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사부님(1990) 영구 무비




1990년에 강용규 감독이 심형래를 주연으로 기용해 만든 아동 영화.

내용은 스승으로부터 하산하여 악과 맞서 싸우되 혼자 싸우기 힘들면 제자를 키우라는 명을 받은 심 도사가 도시로 가서 범죄 소탕 자원 봉사대를 모집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서원섭, 하상훈, 박승대 등 심형래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단골 배우들이 제자 역으로 등장한다.

일단 이 작품은 심형래가 출현하지만 거의 페이크 주인공에 가깝다. 심형래 주연 영화 중에서 심형래의 비중이나 활약이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본작은 비디오용 아동 영화라서 상, 하편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각각 러닝 타임이 한 시간이 넘어가서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쓸데 없이 길게 만들었고 스토리도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상편에서 심도사가 하는 일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자원 봉사대 모집 공고문 붙이는 것과 지원자가 온 걸 극기훈련시키고 야밤에 제자들 몰래 삼겹살 구워 먹는 뒤 뒷간에서 줄서있다 기다리다 못해 바지에 똥을 지리는 것 밖에 없다.

이 극기 훈련이라는 게 진짜 인근 야산에 있는 캠프장에서 문자 그대로의 극기 훈련을 시킨 것인데 이게 상편 전체 내용의 2/3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극기 훈련하면서 개그하고, 담력 시험하고, 제자가 스승을 골려 먹는 것 이외에는 내용 진행이 전혀 안 되어 있고 무엇보다 작중 심 도사는 직업이 도사인데 제자들한테 도술을 가르치기 전에 상편이 끝나 버린다.

그것도 심 도사가 도술을 가르치기를 마음먹은 직후 제자들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비밀경찰이 정의를 위해 심 도사의 제자들의 힘을 빌려야겠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그들을 데리고 하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근데 정작 하편에서는 비밀경찰 이야기는 쏙 들어가 있고, 집으로 돌아간 제자들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애네들은 작중에 진정한 남아가 되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싶다는 이유로(근데 홍일점이 있다는 건 함정) 심 도사를 찾아가 극기 훈련을 받은 것인데 하편에서는 그런 설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어 호된 꼴을 당한다.

제자들 중에 유일하게 결과는 둘째치고 과정에서 범죄자를 소탕하려는 의지를 보인 건 박승대가 배역을 맡은 띨띨이 밖에 없다.

사실 띨띨이는 작중에서 고유한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제자들에 비해 기억에 남는다. 키는 큰데 몸이 말라서 허약 체질이라 약을 굉장히 많이 먹는 약쟁이 캐릭터다. 우스타 쿄스케의 멋지다 마사루에 나오는 강호룡/샤론(이소베 츠요시/캐서린)을 생각하면 된다.

이 작품이 마사루보다 먼저 나오긴 했지만 사실 약쟁이 설정도 잠깐만 나온 것뿐이지, 디테일하게 다루지는 않았다. (기억에 남는 씬은 이것저것 약을 잔뜩 먹더니 약 많이 먹어 속 아프면 안 된다며 위장약을 또 먹는 씬이다)

하편의 메인 캐릭터는 심 도사도, 제자들도 아닌 악당들의 범죄 조직이라 뭔가 굉장히 생뚱맞다.

처음에는 하나의 조직으로 나오지 않고 각각 폭력배, 납치범, 불량 식품 제조업자로 나왔다가 나중에 하나의 조직으로 묶이는데 상, 하편으로 분량을 억지로 늘리다 보니 악당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 나온다.

이를 테면 납치 임무를 맡은 조직원 먼산은 택시기사 붙잡고 ‘아저씨, 갑부집 애들은 어디 살아요?’ 이런 걸 물어보다가 미친놈 취급 받자 자신을 비하하며 다리 밑으로 몸을 던지려다가 갑자기 돈 많이 벌어오라는 고향의 홀어머니 나레이션이 깔리더니 마음을 돌리고, 폭력배들은 자기들끼리 무술 수련을 하더니 뜬금없이 미끼를 보내서 심 도사의 제자들에게 길을 묻는 척하면서 유인해 와 다구리를 치는 등등 이해 불가능한 전개의 연속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는 유난히 사람 얼굴도 안 보이고 나레이션으로 회상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심 도사의 제자로 들어가 대한 남아가 되라는 띨띨이의 어머니 말씀 회상이라든가, 심 도사한테 퀘스트를 주고 다그치는 스승 나레이션 등등 주인공, 악당을 막론하고 마구잡이로 나온다)

하편 처음에는 악당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심 도사의 제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어 피해자로 나오는데 그 뒤에 심 도사가 제자들을 도우러 나타난 뒤에는 갑자기 정의의 아군이 되어 악당과 맞서 싸운다.

만약 제자들이 악당들을 물리쳤다면 그래도 비교적 깔끔하게 끝났다고 볼 수 있는데 본편은 그렇지 않다.

제자들이 밀리자 심도사가 나서서 도술을 부리는데 이게 상대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술법이라서 이걸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심도사도, 제자도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조종술에 의해 악당들이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나무에 머리를 들이받고 자기 손으로 자기 머리, 몸 등을 때리며 자해하기 때문이다.

이게 클라이막스 전투인데 약 10여분에 걸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해서 정말 보는 사람 의식을 안드로메다 성운으로 날려 보내는 것 같다.

악당이 혼자 자기 몸 때리고 휘청거리다가, 갑자기 극중에 감독이 툭 튀어나와서 악당이 카메라에 부딪칠 뻔 했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황당했다.

작중 심도사의 복장도 계속 바뀌는 게 이해가 안 가는데 처음에는 상편에서는 각설이 복장으로 나왔다가, 하편 도입부에서는 삿갓을 쓰고 나오고, 후반부에는 양복을 입고 나온다.

아무런 설명도, 이유도 없이 갑자기 복장이 바뀐 것인데 뭔가 다른 영화에서 쓴 복장을 재활용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론은 비추천. 심형래가 출현하지만 페이크 주인공으로 나와서 무늬만 심형래표 영화다. 단지 주연 개그맨의 인기에 편승해 만든 안이한 시리즈물로 주연, 조연, 악당할 것 없이 애매하기 짝이 없는 등장인물의 포지션과 두서 없는 스토리와 주제에 맞지 않은 내용,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상황 전개까지 영화라고 하기 좀 민망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져 졸작을 넘어선 괴작이다.



덧글

  • 오행흠타 2016/05/17 13:08 # 답글

    내용은 뭘 봤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조잡하고 별로였는데, 기억에 남는거라면 영화 끝나고 NG장면이나 촬영현장을 보여주는 모습이 나오는게 재밌었습니다. 심형래와 제자들이 기거하는 숙소에서 스텝들과 배우들이 숙소처럼 사용하는 모습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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