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Noah.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만든 성경 재난 영화. 구약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각색해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내용은 인류의 시초인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이후에 태어난 자식 카인이 아벨을 돌로 때려죽인 뒤 카인의 후손들이 태어나 인류가 됐는데 천상에서 쫓겨난 네필림들이 그들에게 지식을 가르쳐 산업화를 이루어 인류의 타락이 가속화되자, 더 이상 보다 못한 신이 홍수의 재난을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는 가운데.. 신에게 선택 받은 노아가 가족들을 데리고 거대한 방주를 만들어 지구상의 모든 동물 한 쌍을 태우고 대탈출을 감행하면서 인류의 우두머리인 두랄카인과 대립하는 이야기다.

기독교 소재의 영화중에서 오랜만에 나온 블록버스터급 영화인데 비주얼은 확실히 괜찮은 편이다. 작중에서 벌어지는 기적이나 천지창조 이야기를 할 때의 연출 같은 건 상당히 잘 만들었다.

방주도 성경의 기록을 바탕으로 5개월에 걸쳐 1200평에 6층 규모 건물로 제작하고 85000L급의 거대 물탱크 다섯 개를 설치, 지름 30cm 파이프를 설치해 특수 제작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CG로 때우지 않고 아날로그 느낌도 충분히 내면서 특수효과에 큰 공을 들였다.

성경에서 노아는 가족들만 데리고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한쌍씩 태운 거대한 방주를 뚝딱 지었는데 그게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서 그런지, 본작에서는 배 만드는 작업을 네필림들이 도와준다.

본작에 나온 네필림은 천상에서 지상을 감시하러 내려왔다가 타락해서 쫓겨난 타천사들인데 본래 이들은 성경 세계관에서는 타천화되어 악마가 됐지만, 본작에서는 빛의 존재였던 게 흙과 돌에 갇혀서 거대한 바위 거인이 된 모습으로 나온다.

이 네필림들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본작 비주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네필림의 등장, 활약 씬이 상당히 볼만하며 방주가 출항하기 직전 노아의 가족과 방주를 인간 군대로부터 지켜주는 네필림들의 최후의 분전이 사실 본작에서 가장 재미있는 씬이었다.

세상이 물로 뒤덮여 방주가 띄워지기 전까지가 딱 재미있었는데, 문제는 방주가 뜬 다음부터 완전 짜게 식는다는 거다.

성경 재난물에서 흑화된 노아의 사이코 스릴러로 장르 자체가 아예 바뀌어 버린다. 그 때부터 정말 재미가 급격히 떨어진다.

신의 선택을 받은 게 노아 가족인데 신의 뜻은 인류 멸망이라서 결국 자신들도 대를 잇지 못하고 멸문 당하는 걸 전제로 하고 있어 흑화되는 것이라서 좀 보는 사람이 쉽게 공감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과격한 재해석이 나온다. 그것 때문에 종교적으로 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다.

오히려 노아보다 더 나은 건 그와 대치점에 있는 두랄카인이다. 두랄카인은 카인의 후손이자 인간의 왕으로 노아와 대치점에 있는 본작의 끝판 대장이다.

분명 두랄카인은 악인이긴 하지만 노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인류 멸망에 맞서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나와서 오히려 노아보다 더 인상적이다.

그런데 사실 본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노아도, 두랄카인도 아닌 함이다. 성경 원작에서는 술에 취해 벌거벗고 잠이 든 아버지를 보고 비웃었다고 자손 대대로 저주를 받았던 반면, 본작에서는 솔로 부대라서 갈등을 빚고 노아와 두랄카인으로 대비되는 선과 악 사이에서 고민하며 최종 선택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형 샘이나 동생 야벳에 비하면 햄 쪽이 오히려 진 주인공에 가까울 정도다. 노아의 방주 원전과 또 다른 파격적인 해석의 주인공이라 할 수도 있다.

그 이외에 다른 인물로는 므두셀라가 인상적이다.

성경에서는 그냥 노아의 할아버지로 인류 최장수 인간이라고만 나온 므두셀라가 본작에서는 은거기인처럼 나오는데 안소니 홉킨스가 배역을 맡아서 명연기를 펼쳐 짧은 출현이지만 깊은 여운을 안겨 줬다.

캐릭터 자체는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배우가 워낙 열연을 펼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작중 노아의 아내 나메 배역을 맡은 제니퍼 코델 리가 있다. 최후반부에서 흑화한 노아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저주를 퍼붓는 씬의 연기는 진짜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노아 이외에 다른 인물들도 그렇게 포커스를 받는 게 성경 원전과 영화판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문제인 건 안 그래도 재미가 떨어지고 지루해지기 시작한 홍수 이후의 후반부를 넘어서, 육지에 닿은 이후 엔딩까지 이어지는 최후반부의 내용이다.

여기서부터는 재미없는 걸 넘어서 지루하고 늘어지는 스토리의 정점을 찍기 때문에 보기 괴로운 수준이다. 뭔가 감독이 끝내야 할 때를 놓친 것도 모자라서, 안 넣어도 될 걸 우겨 넣어서 노잼을 자초한 것 같다.

결론은 평작. 오랜만에 나온 기독교 블록버스터 영화로 스케일이 크고 비주얼이 멋져서 영상미 자체는 훌륭하지만.. 홍수 발생 이후부터 인류멸망의 신벌에서 살아남는 선택받은 인간의 이야기에서 노아의 가족 이야기로 변해 재미와 흥미가 급락해서 용두사미가 된 작품이다.

어디서 딱 자르고 끝내야 될지 정확하게 알았다면 좀 더 나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노아 역을 맡은 배우는 러셀 크로우인데 기분 탓인지 몰라도 그에게서 글라디에이터의 막시무스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도 그럴 게 본작에서 너무 잘 싸워서 그렇다. 무력 90은 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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