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댄 나의 뱀파이어 (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이원회 감독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내용은 이혼한 어머니가 운영하는 반찬 가게 알바를 하면서 영화 시나리오랍시고 뱀파이어 소설을 집필하던 작가 지망생 규정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시원에서 한 밤 중에 이사 온 수상한 남자 남걸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문제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인데 그건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 문제로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에 치명타를 가한 게 있으니 그게 남녀 주인공이 페이크 주인공처럼 나오는 점이다.

일단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중 삼중 반전을 넣기는 하지만.. 마늘이나 햇빛에 약하고 초대 받지 않으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뱀파이어의 약점에 관한 특성만 부각될 뿐 그 이외에 다른 건 일체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여주인공 규정은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을 집필하는데 이게 사실 뱀파이어야 될 의미가 없는데 그냥 넣은 것이라고 나온다.

작중 인물들의 배경 설정을 보면 다른 누군가에게 달라붙어 피를 빠는 흡혈귀 같은 요소가 있어서, 뱀파이어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만 쓰려고 애쓴 것 같다.

남걸 같은 경우도 뱀파이어 기믹보다는 그보다 히키코모리 괴짜 발명가 기믹이 더 강하다. 문제는 그 연구나 발명이 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거고, 그게 스토리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캐릭터 성격이나 말투, 행동을 보면 과학자인데 마늘, 햇빛에 학을 떼는 뱀파이어의 리액션을 보이고 있어서 어느 쪽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걸이 남자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중심에서 멀어져 있어서 자주 나오지도 못해서 집중할 찬스조차 얻지 못했다.

규종의 친어머니나 니콜라이 박사 등 규종과 관계된 인물은 단역으로 잠깐 나오거나, 말로만 언급될 뿐. 본편 스토리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어서 남주인공의 영향력이 적어도 너무 적다.

심지어 로맨스의 정점을 이루어야 할 클라이막스씬에서조차 규종 어머니의 로맨스에 파묻혀 버려서 순대 사면 주는 간은커녕 튀김 찍어 먹는 간장 정도의 비중 밖에 없다.

여주인공 규정만 홀로 남아 있는데 정말 안 좋은 의미로 사건의 중심이 되었다.

규정의 부모님은 이혼한 뒤에도 자주 왕래를 하는 사이인데, 어머니 쪽이 연하의 새 남자 친구를 사귀었고 그게 알고 보니 규정이 아는 친구라서 빡친 규정이 1차 사단을 일으킨다.

또 규정이 남 몰래 연모하는 오빠 주형이 규정의 친구 지순의 남자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규정이 자꾸 들이대다가 자신이 주형을 NTR했다는 오해가 생겨 혼자서 서로 사귀는 사이로 알고서 생쇼를 하다가 2차 사단을 일으킨다.

온갖 사건 사고를 혼자서 다 터트리고 다니니 그야말로 핵지뢰 히로인이다.

30대에 가까워질 나이에 남자 친구 하나 없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영화 시나리오 될 거라 뻥까 치고 뱀파이어 소설 쓰며 잉여롭게 사는 건 그렇다 쳐도, 이기적인 관점으로 사물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혼자 멋대로 행동해 주변 사람들한테 전부 피해를 주는 광역 민폐를 끼친다. 마치 스타 크래프트의 고스트 뉴 클리어 어택을 보는 것만 같다.

착한 것도, 성실한 것도, 정이 많은 것도, 영리한 것도 아니라서 장점이라고 할 만한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단순히 무능력하고 잉여한 게 아니라 민폐 스킬 만랩을 찍고 있으니 여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 바닥에 떨어진다.

규정이 사고치고 다니는 부분 이외에 나머지 부분이 남걸과 엮이는 부분인데 이것도 사실 애매하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단계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남자 주인공의 일방적인 호감으로 급상승하는데, 정작 여주인공 쪽은 심드렁하고 사고치고 다니기 바쁜 상황에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깨닫고 이어지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보다 여주인공 부모님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이 부분의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사랑하는 방식을 보고 깨닫고 성장한다고 실드를 치기에는, 본작의 주인공 커플이 누구인지부터 생각해 보면 주객전도된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말이 좋아 로맨틱 코미디지, 사랑도 웃음도 실종됐다.

부모님의 사랑도 황혼 이혼에서 결별한 장년 부부가 재혼을 고민하는 시점에서의 이야기라, 비포 없이 애프터부터 시작하는데다가, 캐릭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해 너무 단순한 관계로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별로 재미는 없고 지루하기만 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흡혈귀였다.’라는 컨셉을 맞추기 위해 조연의 비중을 지나치게 늘린 게 가장 큰 폐단으로, 이 부분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다.

엔딩에서 나름대로 반전을 넣었는데 그게 전혀 와 닿지 않는다. 뱀파이어물의 탈을 쓰고 실컷 다른 이야기하다가, 뱀파이어물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니 그렇다.

본작은 규정과 남걸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간 시점에서 뱀파이어물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그걸 되찾으려고 해도 그게 될 리가 없다.

결론은 비추천.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그저 인물 상징만으로 써서 소재를 잘 살리지 못했고, 남녀 주인공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 주연과 조연의 관계가 역전됐는데 이 어긋난 핀포인트를 수정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가서 결국 죽도 밥도 안 된 설익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규정이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을 쓰기 위해 집에서 시청하는 영화는 '노스페라투'다. 그것도 F.W 무르나르 감독 작품으로 1922년에 나온 흑백 영화인데 이걸 보고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을 쓴다는 설정부터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노스페라투는 로맨스물하고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1992년작 드라큘라라면 또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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