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어스 (After Earth, 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든 SF 영화. 윌 스미스가 각본, 제작, 조연을 맡고 아들 제이든 스미스는 주연을 맡았다. 윌 스미스의 회사 오버브룩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들고 콜롬비아 픽쳐스에서 배급했다.

내용은 3027년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우주 괴수 우르사를 쳐 잡는 미국 레인져 군단의 총사령관 사이퍼 레이지와 그의 아들 키타이 레이지가 우주선을 타고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해 1000년 전 대재앙 이후 인류가 떠나 원시 자연 환경으로 회귀한 지구에 불시착해 단 둘만 살아남았는데, 레이지가 부상을 당해 키타이가 구조 요청을 위한 송신기를 찾는 퀘스트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부자가 나눈 평범한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여기에 살을 붙이다가 아이즈너상을 수상한 작가 피터 데이빗, 마이클 잰 프리드먼, 로버트 그린버그에게 도움을 청해 장장 3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원고로 정리했다가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생일날 전화 통화를 하던 중 영화 아이디어나 달라는 말에 그 이야기를 꺼내서 영화화된 것이다.

일단, 작중의 세계는 먼 미래의 지구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냥 정글일 뿐이고. 정글에서 부상당한 아버지가 우주선에서 이것저것 지시하며 퀘스트를 준 걸 아들이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보니 사실상 아들 혼자 정글 탐험하는 원맨쇼에 불과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처음에 서먹한 사이로 갈등을 빚다가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부자로 거듭난다! 보통은, 이래야겠지만 본작은 그렇지 않다.

아버지 레이지가 부상당한 몸으로 비몽사몽한 가운데 괴수에게 참살 당한 딸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 사이 아들은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서 혼자 멋대로 탐험을 하다가 뜬금없이 각성해서 괴수를 쳐 잡고 퀘스트를 완수한다.

아들이 반발로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시점에서 부자간의 유대감을 쌓는다든가 관계 개선을 할 겨를도 없이 아들 혼자 정글 탐험하는 걸 계속 보여주고 있으며, 배경이 지구인데 산소가 부족하다면서 산소 흡입기가 따로 필요하다는 설정이 나온 걸 제외하면 SF 같은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최첨단 무기 드립치는데 작중에 나오는 무기는 더블 블레이드 단 하나 뿐. 그것도 무슨 라이트 세이버도, 단분자 블레이드도 아닌 보통의 양날 창이라서 임펙트가 매우 떨어진다.

홍보 문구에서는 뭐 진화된 지구의 크리쳐, 인류의 두려움을 인지하는 외계 종족 드립을 치는데.. 그 지구의 크리쳐라는 게 그냥 원숭이, 독수리, 거머리 정도 밖에 없고 외계 종족 우르사는 단 한 마리밖에 안 나오며 그마저도 출현씬이 극히 짧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위협하는 건 지구의 크리쳐도, 우주 괴수도 아니고 그냥 자연 환경 그 자체다. 추운 곳에서 가서 얼어 죽을 뻔 하고, 바위 타고 오르다 미끄러져 떨어질 뻔 하고. 혼자 정글을 돌아다니다가 위험에 처하는 게 위기 상황의 전부라서 상상한 것 이상으로 스케일이 작고 상상력이 빈곤하다.

이건 재난물조차 되지 못한, 보이스카웃물이다. 대체 이 어디가 블록버스터물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주인공 키타이 레이지 역을 맡은 제이든 스미스는 연기력이 매우 떨어져서 보는 내내 답답한 심정을 들게 한다. 뭔가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상생활에서의 자신을 연기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종일관 반항적이고 아빠의 잔소리를 몹시 지겨워하며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질질 짜거나 우왕좌왕하며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좋게 말하면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로서는 부적합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을 최대한 미화하면 키타이가 우르사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나, 그것도 그리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키타이가 공포를 극복하는 게 굉장히 뜬금없어서 그렇다. 필요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성장한 게 아니라, 한 차례 꿈을 꾼 다음 우르사와의 대결 때 머릿속에 울리는 한 마디 말에 대오각성해서 무쌍난무를 펼치며 초진화하기 때문이다.

연기력을 검증 받은 것도, 연기 경력도 긴 게 아닌데 제이든 스미스 원탑 주연의 영화라서 사실상 윌 스미스의 아들 띄워주기 영화라 헐리웃 유명 배우의 족벌 세습 의도가 다분히 보이지만.. 제이든 스미스만 깔 수 없는 게 윌 스미스 본인 자체도 본작에 출현해서 잘한 게 하나도 없다.

윌 스미스가 배역을 맡은 사이퍼 레이지는 우주 괴수와 싸우는 군대의 총사령관이자, 고스트란 별칭을 가지고 기척을 지우고 접근해 검으로 괴수를 썰어버리는 전사란 거창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작중에서 부상을 당해 거동하지 못해 전혀 활약하지 못한다.

캐릭터의 성격도 과묵하고 엄격해서 아들을 대하는 게 가족이 아니라 군인처럼 대해서 인간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들의 가능성을 믿거나 아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도, 아들을 격려하며 용기를 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통제하고 명령하다가 결국 아들이 교신을 끊고 혼자 행동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일이 다 잘 풀려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부자의 교감이 없어 감정의 밀도가 너무나 떨어져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거기다 작중에 나오는 연기 자체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어 과연 연기하는 배우가 윌 스미스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서 답이 안 나온다.

