어할 수 있게 되어있다. 심지어 공격력이 엄청 높아서 무시무시한 라스트 보스도 코앞에서 엎드린 채로 가까이 붙어서 텔레포트 할 때마다 따라다니며 공격하면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다.

다만, 모든 보스는 오로지 정면에서의 공격만 통한다. 보스의 뒤로 넘어가서 백어택을 시도하면 스코어는 오르는데 데미지를 입힐 수 없다. (정면승부 지향 게임인가?)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 게임 속도 조절이다. 사실 이 게임은 진행 속도가 느린 걸 전제로 하고 만들었다. 그 때문에 몹의 리젠 속도는 빠르지만 대신 적극적으로 튀어 나와 공격해오는 게 아니라, 진행 정도에 따라서 고정된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튀어 나온다.

쉽게 말하자면 어느 정도 전진하다가 딱 멈춰 서 있으면 적이 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제한 같은 것도 따로 없다. 모든 적의 위치, 공격 패턴이 딱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외워서 공략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힘들게 클리어해도 엔딩이 따로 없고 그냥 아파차차가 모노톤의 배경을 걸어가는 씬만 나오는 데다가, 스텝롤도 오프닝 때 나온 것을 재탕해서 스코어 랭킹에 이름 새기는 것 이외의 달성감은 없다.

결론은 평작. 게임 템포가 느린 걸 기초로 만든 게임이다 보니 조금만 빨라져도 난이도가 비상식적으로 높아져서 요즘 용어로 치면 야리코미를 유도하는 게임이다. 만약 이 게임이 북미 콘솔로 나왔다면 제임스 롤프가 AVGN 한편 찍었을 것 같다.

본래의 느린 속도로 게임을 하면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고 무난한 액션 게임이 되지만.. 게임 조작성이 좀 떨어지고 인터페이스가 불편해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타이틀 화면에서 음악 모드를 따로 지원해서 게임상에 나오는 BGM을 들을 수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SD 밴드 캐릭터들은 미리내 소프트의 대표작인 그날이 오면 시리즈 3탄의 주인공들이다.

덧붙여 당시로선 드물게 오프닝에 나오는 줄거리를 음성 더빙을 통해 직접 읽어줬다. 전문 성우를 기용해서 더빙한 게 아니라 아마도 제작 스텝이 더빙을 한 것이고, 보이스 녹음 품질이 좀 조악해서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니지만 그 의지만은 높이 사고 싶다.

추가로 아파차차가 적을 공격해 맞추던, 적의 공격에 맞던 간에 반복되어 울리는 음성 ‘아야’가 기억에 남는다. (때릴 때도 아야. 맞을 때도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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