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로닌 (47 Ronin.2013) 2019년 전격 Z급 영화




2013년에 일본, 미국 합작으로 유니버셜 픽쳐스에서 칼 린쉬 감독이 만든 액션 판타지 영화. 일본의 가부키, 조루리(꼭두각시)극으로 널리 알려진 테마 ‘추신구라’를 각색해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내용은 고대 봉건 시대의 일본은 절대권력을 가진 쇼군이 지배하고 영주들이 각 지역을 관할하고 있었는데 아코성의 아사노 영주가 경쟁 지역은 나가토성의 영주 키라를 따르는 마녀의 사술에 걸려 쇼군과 사무라이의 명예를 실추시킨 죄로 할복하고 그를 따르던 사무라이들은 주군 잃은 무사 ‘로닌’이 됐는데 그로부터 1년 후, 무사들의 대장인 오이시가 동료들을 모아서 반역죄로 처형당할 각오를 하고 주군의 복수를 하기 위해 키라를 치는 이야기다.

주군의 원수를 갚는 낭인 무사(로닌)들의 이야기로서 본래는 46인의 로닌이지만 본작은 키아누 리브스를 추가해 47인의 로닌이 됐다.

이 작품은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는 해도, 일본 이외에 다른 나라의 정서로 보자면 와패니즘을 넘어선 안드로메다급 일뽕물이라서 거부감을 들게 한다.

모시는 주군의 원수를 갚는다는 설정은 그렇다 치고, 사무라이를 미화시키는 과정에서 할복을 명예로운 죽음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그렇다.

작중에 나오는 할복씬에 특히 기합이 들어가 있어서 거창한 배경 음악을 넣으며 장엄하게 묘사한다.

이 작품을 보고 3D 할복쇼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사실 3D라고 할 것 까지도 없다. 할복의 순간과 결과는 전혀 보여주지 않고 준비 과정에만 힘을 집중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그 부분에 있어서 3D 효과가 들어갈 장면은 전혀 없다.

주군의 복수를 하는 충절과 의리는 알겠는데 할복 미화는 나라 간에 있는 정서의 차이를 고려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그걸 비극적으로 묘사했으면 동정이라도 갔을 텐데 할복 자체를 해피엔딩으로 묘사하고 잇으니 몰입이 안 된다.

일본 사무라이에 대해 서양인이 갖고 있는 오리엔탈 판타지의 정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실드를 치기에는 너무 폼만 잡아서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무사로서 충의를 내세운 겉모습은 장엄한데 비해서 그들이 펼치는 액션 자체는 기대 이하의 수준이다. 주군 잃은 낭인 무사의 복수극이란 소재가 무색하게 액션의 비중이 낮아서 그렇다.

액션이 나오는 부분이 생각 이상으로 적은데다가, 그 적은 부분의 밀도도 한 없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사무리에 대한 환상, 할복 미화, 액션의 부실함이 아니라 바로 카이의 존재다.

작중 카이는 키아누 리브스가 배역을 맡은 캐릭터로 요괴와 인간의 혼혈로 텡구의 손에서 자라며 무술과 요술을 배웠지만 소년 시절에 탈출해 아사노 영주에게 거두어져 영주의 딸 미카와 사랑에 빠진다.

혼혈아로 주위의 배척 받고 끝까지 사무라이가 되지 못한다. 카이가 싸우는 이유는 미카 때문이고 주군의 원수를 갚는 것과는 좀 다르다 보니까 오이시의 46 로닌과는 겉돌아서 47인 째의 로닌으로 보기에 뭔가 어쩡쩡하다.

거기다 요괴, 인간 혼혈 설정 덕분에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 있다. 텡구부터 시작해 기린과 용이 거대 괴수로 등장해 위협을 가해온다.

이 판타지 요소가 스토리의 핵심적인 부분을 비껴가고 있어서 억지로 구겨 넣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배우의 연기력이나 존재감은 둘째치고 작중의 포지션이 너무 어쩡쩡해서 오히려 로닌 46명이 오이시 대장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묻혀 버리고 조명을 받지 못해서 그들이 나와서 활약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렇다고 카이가 자연스럽게 47번째 로닌이 되는 건 또 아니다. 오이시 대장이 무슨 특별한 이유 없이 카이를 일행에 합류시켜 놓고 검 셔틀만 시켜놓고는 나 몰라라 방치한다.

