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가리 (1999) 2019년 전격 Z급 영화




1999년에 심형래 감독이 만든 괴수 영화.

내용은 우랄 산맥 북부의 폐쇄된 광산에서 발견된 2억년 묵은 용가리 화석에는 고대인들의 종말 예언이 깃들어 있는데 현대에 이르러 외계인들이 지구 침공에 앞서 지구 문명이 수준이 높고 강력하니 용가리를 화석으로부터 부활시켜 미국 LA를 파괴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본작의 용가리는 일단 김기덕 감독이 1967년작 용가리에 영향을 받았지만 정식 후속작이나 리부트판은 아니다.

이 작품은 SF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괴수 특촬물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특수효과 퀄리티가 낮다.

우선 용가리와 싸이커 등 작중에 나오는 괴수들은 전부 CG로 만들었고, 주요 배경은 정지된 사진 위에 필름을 덧씌워 만들어 90년대 영화가 아니라 70~80년대 영화를 방불케 한다.

CG 수준의 워낙 떨어져서 차라리 특수분장을 하고 미니어처에서 찍은 것만 못하게 됐다. SF 괴수물을 만든 시도 자체는 좋게 볼만 하지만 결과물은 기대 이하인 것이다.

작중 용가리가 파괴하는 도시는 정지된 사진이고, 건물 자체가 무너지는 장면은 잘 안 나오며 나와도 미니어처 일부분만 나온다.

용가리가 입에서 끊임없이 불을 토하는데 이거 폭발 속성이 있어서 불꽃이 닿아 터질 때마다 미군 병사 서너 명이 슝슝 날아다니는 연출이 나와서 뭔가 이게 더 없어 보인다. 이 폭발씬만 보면 이게 과연 괴수 영화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작중에 비행기를 투입해도 용가리에게 상대가 안 되자 T작전이라는 걸 개시하는데 그게 통칭 헬레이져라는 미군 보병이 등에 로켓 분사기 달고 날아다니며 머신건 쏘는 거라서 순간 뿜었다.

초대 고질라의 신장이 약 50미터, 2014년판 고질라는 그 2배인 100미터. 근데 1999년작인 본작의 용가리는 키 150미터에 몸무게 170톤의 초대형 괴수인데 비행 보병이 출동해 딱총을 쏘고 있는 것이다. (울트라 리스크를 상대로 레이스를 투입했다가 상대가 안 되니 마린을 투입하다니 이건 뭐.;)

비주얼 부분이 1998년에 나온 원작 능욕인 헐리웃판 고질라는커녕 1993년에 나온 쥬라기 공원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진 수준으로 볼거리조차 없는데 스토리는 더 엉망이다.

용가리가 부활해 난동을 부리기 전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그 내용이 너무 늘어져서 집중이 잘 안 된다.

우주인이 뭔가를 꾸미고, 지구인들은 용가리 화석을 둘러 싸고 부와 명예를 얻으려는 자와 고대의 예언을 믿고 용가리 부활을 막으려는 자가 대립하는데 이 부분이 인간적으로 너무 재미없어서 초반부터 지친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 괴수를 이용한다는 설정도 사실 이미 고질라 시리즈에서 나온 바 있어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사실 이건 그런 작품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기보다는 심형래 감독의 1996년작 ‘드래곤 투카’를 계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디 워에서 왜 조선 시대에 공룡 군단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을 텐데 사실 그것도 드래곤 투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외계인이 모함에서 괴수를 지원하는데 클록킹을 한다거나 텔레포트를 시키는 것 등은 나름 신선했다. 이게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면 프로토스가 저그 유닛인 울트라 리스크를 포털로 이동시키고 클록킹하는 최강 조합이다.

근데 그 뒤에 용가리가 세뇌에서 풀리니 외계인들이 괴수 싸이커를 보내 괴수 대결을 펼치게 하는데.. 그게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간다. 이미 싸이커를 소유하고 있는데 왜 그걸 투입하지 않고 굳이 화석으로 발견된 용가리를 부활시켜서 그렇게 털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그전에 우주 저편에서 지구로 텔레포트 기술도 사용 가능한 외계인이 지구 문명 하나 스스로 바르지 못한다는 게 무리수의 시작이다)

감독, 제작, 기획, 촬영은 한국 스텝들이지만 작중에 나오는 배경은 미국이고 출현 배우는 거의 다 외국인인데 연기력으로 검증을 받거나, 유명한 배우는 하나도 없어서 배우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전반적으로 발연기를 펼친다.

