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공포 회의(1年C組恐怖会議.1995) 2019년 일본 만화




1995년에 스네야 카즈미가 코단샤의 소년 매거진에서 출간해 전 4권으로 완결한 공포 만화. 국내명은 해변의 공포 회의. 원제는 ‘1학년 C조 공포 회의’다.

내용은 천덕 고등학교에서 임해 학교 마지막날 밤 폐교가 된 초등학교의 체육관에 1학년 C조 학생들이 모여서 100개의 촛불을 켜놓고 100가지 괴담을 하면서 촛불을 끄는 ‘백물어’를 시작했는데 학생들 주위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백물어는 하쿠모노가타리라고 해서 에도 시대에 유행하던 괴담으로 한 밤 중에 사람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괴담을 나누고 한 가지 괴담을 이야기하고 하나의 촛불을 꺼서 그게 100개에 이르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로 후대의 심령물에도 즐겨 쓰이는 소재가 됐다.

이 작품은 평범하게 시작했다가 라스트씬에서 공포스러운 묘사를 하면서 화력을 집중하는 게 인상적이다.

본래 이게 공포물의 기본 스타일이긴 하지만 특별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진행하다가 막판에 가서 터트려서 더 기억에 남는다.

그 포인트를 상당히 잘 잡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싹한 에피소드가 꽤 있다.

괴담의 내용 자체는 민담이나 현대의 도시 괴담을 각색한 게 많다. 수명 노트, 살인 카메라, 두입 여자의 현대 버전인 한 입 소년, 산장 조난 등등 낯익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별책 부록의 개념으로 다음 편으로 넘어갈 때 나오는 반쪽 여백에 1학년 C조 학생들 프로필을 넣는다던가, 개그 4컷 만화를 넣는 것도 아기자기한 게 좋았다.

번역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등장인물 인물 표기가 일본어와 한자를 병행해서 그렇다. 예를 들어 어떤 때는 오자키, 오키노, 유카리라고 하고 어떤 때는 적정, 서택, 전중, 영자라고 해서 뭔가 표기를 통일하지 않고 섞어서 쓰니 혼란스럽다.

그게 이 작품이 발매한 시기가 학산 문화사에서 만화 잡지 ‘찬스’를 창간한 초창기라 그렇다. 당시 찬스에서 연재됐던 일본 만화인 반항하지마(GTO) 같은 경우도 그런 케이스라서 오니즈카가 영길로 나온 거다.

단, 이런 문제는 2권까지만 있고 3권부터는 이름이 제대로 표기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3권부터 뭔가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열다섯 개 째의 괴담을 끝낸 뒤에 백물어가 잠시 중지되지만 분신사바, 위저보드와 같은 강신술의 일종으로 묘사되는 가이드링에 의해 나타난 ‘괴담 이야기의 유령’이 나타나면서 백물어 재개를 강요하는데 여기서부터 옴니버스 형식에서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바뀐다. (악령이 묘사된 걸 보면 딱 공포신문에 나오는 폴터가이스트 느낌 난다)

임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부터 시작해서 센바, 치에코, 유메코, 야마자키 등 네 명의 일행이 심령 현상을 겪고 그것 자체가 백물어의 연장선상으로 나온다.

각 이야기에는 촛불이 등장하는데 그게 백물어의 촛불보다는 수명초로 설정되어 있어서, 해당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위기에 처해서 다른 친구들이 구해주는 게 주된 내용이다.

호러물로서 보자면 사실 옴니버스 파트가 피카레스크 파트보다 더 무섭다. 옴니버스 파트는 엄연히 괴담이지만 피카레스크 파트는 기담에 가깝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무서운 체험이 아니라 기묘한 체험이다)

하지만 옴니버스 파트의 이야기가 현대 도시 괴담이나 경험담의 각색인 것에 비해 피카레스크 파트에서는 작가의 창작이 주로 많이 들어가 있어서 이야기 자체는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세가의 버추얼 캅을 호러물 소재로 쓴 에피소드인 ‘21화 표적은 누구냐?’였다.

최종권인 4권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이야기의 유령에 의한 백물어 연장이나 수명초 설정이 사라지고 장르가 또 바뀐다.

4권의 첫 에피소드부터 설원판 불가사리가 나와 괴수물로 시작하더니 음양사의 후예인 미즈키와 괴기 현상 연구가 크로스 박사가 등장해 주인공 일행을 도와주면서 이야기의 유령과 맞서 싸우는 퇴마물이 된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장르 변화는 둘째치고 마지막권 단 한 권에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하니까, 내용이 급전개되면서 밀도가 떨어지고 말이 좋아 퇴마물이지 주인공 일행이 악령에 놀아나면서 제대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뚝딱 해결하기 때문에 재미가 급락한다.

악령이 가진 힘의 원천이 사람이 느끼는 공포의 감정이고, 결국 용기를 갖고 공포를 극복한 일행들이 악령을 퇴치한다는 결말에 도달하니 아무런 여운도 주지 못한다.

다섯 명의 용기와 의지르르 갖고 선의 펜타그램을 만들어 악령을 봉인하는 라스트씬은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혼났다.

결론은 평작. 하이라이트씬의 포인트를 잘 잡아서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어도 나름대로 공포물로서 오싹한 구석도 있지만, 권이 지날 때마다 이야기의 형식과 장르가 계속 바뀌어서 좀 산만한 느낌을 주고 결과적으로 내 맛도 니 맛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요즘 사람들이 굉장히 낯선 작품이 될 텐데, 옛날 사람이 보면 나름 친숙한 작품이다. 찬스 코믹스 단행본 넘버링 140으로 만화책 한 권 가격 2500원 하던 시절에 나와서 그 당시 대여점에는 어디에 가든 다 있었다.

찬스 창간과 같은 시기에 나온 만화라서 국내 대여점 시장에서는 노장이라 2000년 이후의 대여점에서는 완전 너덜너덜해진 상태의 오래된 책으로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덧붙여 이 작품은 스네야 카즈미의 첫 호러물이자 첫 단행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첫 작품은 아니고 1982년에 주간 소녀 챔피언에서 신인상을 수상해 데뷔했기 때문에 오랜 경력의 작가고 지금 현재는 만화 대학의 전임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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