극후반부에 키라의 성에서 벌어진 집단 전투에서 46 로닌이 키라의 군대와 싸우고 있을 때 카이는 따로 떨어져 미카를 구하기 위해 용과 싸우니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애초에 작중의 등장인물 중에 유일한 외국인은 키아누 리브스 한 명이다. 중간에 오이시가 외국인 항구에서 노예 격투사가 된 카이를 찾으러 갈 때 나오는 서양인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면서 끝까지 사무라이가 된 것도 아닌데 남들하고 똑같이 할복쇼를 하며 히로인과 내세에 다시 만날 윤회전생 드립치고 앉았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그렇게 어거지로 비중을 높였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본작의 진 주인공은 주군의 복수를 하는 오이시 대장일 뿐, 주군의 딸과 사랑하는 카이는 끝까지 존재감이 없어서 필름 낭비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08년에 제작 발표, 2011년에 촬영에 들어가 1억 7천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만들었지만 평론가 시사회 때 전원일치 혹평으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전관왕급이란 말을 듣자 제작자가 놀라 개봉 시기를 미루고 제작비를 2억 2천 5백만 달러로 늘려 편집판을 만들어 2013년에 개봉한 것이다.

본래 조연급이었던 키아누 리브스를 주연급으로 격상시키면서 무리한 재편집을 했기 때문에 더욱 안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포스터에서는 여러 인물이 원 샷을 받아서 그럴 듯하게 나오는 반면 영화 본편에서는 단역 내지는 엑스트라 취급 받는 캐릭터가 많다.

강철 갑옷을 몸에 두른 거구의 사무라이는 작중 키라의 직속 부하로 이미지는 엄청 강해 보이고 첫 등장 때도 존재감이 있었지만 그 이후 몇 번 나오지도 못한 채 폭사해 버리고, 전신에 문신을 하고 얼굴에 해골 페인팅을 한 해적은 단역조차 되지 못한 엑스트라다. (근데 애네들이 무슨 주역인 것 마냥 포스터에서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

그나마 조금 나은 게 있다면 음성 더빙 정도? 일본 배경에 일본 배우들이 나오는데 서양인 한 명 나온다고 외국 영화가 돼서 일본 배우 전원의 영어 음성 더빙을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결론은 비추천. 영화 제작 당시에는 반지의 제왕급 판타지에 글라디에이터의 전투를 합친 대작 드립을 쳤지만 현실은 와패니즘을 아득히 초월한 일뽕물이자 할복 미화물로 판타지 요소를 끼얹고 키아누 리브스의 비중을 대폭 증가시킨 게 본편 내용과 너무 겉돌아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바닥을 기는 망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당연스럽게도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는데 그야말로 처절하게 망해서 북미 흥행 수익은 약 3천 8백만 달러, 전 세계 흥행 수익은 1억 5천만 달러를 거두었다. 일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개봉했지만 약 1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덧붙여 한국에서는 ‘2억 달러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조롱조로 붙었다. (예: 2억 달러 대작 47 로닌)

한국에서는 2013년에 시사회를 가졌지만 끝내 정식 개봉은 하지 못하고 바로 다운로드 시장으로 넘어갔다. 지금 현재는 네이버에서 다운로드 대여/구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추가로 이 작품은 칼 린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이전까지는 단편 영화 서너 편 밖에 찍은 게 없다. 각본을 분노의 질주 시리즈, 윈티드의 각본을 쓴 크리스 모건이 썼다고는 해도 감독의 경력이 워낙 짧으니 제작 발표 당시 장편 영화 경험이 전혀 없는 감독한테 1억 7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본작은 2013년에 나온 영화중에 뒤에서 손에 꼽을 만한 망작이지만 그래도 제 40회 세턴 어워즈에서 베스트 코스츔상과 베스트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덧글

  • 센프 2014/07/07 21:58 # 답글

    사실 원전인 주신구라 자체가 일본인이 아니면 공감하기 힘든 소재이기도 합니다.
    충절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대충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실제 47인이 섬긴 영주는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았거든요(일단 역사상으로는). 난데없이 고케인 기라에게 칼을 뽑아 해꼬지를 하다 할복을 강요당한 인물입니다. 그런 주군을 위해 무사들은 자신들의 영주가 해꼬지를 가했던 기라의 저택에 쳐들어가 기라 본인은 물론 아무런 죄도 없는 집안 일가들까지 싸그리 베어버렸죠. 충절은 인정한다 해도 기본적 도의에는 어긋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 먹통XKim 2014/07/09 00:37 #