특히 작중에 최악의 연기를 선보이는 건 리처드 B. 리빙스톤이 배역을 맡은 닥터 캠벨인데 용가리가 처음 부활했을 때 깜짝 놀라는 리액션이 어색하다 못해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또 미국 배경에 외국 배우들이 나오는데 한국 배우는 사실상 단 한 명밖에 안 나오고 그마저도 비중이 엑스트라라다. 여기서 나온 한국 배우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에 단역으로 자주 나오는 키 208cm의 전직 프로 레슬러인 거인 배우 서찬호다.

배경, 스토리 어느 것에도 한국색은 물론이고 한국적인 정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그 때문에 사실 이 작품은 한국인 감독에 한국인 촬영 스텝이 만들었어도 영화 자체는 미국 영화나 다름이 없다.

한국인이 만든 영화라서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어 흥행하지 못했다는 실드를 친다거나, 토종 SF라고 하기도 좀 어려운 실정이다.

결론은 비추천. SF 불모지에서 SF 괴수물을 만드는 그 시도 자체는 좋게 살 수도 있지만, 재미와 완성도 부분에 있어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을 넘어서 재앙에 가까운 흉작이 되어 버려 국내 영화사에 흑역사를 기록한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출저를 알 수 없는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극장 미개봉 비디오 영화중에 대여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근데 현실은 IMDB 평점 2.5로 밑바닥에서 상위 랭크다.

덧붙여 이 작품은 2001년에 영화의 일부 장면을 재촬영한 리마스터링 버전을 용가리 2001이란 제목으로 재개봉했다.

추가로 이 작품에 얽힌 소송이 좀 아이러니한데, 2000년경에 영화 상영과 관련해 심형래 감독의 기획사가 세종문화회관과의 수익금 분쟁에서 패소해 약 5억여원을 물어주게 됐는데, 2007년에는 하림에서 용가리 치킨 캐릭터 사용 기한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사용하다가 심형래 감독이 10억 소송을 걸어 승소해 약 2천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덧글

  • 하로 2014/05/28 19:35 # 답글

    .....어째서인지 극장에서 본 용개리..로군요...
  • 조현수 2014/05/28 22:08 # 답글

    어머니 손 붙잡고 집 근처 극장에서 본 기억이 새록새록 :) 어린 마음에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 역사관심 2014/05/28 22:50 # 답글

    심형래씨는 리작품후 자신이 감독으로서는 재능이 없고 제작자의 능력이 있다는걸 깨닫고 전문적으로 그쪽에 매달렸어야 한다고 봅니다. 감독은 뽑아서 밀어주고.
  • 블랙하트 2014/05/29 11:02 # 답글

    닥터 웬델로 나온 '해리슨 영' 이 그나마 국내 관객들에게는 좀 알려진 배우였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노인이 된 라이언 역)
  • 기사 2014/05/29 17:36 # 답글

    아주 어렸을때 봐서 그때는 재밌게 봤죠.
    나이먹고 유튜브에서 다시보니 뭐 --;;;
  • 잠본이 2014/05/30 01:06 # 답글

    추억의 그이름 영괘리~
    옛날에 신나게 까면서(...) 쓴 글이 생각나서 트랙백 보내드립니다. =]
  • 놀이왕 2014/06/04 20:40 # 답글

