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유령선 (空飛ぶゆうれい船.1969) 2019년 애니메이션




1960년에 사이보그 009로 유명한 이시모리 쇼타로가 월간지 ‘소년’에 실은 단편 만화 ‘유령선’를 원작으로 삼아 1969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이케다 히로시 감독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내용은 보아 쥬스를 마시며 부모님과 모터보트를 타고 놀러 가던 아라시야마 하야토가 아버지가 일하는 조선소의 모기업인 쿠로시오 콘체른의 회장 부부가 탄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유령선의 습격을 받아서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한 걸 보고서 구해준 뒤, 가까운 곳에 있는 오래된 저택으로 옮겼다가 해골 가면을 쓴 유령선의 선장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960년대에 나온 아동용 애니메이션인데 주요 설정을 보면 아동용이 아니라 한 편의 SF+음모론 영화를 방불케 한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해저 도시의 외계인과 거대 기업이 은밀하게 손을 잡고 중독성 높은 쥬스를 만들어 유통시켜 돈을 벌며 비밀 기지에서 전차, 전투기, 미사일 등 군사 무기를 만들어 유출시키며 국방부를 좌지우지하며 정부를 움직이고 TV를 통한 언론 조작도 서슴없이 한다.

음모론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지금 봐도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처음에는 ‘유령선의 정체가 뭘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가 거대 기업의 음모와 외계인의 침공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스케일이 엄청 커진다.

사실 이 작품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보니 이런 내용이 다소 어렵게 보일 수도 있는데, 이걸 아이들이 봐도 이해가 가능하게 풀어낸 것이 대단하다.

주인공 하야토는 어린 소년이지만 스토리의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서 그렇다.

보아 쥬스에 중독되어 있고, 거대 기업 쿠로시오 콘체른의 비밀을 알아냈으며 출생의 비밀상 유령선과 관계가 있어서 본작에 나온 핵심적인 설정인 ‘보아’, ‘쿠로시오 콘체른’, ‘유령선’에 전부 관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야토의 활약과 그가 겪는 사건 사고를 통해서 본작의 내용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작중에 쥬스는 보아 쥬스라고 해서 중독성이 매우 높고 그걸 마신 사람은 몸이 녹아 내려 거품이 되어 버리는 묘사가 나와서 어렸을 때 보면 나름 트라우마가 될 만하다.

SF 쪽으로 넘어가자면 본작에서 나오는 골렘은 비밀 기지에서 만든 것으로 사실 시가지 파괴 이외에는 유령선한테 처 발려서 그렇게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하는데, 유령선은 확실히 본작의 타이틀을 맡고 있는 만큼 활약상도 크고 설정도 기억에 남는다.

외관은 유령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잠수함의 기능을 갖추었고 반중력 장치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레이더 흡수 장치로 레이더 전파를 흡수해 본체를 숨기며 적의 컴퓨터 기능을 망가트리는 자력포에 다연발 미사일, 레이저포 무장, 원자로 엔진, 방어막 등등 최첨단 병기로 묘사되고 있다.

후반부에 사고가 발생해 선원이 달랑 네 명 남은 상황에서 해골 선장이 중상을 입어 어린 하야토와 간호원 소녀 단 둘이 최첨단 비행 잠수정을 조종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만화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서 그렇게 큰 위화감은 없다.

하야토가 조종하는 유령선이 해저 밑에 있는 보아의 비밀 기지에 접근하는 극후반부 내용이 생각 이상으로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해저 밑바닥에서 적의 감시정을 피해서 숨고, 기뢰의 밭을 지나 적 기지의 중심부를 향해 가서 최후의 공격을 감행하는데 이 부분만 보면 정통 잠수함물이 따로 없다.

결론은 추천작. SF와 음모론을 아이들도 알기 쉽게 풀어냈고 지금 봐도 흥미진진한 내용 전개에 참신한 연출이 돋보이는 고전 명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젊은 시절에 원화 직원으로 작업에 참여했다. 중반부에 나오는 골렘과 국방군의 전투를 그렸다.

