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2 (How To Train Your Dragon 2.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드림웍스에서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만든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내용은 20살이 되어 차기 족장으로 내정된 히컵이 부담감을 느끼고서 투들리스와 함께 비행을 하다가 처음 보는 섬에서 드래곤 헌터들에게 공격을 받은 후, 그들의 우두머리인 드라고가 드래곤 군대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킨다는 말을 듣자 드라고도 말로 설득하면 알아줄거라 자신하면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혼자 드라고를 찾아가던 중 20년 전에 생이별한 어머니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비주얼은 볼만 하다. 처음부터 드래곤을 타고 훨훨 날아다니기 때문에 비행 묘사는 전편 이상이다. 그리고 전편보다 드래곤이 훨씬 많이 나오고 새로운 품종도 있으며 알파라는 초대형 드래곤도 나와서 스케일이 엄청 크다. 드래곤들이 사는 섬도 매우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비주얼 하나만 놓고 보자면 3D나 아이맥스로 봐도 충분히 좋은 수준이다.

비주얼은 정말 나무랄 곳이 없지만 문제는 스토리에 있다.

일단 이 작품은 까놓고 말해 스토리가 굉장히 두서없다. 개연성을 완전 쌈 싸먹어서 뜬금없는 전개가 속출하는데 그걸 제대로 정리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드라고의 등장, 어머니와의 재회 등 중요한 사건의 인물이 갑작스럽게 툭 튀어 나오고, 히컵의 목표도 ‘존나 나쁜 악당도 대화를 하면 통할거예요’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헛된 생각인데 나 고집셈 이러며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온갖 사건 사고를 다 치고 다니는 상황에서 정작 심적 갈등은 차기 족장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라 목표와 갈등이 전혀 다르고 접합점이 없어서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된다. (도대체 나쁜 악당 설득 고고씽하고 차기 족장 내정에 대한 부담의 어디가 어떻게 연결된다는 걸까?)

전편에서 히컵은 분명 한 사람의 남자이자 영웅으로 성장했는데 후속작인 본작에서는 그 성장치가 완전 다 리셋되고 전작의 초기 버전보다 더한 개 잉여 민폐왕으로 등극했기 때문에 보는 내내 짜증을 불러일으켜서 왜 주인공의 병X 짓거리를 1시간 가까이 보고 있어야 되는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건담으로 치면 UC건담으로 성장한 애가 GM으로 퇴화한 거다)

히컵이 너무나 잉여하게 나와서 애가 결국 차기 족장으로서 자각해 사건을 해결해도 하나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나이도 어린 게 아니라 20살이나 됐는데 대악당도 말이 통할 거라며 대화로 해결하겠답시고 주위에서 말리는 것도 안 듣고 나대다가 패악에 가까운 민폐를 끼치니 이건 도저히 실드를 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순수한 걸 넘어서 멍청한 것으로 애가 과연 전작의 그 히컵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잉여한 애는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다.

뭔가 원대한 꿈이 있는 것도,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도,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삽질을 하고 민폐 끼치다가 크게 데이고는 뒤늦게 정신 차리고 자기가 싸지른 똥 치우고 끝내니 공감대 형성에 완전 실패했다.

히컵의 어머니 발카는 드래곤 마스터급으로 등장했다가 20년만의 가족 상봉 이후로 평범한 여인이 되고, 섬에 사는 드래곤 수천기는 일천명도 안 되어 보이는 인간 군대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휴머니즘 정신이 투철하신 마이클 베이 감독님이 보시면 엄청 좋아할 것 같다. (어디서 감히 드래곤들 따위가 인간느님한테 뎀벼! 라고 팝콘과 콜라를 쳐드시면서 일갈하실 것 같다)

한창 스퍼트를 올려야 할 극후반부는 너무 빠르고 조급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중요한 걸 다 놓친다.

히컵과 투들리스의 반목과 화해의 사이에 필요한 중요한 것을 스킵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어처구니가 없다.

‘넌 나의 베스트 프렌드야’ 이걸로 다 때우려고 하니 전편에서 구축한 종족을 초월한 우정과 교감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원인과 결말만 있고 그것을 연결할 과정이 없는 것이다. 단 몇 분 만에 싸우고 화해하는 전개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찡한 게 아니라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각본을 대충 써도 너무 대충 쓴 것 같다.