    중1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이후 고2때 비디오로 출시된 수정판을 봤는데.... 같은 내용이면서도 달라진게 좀 많더군요..
    첫번째로 초반부의 휴즈 박사가 홀리를 만나 용가리 화석 발굴의 위험성을 알리는 장면은 1999년작에서는 발굴 장소 근처에 있는 휴즈 박사의 저택(저택 앞에 갤러거 자동차가 있는 것이 압권.)에서 이루어진 반면 2001년 수정판에서는 처음에 홀리가 일 그만두고 여관에 짐 풀어놓은뒤 호프집에 갔는데 그곳에서 휴즈 박사를 만난후 다시 여관으로 가서 설명을 듣는 걸로 바뀌었는데 여기서 바뀐게 또 하나 있는 것이 1999년작에서는 휴즈 박사의 설명을 듣던 홀리가 자신이 그린 용가리 복원도 하나를 들고는 이마의 보석을 가리키면서 '이게 뭐죠?'라고 묻자 휴즈 박사 왈 '나도 모르겠어.'라고 답하는데 사실 이것이 용가리의 약점에 대한 복선이었지만 정작 2001년 수정판에서는 그게 안나왔죠.
    두번째로 미군 기지인데...1999년작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웬 과학 박물관이 미군 기지였지만 2001년 수정판에서는 초반부만 과학 박물관이고 중반부터는 미국 재촬영시 만든 세트장이 미군 기지로 나왔습니다.(UNDA 이라는 이름의 기지인데 새로 섭외한 배우들도 많이 나옵니다. 참고로 2001년 수정판에 나온 여관과 술집 모두 미국에서 재촬영한 것입니다.)
    세번째로 블랙 기자의 비중인데 사실 이건 제가 잘 기억이 안납니다. 단지 예전에 1999년 개봉 당시 예고편을 보면 블랙 기자가 휴즈 박사의 저택에서 자료 훔쳐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2001년 수정판에서는 그게 안 나왔습니다....
    네번째로 후반부 싸이커와의 대결인데.... 싸이커가 땅속에서 나와 용가리와 싸우다 죽는것은 1999년작과 2001년 수정판 둘다 똑같은 전개입니다만 비주얼의 차이가 좀 큽니다. 우선 1999년작에서는 싸이커와 싸우면서 고전하던 용가리가 화염 한방으로 싸이커를 물리쳤다면... 2001년 수정판에서는 용가리의 화염으로 인해 싸이커의 머리가 짤리고 짤린 머리에서 온갖 촉수가 튀어나와서 용가리를 괴롭히다가 또다시 용가리가 화염을 쏴서 싸이커를 물리치는 전개였고 배경 또한 차이가 있는 것이 2001년 수정판에서는 이 장면을 위해 아예 새로 미니어처 세트장을 다시 만들었고 그걸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습니다.(근데 자세히 보시면.. 1999년 작에서 씌였던 폭파된 미니어처를 재활용한것도 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트장은 나중에 최양락의 알까기리믹스 앨범 노래 가운데 하나인 마징가Z 뮤직비디오 세트장으로 재활용되었습니다.)
    다섯번째로 외계인 우주선인데 2001년 수정판에서는 1999년작에는 없었던 미니 전투기가 추가되었지만... 비중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여섯번째로 1999년작에서는 당시 삼성전자가 PPL(영화 시작전 매직 스테이션 풀버전 광고를 해줬죠)해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용가리가 건물 파괴하는 걸 목격한 시민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매직 스테이션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 2001년 수정판에서는 그게 아예 삭제되었습니다.
    일곱번째로 음악이 완전 바뀌었습니다. 영화 개봉당시에 나온 용가리 OST와 2001년 수정판 음악을 비교해보면... 완전 다르다는 것을 알수있습니다.(대신 엔딩곡인 Revolution은 그대로 나오더군요. 국내판 한정으로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1999년작은 비디오로 출시되지 못한 반면 2001년 수정판은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해외에서도 DVD로 출시된 바 있습니다... 사실 이건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영구아트무비 영화들 가운데서 왜 1999년작만 유일하게 비디오로 나오지 않았는지 그게 참 의문입니다...
  • 잠뿌리 2014/06/04 23:25 # 답글

    하로/ 그러고 보니 미국 배우들 용가리 발음이 용개리였지요 ㅎㅎ

    조현수/ 추억의 영화네요.

    역사관심/ 이경규가 그런 의미에서 모범적이었지요. 감독으로 안 되니 제작자로 전향해서 좋은 작품이 나왔지요.

    블랙하트/ 작중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캐릭터였지요. 사실 용가리 하나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서 그렇기도 합니다.

    기사/ 나이 든 뒤에 다시 보면 참 괴작이지요.

    잠본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까일 만한 영화죠.

    놀이왕/ 비디오 판권을 북미 쪽에 완전히 넘겨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심 감독 인터뷰를 보면 용가리로 거의 수입을 못냈다고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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