아들도, 아버지도 부자가 나란히 최악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본작의 등장인물은 사실 이 두 사람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단역 내지는 과거 회상으로 나오는 인물에 지나지 않아서 이런 구성으로는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윌 스미스 부자에, 윌 스미스 부자에 의한, 윌 스미스 부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영화다. 족벌 세습의 끝에 남는 건 그들 가족 밖에 없다는 걸 새삼스레 알려주고 있다.

결론은 비추천. 생각 이상으로 작은 스케일에 빈곤한 상상력, 진부한 내용에 지루한 전개, 배우들의 바닥을 기는 연기력과 매력 없는 캐릭터 등 안 좋은 온갖 것을 두루 다 갖춰 최악의 결과물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SF의 탈을 쓴 보이스카웃 내지는 아빠와 함께 하는 캠핑 영화. 한국 방송에 비유하자면 ‘아빠 어디가?’ 우주편이랄까. 아니, 사실 엄밀히 말하면 우주도 아니고 정글편이다. ‘정글의 법칙+아빠 어디가=아빠 정글가?’ 이런 느낌이다.

확실히 광고한 대로 상상을 지배할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이긴 하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이 이렇게나 재미가 없고, 제이든 스미스야 아직 어리고 배우 경력도 짧으니 그렇다 쳐도 윌 스미스가 이렇게나 연기를 못할 수도 있다니. 한 시대를 풍미한 감독, 배우가 투입됐는데 이 정도로 수준 낮은 작품이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아무리 그 두 사람이 퇴물이 됐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처참한 결과를 낼 줄이야..)

감독과 배우 모두의 필모그래피에 흑역사로 남을 만한 망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2014년에 열린 제 34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남우주연상(제이든 스미스), 최악의 감독상(M. 나이트 샤말란), 최악의 남우조연상(윌 스미스), 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스크린 콤보상(윌 스미스&제이든 스미스 부자의 족벌 주의) 등 무려 여섯 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됐는데 이중에 최악의 남우주연상, 최악의 남우조연상, 최악의 스크린 콤보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등극했다.

덧붙여 이 작품의 주제가 ‘아이 라이크 2 파티’는 전 2PM 리더인 박재범이 불렀다.

윌 스미스는 이 작품 개봉 당시 한국에 내한해 영화가 흥행하면 싸이와 음반을 낼 것이라 공약했다.

추가로 이 작품은 피터 데이비드가 소설판을 쓰고, 마이크 잰 프리드먼과 로버트 그린버그가 만화판을 그렸으며, 크리스탄 페이마리가 흑백 삽화 일러스트북을 그렸다.



덧글

  • 듀얼콜렉터 2014/05/07 14:38 # 답글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레이디 인 더 워터부터 시작해서 전작인 라스트 에어벤더에서 아예 학을 땠죠, 그래서 이 작품은 너무 혹평이 심해서 보지도 않았는데 확인사살을 해 주시는군요 =_=
  • Let It Be 2014/05/07 14:46 # 답글

    라스트에어벤더말아먹고 이거 맡은거도 참대단
  • 살벌한 아기백곰 2014/05/07 17:19 # 답글

    하필이면 국내 홍보문구가 믿고보는 윌스미스였죠(...)
  • 한 네티즌 2014/05/07 19:09 # 답글

    원래 기획이 보이스카웃물인데 중간에 누군가 SF 블록버스터를 끼얹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잠뿌리 2014/05/09 18:51 # 답글

    듀얼콜렉터/ 이 작품은 M.나이트 샤말란 감독에게 있어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라스트 에어벤더, 레이디 인 더 워터보다 더 하지요.

    Let It Be/ M.나이트 샤말란은 계속 망작만 쏟아내는데 아직도 막대한 예산을 지원 받아 영화를 만드는 게 신기합니다.

    살벌한 아기백곰/ 윌 스미스가 언젠가부터 믿고 보지 못하는 배우가 됐는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 있어 화룡점정을 찍었지요.

    한 네티즌/ 본래 처음에는 현대 배경으로 했었다는데 차라리 초안 그대로 진행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SF 배경이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 먹통XKim 2014/05/12 23:07 # 답글

    이것도 망했으니 샤말란 입지도 타격이 클 듯 싶네요. 욕은 무지 처먹은 라스트 에어벤더는 그래도 흥행이라도 성공했는데 이건 평이나 흥행에서도 쫄망했죠.

    레이디 인 워터랑 이거 빼면 그동안 아주 망하지 않았기에 꾸준히 감독할 수 있었답니다..



  • 궁디팡팡 2014/05/13 23:39 # 답글

    그냥 딱봐도 내시간의 소중함이 느껴지더군요;;;
  • 잠뿌리 2014/05/17 13:08 # 답글

    먹통XKim/ 샤말란 감독이 다른 작품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샤말란 감독 필모 그래피 사상 최악의 작품으로 꼽을 만 하지요.

    궁디팡팡/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교훈을 가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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