라스트 전투씬도 드래곤 무리의 집단 전투는 볼만한데 문제는 투들리스와 악한 알파의 싸움으로 같이 보러 간 동생의 비유가 딱 맞는데 일본 개그 만화 웃기 좋은 날에 나오는 소드마스터 야마토 수준이다.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자면 울트라리스크 두 마리가 청도 소싸움하듯 뿔씨름하다가, 악한 울트라리스크가 살아남았는데 막판에 가서 프로브가 뿅뿅 쏘는 전기탄에 쳐 맞고 울며 도망치는 것으로 뭔가 스케일은 고질라급인데 사투의 결말은 시시하기 짝이 없고 억지 감동을 쥐어 짜내는 엔딩에 이르러서는 소리 없는 탄식만이 흘러 나온다. (길들여야 할 드래곤은 길들이지 않고 라이온 킹 결말로 끝내다니 이거야 원, 하쿠나 마타나다 개객기들아)

히컵의 친구들은 전편보다 더 비중이 떨어지는데 특히 히로인 아스트리드는 히컵과의 로맨스가 본편에서 싹 빠져 있어서 그냥 친구 A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오히려 외모가 전편보다 더 하락해 혐오 수준까지 됐지만 본작의 개그를 전담해 깨알 같이 웃음을 주는 쌍둥이의 여자 쪽 러프넛이 더 인상적이다.

본작에서 유일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존재감을 과시한 건 히컵의 아버지 스토이크 뿐이다. 영웅적인 활약, 감동의 로맨스, 비극적인 최후 등 영웅 서사시 주인공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걸 다 가졌다.

결론은 비추천. 비주얼은 볼만하지만 내용의 완성도와 재미가 너무 떨어져 전편과 비교하면 과연 같은 시리즈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며 해외에서 흥행 부진한 게 당연한 작품이다.

올해 2014년에 나온 시리즈 영화의 후속작 중에서 가장 실망스럽고 드림웍스가 퇴물이 다 됐단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졸작이다. 작년 2013년에 나온 크루즈 패밀리는 참 재미있어서 더빙판, 자막판 둘 다 극장가서 2회차 봤을 정도인데 이번 드래곤 길들이기 2는 밤 11시 심야 시간에 장마철 집중호우를 뚫고 극장가서 보고 온 보람이 1그램도 없다.

전편 드래곤 길들이기 1은 정말 손에 꼽을 만한 명작이지만 후속작이 이렇게 폭망하다니, 결국 이 작품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2016년에 시리즈 3탄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게 전혀 기대가 안 된다.

여담이지만 드림웍스는 드래곤 길들이기 2의 흥행 부진으로 인해 일전에 했던 대규모 인원 감축을 재개해 40~50명가량의 직원을 추가로 해고했다.



덧글

  • 강군이어라 2014/07/25 11:40 # 답글

    비주얼은 좋았다.

    라고 전 생각합니다. --

    스토리는 뭐... 포기하는거죠.
  • 듀얼콜렉터 2014/07/25 12:01 # 답글

    저도 기대감에 보고 왔는데 정말 주인공의 저 잉여스러움이 내내 거슬리더군요, '대화로 하면 이해해 줄거에요!' 라는 정말 애들이 봐도 코웃음칠 말을 하니 어휴.
  • 르혼 2014/07/25 12:18 # 답글

    감상에 100% 공감합니다.

    집사람은 '유일하게 멋진 남자 캐릭터를 주인공 족장 만들려고 죽여?'라더군요.

    1편의 감족인 크리스 샌더스가 참여 안 했다는데, 그 차이 때문인지... 근데 감독의 역량 이전에 각본 자체가 너무 부실하게 느껴집니다.
  • 잠뿌리 2014/07/26 13:40 # 답글

    강군이어라/ 비행씬의 비주얼만큼은 좋았지요.

    듀얼콜렉터/ 역대 잉여 주인공 중에 손에 꼽을만한 것 같습니다.

    트론/ 감독 하나 빠진 게 이토록 큰 타격을 줄지는 몰랐습니다.
  • 놀이왕 2014/07/27 13:57 # 답글

    내용 전체가 1편과 TV판보다 더 떨어진다는 말이군요... 한참 기대중이었는데... 접어아 되나..
  • 잠뿌리 2014/08/07 10:19 # 답글

    놀이왕/ 기대치를 낮추고 봐야 그나마 볼만합니다. 기대를 많이 할수록 실망이 큰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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