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기 - 착한 돈삼이네 2020년 음식



집에서 역곡역으로 가는 길에 사시사철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고깃집이 있다. 주변 가게는 다 한산한데 유독 여기만 사람이 우글거려서 무엇 때문에 그런지 항상 궁금했다. 그러다 최근 친구와 함께 한 번 방문해 봤다.

저녁 6시쯤이었는데 가게 안 자리는 거의 만석이었지만 다행히 기다리는 줄이 없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본래 평소 때는 명단에 이름 적고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고기 메뉴는 생고기(200g) 하나 밖에 없다. 가격은 1인분 200g에 6000원이다.


사이드 메뉴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 제공된다. 파채, 콩나물, 김치, 마늘, 쌈장, 기름장 등으로 부족하면 셀프 서비스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다만, 상추, 깻잎 등의 야채는 점원을 불러 리필해야 한다.

소주는 알루미늄 통에 각얼음과 함께 담겨서 나오는데 차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주문한 생고기 등장!


먼저 고기는 목살 같다. 보통, 이런 생고기하면 주먹 고기, 소금구이 같은 게 생각나는데 이건 숙성한 것도, 소금을 친 것도 아닌 일반 고기다. 가격이 그렇게 저렴한 것도, 비싼 것도 아닌 보통 수준이고 고기 자체는 생고기로 보면 양이 적어 보이는데 두툼하게 썰려 있어서 굽다가 잘라 놓고 보면 적지는 않다.


불판은 돌판이고 좌측으로 기름 흐르는 홈이 파여 있지만 목살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기름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홈 파인 곳에 기본적으로 식판에 담아 온 파채, 콩나물, 김치 등을 이렇게 올려주기 때문에 이게 돼지 기름을 흡수해서 그런 거기도 하다.

삼겹살 구워먹을 때 김치나 야채도 같이 올려서 구워먹는 게 기름이 흡수되어 맛있는 것처럼 이건 괜찮았다.


상추에 고기와 마늘을 올려서 한 입 덥석!

일단 맛 자체는 보통이다. 좀 두툼하게 썰린 고기란 걸 제외하면 이렇다 할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가격도 그렇게 저렴한 편은 아니고, 사이드 메뉴가 다양한 것도, 서비스도 많은 것도 아니라서 왜 문전성시를 이루는지 모르겠다.

이 가게만의 특성은 찾기가 어렵다. 이런 스타일의 고깃집은 생고기/삽겹살 체인점으로 예전에도 홍대, 신도림, 중동 같은 곳에서도 가봤다. (그 당시에는 콩나물 무침을 기본으로 올려서 같이 볶아 먹는 다던가, 콩고물, 무쌈 등을 셋팅해 같이 먹는 등 가게마다 차별화를 두었다)

그 시절에는 1인분 고기 가격이 2500원 하다가 나중에는 3인분에 9900원 이런 식으로 저렴한 가격을 어필하는 고깃집으로 지갑이 얇은 사람들도 부담없이 갈 수 있던 곳인데.. 이게 지금 현재 1인분에 6000원으로 상승한 것이니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가격의 메리트를 못 느끼겠다.

장점이 있다면, 고기를 올리고 굽고 잘라주는 모든 걸 점원이 직접 해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아마도 가게에 손님이 미어터져 북적거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단점이 있다면 사실 가격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것 이전에 위생이 썩 좋지는 않다는 거다. 보통, 고깃집 가서 고기 먹다 보면 컵에 떠놓은 물에 기름이 튀어서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고기 굽기도 전에 테이블에 기본 셋팅된 물이 잔에 따르자마자 기름기가 떠 있다.

이게 물통을 제대로 씻지 않은 문제인지, 아니면 컵을 제대로 씻지 않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손님이 워낙 많고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서 설겆이를 제대로 할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거기다 손님은 많은데 화장실은 최악이라서 이게 가장 불편하다. 화장실이 이 가게 옆 빌딩 1층에 있는데.. 그 빌딩이 좀 오래된 건물이고 사람들 발길이 뜸하다 보니 화장실 관리를 전혀 안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소변기는 깨져 있고, 화장실 개인실은 문이 고장나 잠그는 건 커녕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데 남녀 구분이 없는 남녀 공용 화장실로 같이 써야 하니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많은 건 새벽 늦게까지 영업하고, 주변 가게보다는 1000~2000원 싼 가격에 고기의 질 자체는 평타는 쳐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추가로 가게 안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문이나 창문 없이 뻥 뚫려 있고 그래서 고기 굽는 냄새가 밖으로 마구 풍기니 거기에 손님들이 이끌리는 것 같다. (다른 건 둘째치고 확실히 이 고기 굽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긴 한다)

아무튼 한 번 가본 걸로는 충분한 듯하다. 음식 자체는 평타를 치는데 이렇다 할 특색이나 큰 장점은 없고 위생 문제와 대기 시간을 고려하면 굳이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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