골렘을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전투기를 파일럿의 시점으로 묘사한 부분은 짤막하게 나오지만 당시로선 참신한 연출로 이후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작품에 종종 나온다.

덧붙여 유명 애니메이터 故 카네다 요시노리가 공군 파일럿인 아버지를 따라 파일럿을 지망했다가 시력이 나빠서 포기한 뒤 본 작품을 접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화를 보고 충격을 받아 애니메이터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덧붙여 이 작품은 한국에서 비디오로 출시된 다음, 공중파에 방영된 건 1990년으로 원작이 나온 지 약 20여년 뒤의 일이다.



덧글

  • 스나오 2014/07/04 13:57 # 답글

    꼴깍꼴깍꼴깍 보~아쥬~스 ..... 한번 머리속에 떠올리면 죽을때까지 반복되던 그 멜로디 ㅋㅋㅋㅋㅋ
  • 금린어 2014/07/04 14:19 # 답글

    어렸을때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여러모로 충격이 컸던건 기억이 나는데 중간부터 본지라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본 것 같아요.
  • 魔神皇帝 2014/07/04 15:42 # 답글

    윗분 말씀하신거 처럼 본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꼴깍꼴깍꼴깍 보~아쥬~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아직도 기억이 나니ㅋㅋㅋ

    보아 주스를 마시고 사람이 거품으로 변해 녹아내리던 장면을 같이 보시던 어머니께서 '콜라 많이 마시면 너도 똑같이 된다' 라고 하셔서 한동안 떨었던 트라우마가 있군요^^;;
  • 블랙하트 2014/07/04 16:11 # 답글

    http://blog.naver.com/k2zeby/10028210804

    스폰서의 이의제기로 '보아 쥬스가'가 나오는 장면이 일부 삭제되기도 했다는군요.
  • 무지개빛 미카 2014/07/04 16:12 # 답글

    역시 일국을 흔들려면 국방부를 흔들어야 합니다. (?!?!?!?)
  • windxellos 2014/07/04 16:25 # 답글

    제가 기억하는 보아쥬스 주제가 구절은 '시원하고 맛있는 보아쥬~스' 였지요.

    덧붙여 주인공이 보아쥬스 중독으로 배가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스위치를 건드리는 바람에 유령선이 탈탈 털렸던 것 때문에 어린 시절 그 녀석을 민폐 캐릭터 중 수위권으로 꼽았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 존다리안 2014/07/04 18:58 # 답글

    이시노모리 테이스트가 난다 했더니 역시 이시노모리씨 원작이군요.
    은근히 이분은 음모론 같은 걸 소재로 많이 사용하시더군요. 이후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주기도 한 것 같습니다.
  • 먹통XKim 2014/07/05 20:31 # 답글

    1990년에도 방영한 거 맞지만 그 이전에도 방영했습니다..80년대 아주 어릴적에 봤거든요

    로봇게가 저 보아주스 사장을 녹여버리던 장면이 아주 어릴적 티브이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 잠뿌리 2014/07/06 09:34 # 답글

    스나오/ 개봉 당시 실제 TV CM송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합니다 ㅎㅎ

    금린어/ 저는 어린 시절에 비디오로 봤을 때 기억에 남는 게 보아 쥬스 밖에 없었지요.

    魔神皇帝/ 그게 탄산 음료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블랙하트/ 작중에 보아 쥬스가 치명적인 독으로 나오니 스폰서가 이의 제기할 만 합니다 ㅎㅎ

    무지개빛 미카/ 이 작품에서는 대기업이 국방부 장관도 마음대로 해임시키고 새로 앉힐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죠.

    windxellos/ 확실히 주인공의 그 행동이 본의 아니게 민폐가 되긴 했지만 그 이후에 주인공이 히로인과 함께 유령선을 조종해 적의 기지를 초토화시키는 거 보면 주인공 대활약을 위한 발판이 된 모양입니다.

    존다리안/ 음모론 소재를 너무 잘 사용해서 좋았습니다.

    먹통Xkim/ 저는 어린 시절에 비디오로 처음 본 기억이 어렴풋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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