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西遊記] (Alakazam the Great.1960) 2020년 애니메이션




1960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데츠카 오사무 원작에 시라카와 다이사쿠, 야부시타 타이지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데츠카 오사무 만화 ‘나의 손오공’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내용은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 손오공이 신선에게 도술을 배운 다음 천상에 올라가 천도 복숭아를 따려다가 큰 소동을 일으켜 석가모니에게 제압당한 뒤, 오지산에 갇혀 있다가 삼장법사를 만나 그의 천축 여행을 도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본래 서유기는 꽤 긴 이야기지만 본작은 그걸 약 88분에 압축시켰다.

돌원숭이가 손오공이 되는 과정, 저팔계와 사오정과의 만남, 그리고 최종 보스 우마왕과의 대립 후 바로 천축행에 성공해 금의 환향하는 것으로 끝난다.

본작은 어디까지나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어서, 오승은 원작의 서유기 원전과는 차이가 좀 있다.

우선 손오공의 연인인 암컷 원숭이 ‘린린’의 존재인데 안하무인 손오공을 개심시키고 그로 하여금 삼장법사를 모실 수 있도록 부처, 보살의 마음을 감동시키며, 손오공의 여정에서 간간히 목소리 울림으로 등장해 폭주를 막아주는 등등 히로인으로서 대활약한다.

오히려 삼정 법사 쪽이 캐릭터가 많이 옅어져서 천축행을 가는 법사란 것 이외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유대 관계를 쌓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요괴들에게 붙잡히는 인질 역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본편 내용의 분량상 각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밀도 높게 묘사할 수는 없지만, 조연으로서 충분한 비중을 부여 받았다.

저팔계는 변신, 사오정은 땅을 파고 땅속을 이동하면서 각자 맡은 역할을 다한다.

스토리 초반 부분에 손오공 이야기는 좀 지루한 부분이 있지만 저팔계 스토리로 넘어가면서 재미가 있어지는데, 저팔계가 금각, 은각 형제랑 아는 사이란 설정을 해서 이들을 빨리 등장시켜서 이야기 템포가 빨라져서 그런 것 같다. 홍해아도 이때 나와서 이후에 나올 최종 보스 우마왕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원전 서유기와 비교하면 바다가 나오지 않아 용궁 관련 스토리가 천상계의 소동에 편입됐다. 손오공의 무기 여의봉을 입수하는 과정이 용궁에 가서 얻는 게 아니라, 천상계의 경비를 맡은 금성장군의 무기를 빼앗아 쓰는 것으로 나온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메인 배경은 중국 서유기지만 작중에 나오는 신들의 복색과 악당 디자인, 몇몇 연출을 보면 뭔가 글로벌하다는 점이다.

금각, 은각과의 싸움에서는 중극 경극 음악이 흘러 나올 정도로 중국풍이 강한데 홍해아는 머리에 뿔 달리고 호랑이 가죽 팬티를 입은 아기 오니에 가깝고, 천상의 신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 같은 복장을 하고 나오며 서유기 원전에서 이랑진군의 포지션을 맡은 듯 보이는 지로신군은 흉갑을 입고 글레이브를 든 트로이 전사로 나온다. (게다가 지로 선인과의 변신술 대결 마지막에는 티라노 사우스와 중국룡으로 변해 싸운다!)

삼장 법사와 저팔계가 우마왕에게 잡혀갔을 때 나오는 요괴 소굴에서 벌어지는 연회에서는 아라비아 무희 요괴의 춤과 뱀술사의 피리를 이용한 코브라 댄스 둥 아랍풍까지 깃들어 있는데다가, 황소로 변한 우마왕과의 싸움은 투우라서 정말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작중에서 등장인물이 노래를 부르는 씬이 종종 나오는데 이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생각된다.

토에이 동화의 초대 사장 오오카와 히로시는 동양의 월트 디즈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실제로 재임 기간 동안 자사의 애니메이터들을 디즈니 스튜디오와 같은 조건에 작업할 수 있게 지원했다고 전해진다.

결론은 추천작. 오승은 원작의 서유기를 베이스로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색깔과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어 차별화시키면서 잘 만들어낸 고전 명작이다.

일본 만화의 아버지인 데츠카 오사무가 만화 영화로 영역 확장을 하면서 데츠카 프로덕션을 설립하여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명을 열었는데 이 작품이 그 시작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토에이 & 데츠카 오사무의 첫 번째 합작품으로 전국 487개 상영관에서 개봉, 1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크게 히트했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된 작품이다. (북미판 제목은 ‘알라카잠’이다)

토에이 동화에서 나온 애니메이션 중에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첫 작품이기도 하다.

덧붙여 데츠카 오사무는 본래 원작자로서 원안을 맡았는데 이 작품을 위해 원작 러닝 타임에 맞춰 1000컷이 넘는 콘티를 혼자서 그려내 토에이 동화에서 본 작품의 공동 감독에 이름을 올려주었다고 한다.

데츠카 오사무 원작은 1952년에 나왔고, 2003년에 스기노 아키오, 요시무라 후미히로 감독이 만든 리메이크판 ‘손오공: 돌원숭이의 탄생’이 나와서 한국에서는 2012년에 개봉했다.

추가로 이 작품에서 데츠카 오사무의 수제자이자 훗날 은하철도 999 극장판과 메트로폴리스 등 명작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든 린 타로 감독이 19살의 나이로 본작의 동화 담당 작업에 참여하고 애니메이터들의 스케치 작업을 돕기 위해 삼장법사 코스프레를 해서 데생 모델이 되기도 했다. 엔딩 스텝롤에는 본명인 하야시 시게유키로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박영일 감독의 1969년작 ‘손오공’이 있었기 때문에 본작은 비디오 출시 때 제목이 ‘신판 손오공’이 됐다.



덧글

  • 먹통XKim 2014/07/02 23:41 # 답글

    이 당시 도에이 회장이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며 엄청나게 투자하고 열심히 도왔죠
    정말로 디즈니처럼 풀애니 방식으로 거액 들여 제작했답니다

    헌데 그가 죽은 뒤에 후계자들은 영 내키지 않아서 투자가 팍 줄어서 테즈카 오사무가 난감해한 끝에
    현재 일본 애니 단골이 된 제작방식 리미티드 기법으로 가게 되었죠
  • 잠뿌리 2014/07/06 09:28 # 답글

    먹통Xkim/ 이때 당시 토에이 동화는 확실히 거액을 들여 제작한 만큼 작화 퀄리티가 대단히 높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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