    예..게다가 해당 지역 그 47인 조폭 색히들에게 죽은 영주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 무척 평이 좋았던지라

    세월이 지나서도 이 추신구라 가부키가 공연되지 못했다더군요
    한번은 멋모르고 공연했다가 사람들이

    이 놈들이! 좋았던 영주님을 이렇게 모독하냐?

    가부키 배우들과 관계자들을 반패죽였다네요

    즉 일본에서도 극과 극이라는 평을 받은 사건이죠
  • 염땅크 2014/07/07 21:58 # 답글

    http://rigvedawiki.net/r1/wiki.php/ChuSingura%2046%2B1?
    똑같이 46명에 1명 더 꼽사리꼈다는 컨셉으로 만든 어느 야겜이 더 나아 보이네요.

    야겜만도 못한 작품에 주연으로 뛰다니 키아누 리브스 지못미...(흑역사잼)
  • 토나이투 2014/07/07 22:41 # 답글

    센프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주신구라는 일본의 특유의 무사도와 관련된 이해(?)가 없으면 전-혀 공감이 가지않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도 일본 내부에서도 많은 해석이 있으며 해석에 따른 가부키극도 엄청 많을 정도로 내부네선 인기(?)가 있지만 일본 밖에선 영 아니죠

    그리고 저 해골문신 단역...분은 사실 저 문신족에선 꽤나 유명하신 분인데 어저다가 이런영화에...
  • 먹통XKim 2014/07/09 00:39 # 답글

    정말 미국 시사회에서 누구 하나 좋게 평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나저나 전세계에서 1억 5천만 달러나 벌어들이다니 굉장한 대박입니다
    저는 5천만 달러는 뽑을까 했는데 무려 3배씩이나!

    물론 제작비랑 홍보비 다 합쳐서 3억 달러 가까이 들였다고 하니 6억 달러는 뽑아야지 수익을 거두는데
    (해외 투자 광고비,인건비.세금..극장과 수익 나누기.. 땜에) 망한 건 확실하지만~

    정말 감독 데뷔작에 저런 거액을 투자하고 제작자들이 돈썩어 넘치나
  • 먹통XKim 2014/07/09 00:36 # 답글

    여하튼 맨 오브 타이 치와 더불어 키아누 리브스는 중국.일본 소재로 줄줄이 흥행 및 비평 개망작 연타
  • 듀얼콜렉터 2014/07/09 02:04 # 답글

    저도 보고 키아누 리브스가 너무 겉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그만한 힘이 있으면서도 초반에 차별 당하는건 둘째치고 결말에서 같이 자결하는게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맨 오브 타이치에 이어서 키아루 리브스의 커리에 오점을 남긴 영화라는건 자명한것 같아요, 휴우.
  • 잠뿌리 2014/07/11 22:40 # 답글

    센프/ 추신구라 관련 영화는 그동안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 드물게 추신구라 자체를 비판하는 작품도 나왔지요.

    염땅크/ 키아누 리브스 필모 그래피에 길이 남을 흑역사가 됐지요.

    토나이투/ 해골문식 단역은 진짜 본편에서 그렇게 비중이 없이 나올거면 왜 포스터에 저렇게 크게 나온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먹통XKim/ 이 작품이 워낙 망해서 감독 커리어도 끝장날 기세입니다. 키아누 리브스도 이제 한국, 태국 영화만 찍으면 아시아 문화 영화의 워스트 왕좌를 석권할 것 같습니다.

    듀얼콜렉터/ 작중 키아누 리브스의 카이가 너무 이질적이라서 영화 본편하고 너무 안 어울렸지요.
  • 베요네타 2018/01/19 10:58 # 답글

    우리나라의 조선 시대에는 흑인 용병이 있었다는데 그런 걸 소재로 왜 영화를 안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 잠뿌리 2018/01/19 16:31 #

    역사/신화 쪽으로 메이저한 소재만 찾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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